[팩트체크] 목포대-순천대, 통합 합의냐 협의냐

입력 2024.10.16. 16:02 류성훈 기자
양대학 ‘합의는 아니다’ 선 그었지만
‘1도 1국립대’ 에는 공감·협의 뜻 모아
30년 숙원 국립의대 새로운 물꼬 기대
'순천대 글로컬대학 강소지역기업 육성 비전 선포식'이 10일 순천대에서 열린 가운데 김영록 전남지사가 참석자들과 강소지역기업 육성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전남도 제공

전남도가 목포대-순천대의 통합의대 추진과 관련 양 대학의 '통합 큰 틀 합의'를 밝히자, 목포대와 순천대 모두 '합의'는 아니라고 못 박으면서 그 속내에 지역민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렇더라도 전남지역 국립대인 목포대와 순천대 두 대학 총장이 최소한 정부의 '1도 1국립대' 방침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대학 통합' 논의에 나서면서 30년 숙원사업인 전남권 국립의대 설립에 새로운 물꼬가 트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목포대-순천대 통합 '합의'로 볼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원론적으로는 두 총장이 의견을 같이한 만큼 '통 큰 합의'로 해석해도 되냐는 문제인 것이다.

목포대, 순천대 총장의 스탠스를 미뤄봤을 때 두 대학이 큰 틀에서 통합에 '합의'했다는 표현보다는, 서로 '공감하고 협의'에 나섰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현재까지도 서부권의 목포대와 동부권의 순천대 중 어느 대학에 국립의대가 신설될 것인지를 두고 심각한 지역 갈등이 이어져 오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전남도가 협의 단계에 있는 '대학 통합' 과정을 한 발 앞서 발표하고, 공모 추진 방식도 오락가락하면서 전남권 의대 설립에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전남도에 따르면 이병운 순천대 총장과 송하철 목포대 총장은 지난 14일 순천에서 열린 '순천대 글로컬대학 강소지역기업 육성 비전 선포식'에 앞선 오찬간담회에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김영록 전남지사, 김문수 국회의원과 교육 관련 현안을 논의하던 중 두 대학 통합 취지와 필요성에 공감하고 대학 통합을 통해 의대 설립 문제를 풀어나가겠다고 큰 틀에서 합의했다는 내용의 자료를 배포했다.

또 두 대학 총장은 "대학 통합이 어려운 길이고 구성원들의 합의도 필요한 사안이지만,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1도 1국립대' 취지에 따라 대학을 통합하고 국립의대 문제도 통합의대 방향으로 가면 대학의 발전도 기할 수 있고 도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10일 장흥 통합의학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립의대 설립방식 설명회에서 김영록 전남지사를 비롯한 주요 내빈들이 국립의대 설립을 염원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전남도 제공

그러자 목포대가 즉각 두 대학의 '통합 합의'는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에 나섰다. 순천대 역시 통합 합의라는 표현은 안맞고 논의 정도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목포대는 15일 보도자료를 내 "(양 대학의 통합) 논의의 시작에 불과한 현 상황에서 (전남도가 자료를 통해 배포한) 양 대학이 통합에 합의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대학 측은 "통합대학에 기반한 의대 신설 추진의 취지가 좋더라도 실현 가능성과는 별개의 문제다. 양 대학의 면밀하고 신속한 협의와 의사결정이 필요하고 양 대학이 원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부의 입장 확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목포대와 순천대는 10일 대학별 5명씩 통합 주요 현안을 검토하는 실무위원회를 구성해 첫 회의를 진행, 대학 통합을 위한 주요 현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개략적 의견 교환만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학 통합을 기반으로 한 의대 신설 논의의 장을 일정 부분 열어두고 있는 상황에서, 양 대학이 통합에 합의했다는 (전남도가 제공한) 보도자료가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켜서 유감이다"고 했다.

순천대 측도 "양 대학이 통합에 합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통합의대 방향으로 논의를 해보자는 취지에서 실무위원회 회의를 했을 뿐, 대학 구성원의 수용 여부 등 의견도 조율되지 않은 상황에서 통합에 큰 틀에서 합의했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전했다.

어쨌든 목포대와 순천대가 이미 실무진을 구성하고 통합 현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은 사실인 만큼 현재로서는 '합의'라고 섣불리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공감대 형성을 통해 '협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표현이 적절하다는 시각이 많다.

전남권 국립 의대 설립을 위해선 목포대와 순천대가 오는 11월까지 '느슨한 형태'의 통합 방안을 마련하고, 통합의대 입자와 대학병원 설립 방안도 결정해야 하는 등 기한이 못 박아져 있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우려가 커 '합의'가 불투명하다는 게 대체적인 중론이다.

이와 관련 명창환 전남도 행정부지사는 "전남도는 목포대 총장과 순천대 총장 등 오찬간담회 참석자들에게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논의 내용을 발표 여부를 확인한 뒤 자료를 만들어 알렸다"면서 "양 대학이 통합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논의를 가졌던 것은 사실이다. 대학 통합은 양 대학이 논의와 협상을 통해 결정해야 하는 문제이고, 전남도는 양 대학의 통합을 위해 노력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류성훈기자 rsh@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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