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교사가 문제 베껴 재시험 치른 사립高 '뒤숭숭'

입력 2022.10.14. 18:06
교사가 온라인 문제은행서 뽑아 그대로 출제
학생들 "재시험 점수 낮으면 누가 책임지나"
학교 측 "의혹 규명하고 재발방지 힘쓸 것"
14일 오전 중간고사 시험문제 베끼기 의혹으로 재시험이 치러진 광주 모 사립고교에서 학생들이 식당에 들어서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독서과목 중간고사 문제 절반이 사설학원 풀이 문제와 일치해 재시험이 치러진 광주지역 사립고교는 뒤숭숭한 분위기를 감출 수 없었다.

학생들이 먼저 수상한 시험문제를 알아차리고 제보하면서 불과 3개월 전 시험지 유출로 홍역을 치른 대동고가 재현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가득했다.

14일 오전 찾은 학교에서는 2학년 독서과목 재시험이 치러지고 있었다. 학교 측의 자체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난 11일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개최해 재시험 결정을 내린 것이다.

문제가 된 중간고사는 이달 4일 진행됐다. 하지만 일주일 만에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시험 문제유출 의혹이 불거졌다. 독서과목 시험문제 26문항 중 13문항이 인근 학원에서 풀이된 적이 있었다는 민원이 최초로 접수된 것도 11일이었다.

학교 측은 곧바로 해당 과목 교사를 불러 진상을 확인했다. A 교사는 "시험 문제 제출일이 임박해 온라인 문제은행에서 베낀 것은 사실이지만 학원과는 연관이 없다"고 진술했다.

학교 측도 여러 사설학원에서 같은 문제들이 학습에 활용된 점, 해당 문제은행의 기출문제 416문항 중 13문항이 일치했다는 점으로 볼 때 특정 학원의 연관성이나 고의성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독서과목 중간고사 시험문제 베끼기에 활용된 온라인 문제은행?

이날 1교시 재시험을 치른 한 학생은 "이유를 떠나서 시험을 두 번이나 보는 것이 너무 스트레스다"며 "다시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종종걸음으로 식당으로 이동하던 다른 학생도 "첫 시험에 점수가 잘 나왔는데 재시험에서 점수가 낮게 나오면 누가 책임져주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논란이 된 시험문제는 해당 고교 인근 5곳의 학원에서 수업에 활용되고있었다고 학교 측은 전했다.

이 학원들은 전문적으로 예상 문제를 만들어 제공하는 모 아카데미의 문제은행을 이용했다. 중간고사 출제자인 A 교사 또한 민원이 제기된 문제의 출처를 같은 문제은행으로 지목해 일치했다.

무등일보가 이날 입수한 시험문제는 주로 과거에 출제됐던 수학능력시험 문제를 일부 변형하는 방식이었다.

업체가 제작한 문제지에도 EBS 수능특강 분석과 변형문제 모의고사 분석, 내신기출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사이트라고 홍보하고 있었다.

학교 측은 이번 사태에 대해 재발 방지에 적극 힘쓰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학교 관계자는 "시험문제 베끼기 논란은 민원이 발생하기 전 학교 자체 조사에서 밝혀냈던 내용이다"며 "전 학부모에게 가정통신문을 발송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한 학부모는 "애초 문제가 제기된 시험지 유출이 아니라 단순히 베낀 것이라고 하더라도 교사들이 책임감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광주시교육청은 해당 학교와 학원의 연관성이 낮지만 작은 의혹도 남기지 않기 위해 학교 측에 경찰 수사의뢰를 권고하고, 자체 감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나호정기자 hojeong9983@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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