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도 주위 이웃들 잘 살필 것”
풍암동민 신용성(37)씨에게 크리스마스 이브를 앞둔 지난 2022년 겨울은 평생 기억에 남는 날이 됐다.
전국적으로 쏟아진 기록적인 폭설 속 이웃 주민을 도운 의인(무등일보 2022년 12월26일자 5면·'역대급 눈폭탄 속 뜨거운 시민정신')으로 '포스코히어로즈'에 선정됐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학창시절을 포함해 살아오면서 누군가에게 상을 받았던 기억이 손에 꼽았던 신씨에게 낯선 포스코 청암재단으로부터의 연락은 얼떨떨할 만했다.
신씨는 지난해 겨울이 유독 추웠다고 말했다. 서른 이후 업계 소속 중장비기사로 일하다 2021년 5월 지금의 스키드로더(Skid Steer Loaders)를 장만하고 '나만의 장비'를 갖춘 개인사업자로 독립했지만, 부푼 기대와 달리 현실은 녹록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기가 어려워지다 보니 독립해도 일은 들어오지 않았다. 해마다 '올해는 더 힘들어질 거란' 업계 동료들의 푸념이 들릴 때마다 '가장'이라는 왕관의 무게는 더욱 무거워졌다.
광주 도심에 역대 세 번째로 많은 폭설이 쏟아졌던 그날도 여느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저녁쯤 집에 들어와 밥을 먹고 아들과 딸을 보며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창밖으로 쏟아지는 눈발을 보자 가만히 평소처럼 누워만 있을 수 없었다. 금당산 중턱을 깎아서 만든 아파트 앞 도로는 경사가 가파른 데다 평소 불법주차된 차들이 양쪽 갓길을 점령해 대형 제설장비들의 진입도 불가능했다. 아파트단지 주변에서 쉴 새 없이 나는 자동차 헛바퀴 소리와 어딜 가든 제설이 전혀 안 돼 있다는 시민들의 분통도 몸을 일으켜 세우는 데 한몫했다.
신씨는 19살과 22살이었던 앞선 두 번의 폭설 때와는 달리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보였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2시간에 걸친 제설작업 끝에 종아리 높이까지 쌓였던 눈 더미가 치워지고 통행로가 회복됐다. 도로의 사정을 잘 아는 아파트 경비원과 주민들도 빗자루와 삽을 들고 인도에 쌓인 눈을 쓸어내며 함께했다. 폭설 때마다 골머리를 앓았던 도로가 그날만큼은 달랐던 것이다.
신씨는 "주민들이 지나가면서 건넨 감사 인사에 추운 줄도 모르고 제설작업에 임했다. 오히려 눈 치우기에 자발적으로 동참한 시민들 덕분에 따뜻한 시민정신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며 "요즘 경기가 어려워 힘들지만 포스코히어로즈로 선정돼 힘이 난다. 앞으로도 주위 이웃들을 살피며 더 열심히 살겠다"고 말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 기록적 폭설 그쳤지만 교통사고·안전사고 속출 지난 25일 오후 7시께 구례군 산동면 좌사리 성삼재 휴게소 인근 도로에서 SUV가 눈길에 빠졌다. 순천소방서 제공 최고 40㎝의 기록적인 폭설이 그친 뒤 광주·전남에서 교통사고와 안전사고가 속출했다.제설작업을 마친 도로에서는 블랙아이스가 사고를 유발하고, 제설을 위해 도로 갓길과 중앙선 등 곳곳에 눈을 쌓아둔 것 때문에 운전자들이 위험을 감수한 곡예운전을 하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26일 광주·전남 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0분께 광주 서구 계수사거리에서 동림IC 방면 도로에서 7중 추돌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가벼운 부상을 입은 60대 여성이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앞서 25일 오후 7시께 구례군 산동면 좌사리 성삼재 휴게소 인근 도로에서 SUV가 눈길에 빠졌다. 출동한 소방당국은 차량 이동이 불가능해 성삼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1.5km 가량을 걸어서 현장에 도착, 신고 접수 3시간30분만인 오후 10시30분께 A씨 포함 가족 4명을 인근 숙소까지 귀가시켰다. A씨는 조난 직후 렉카 차량을 불렀으나 폭설로 인해 출동이 힘들다는 회신을 받고 119구조대에 신고했다.성삼재 도로는 겨울철 상시 통행 제한구역으로 전남에서 유일하게 차량의 통행이 제한된 구간이었으나, 당시 남원에서 지리산 방면 입구는 통제하지 않아 자유롭게 진입이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같은날 오후 5시40분께 광주 북구 용두동 모 작업장에서 제설 작업을 하던 근로자 B(47)씨가 3m 높이에서 추락했다. 사고 충격으로 좌측 어깨와 등 부분 통증을 호소한 C씨는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또 오후 3시20분께에는 무등산 세인봉에서 일행과 함께 하산 중이던 C(66)씨가 발을 헛디뎌 넘어졌다. 땅을 짚다가 우측 손목을 접지른 C씨는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부목고정 후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사고 당시 C씨는 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철 필수 등산장비인 아이젠과 스틱을 준비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오후 1시께는 광주 광산구 광산동에서 빙판길에 미끄러진 1t 화물차가 식품공장 철문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공장 바로 옆 주택 마당에서 눈 놀이를 하던 D(9)군이 철문을 뚫고 나온 화물차에 치여 어깨 통증을 호소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한편, 이번 광주지역 폭설은 2008년 1월1일(41.9cm), 2005년 12월22일(40.5cm) 이후 가장 많은 적설량을 기록했다. 전남도 최고 30cm를 초과하는 적설량이 측정됐다.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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