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속 숨은 영웅 신용성씨 포스코히어로즈 선정

입력 2023.02.19. 13:41 박승환 기자
제설작업하며 시민정신 느끼고 배워
“앞으로도 주위 이웃들 잘 살필 것”
지난 17일 오전 광주 광산경찰서 2층 서장실에서 '포스코히어로즈'로 선정된 신용성(37·사진 왼쪽)씨가 오동호 포스코청암재단 상임이사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풍암동민 신용성(37)씨에게 크리스마스 이브를 앞둔 지난 2022년 겨울은 평생 기억에 남는 날이 됐다.

전국적으로 쏟아진 기록적인 폭설 속 이웃 주민을 도운 의인(무등일보 2022년 12월26일자 5면·'역대급 눈폭탄 속 뜨거운 시민정신')으로 '포스코히어로즈'에 선정됐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학창시절을 포함해 살아오면서 누군가에게 상을 받았던 기억이 손에 꼽았던 신씨에게 낯선 포스코 청암재단으로부터의 연락은 얼떨떨할 만했다.

신씨는 지난해 겨울이 유독 추웠다고 말했다. 서른 이후 업계 소속 중장비기사로 일하다 2021년 5월 지금의 스키드로더(Skid Steer Loaders)를 장만하고 '나만의 장비'를 갖춘 개인사업자로 독립했지만, 부푼 기대와 달리 현실은 녹록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기가 어려워지다 보니 독립해도 일은 들어오지 않았다. 해마다 '올해는 더 힘들어질 거란' 업계 동료들의 푸념이 들릴 때마다 '가장'이라는 왕관의 무게는 더욱 무거워졌다.

광주 도심에 역대 세 번째로 많은 폭설이 쏟아졌던 그날도 여느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저녁쯤 집에 들어와 밥을 먹고 아들과 딸을 보며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창밖으로 쏟아지는 눈발을 보자 가만히 평소처럼 누워만 있을 수 없었다. 금당산 중턱을 깎아서 만든 아파트 앞 도로는 경사가 가파른 데다 평소 불법주차된 차들이 양쪽 갓길을 점령해 대형 제설장비들의 진입도 불가능했다. 아파트단지 주변에서 쉴 새 없이 나는 자동차 헛바퀴 소리와 어딜 가든 제설이 전혀 안 돼 있다는 시민들의 분통도 몸을 일으켜 세우는 데 한몫했다.

신씨는 19살과 22살이었던 앞선 두 번의 폭설 때와는 달리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보였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2시간에 걸친 제설작업 끝에 종아리 높이까지 쌓였던 눈 더미가 치워지고 통행로가 회복됐다. 도로의 사정을 잘 아는 아파트 경비원과 주민들도 빗자루와 삽을 들고 인도에 쌓인 눈을 쓸어내며 함께했다. 폭설 때마다 골머리를 앓았던 도로가 그날만큼은 달랐던 것이다.

신씨는 "주민들이 지나가면서 건넨 감사 인사에 추운 줄도 모르고 제설작업에 임했다. 오히려 눈 치우기에 자발적으로 동참한 시민들 덕분에 따뜻한 시민정신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며 "요즘 경기가 어려워 힘들지만 포스코히어로즈로 선정돼 힘이 난다. 앞으로도 주위 이웃들을 살피며 더 열심히 살겠다"고 말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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