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만 15년 새 3.5배 급증
원인 몰라…수술이 최선 방법
일상 건강 관리가 최선의 예방

모야모야병은 뇌혈관이 점차 좁아지며 뇌졸중이나 발작 위험을 높이는 희귀 난치성 질환이다. 초기에는 두통이나 어지럼증처럼 가볍게 나타나 조기 발견이 쉽지 않다. 뇌 속에서 벌어지는 조용한 위협, 모야모야병을 조선대학교병원 뇌신경외과 김재호 교수에게 자세히 들어봤다.
◆ 낯설지만 치명적 질환
모야모야병. 이름만 들으면 어딘가 귀엽거나 생소한 느낌을 주지만, 실상은 우리의 뇌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만성 뇌혈관 질환이다. 이 병의 이름은 일본말에서 유래했다.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주요 혈관인 내경동맥의 끝부분이 특별한 이유 없이 서서히 좁아지거나 막히게 되는데, 이때 부족해진 혈류량을 보충하기 위해 뇌 기저부에 아지랑이처럼 가느다란 미세 혈관들이 비정상적으로 자라난다. 뇌혈관 조영술로 이 모습을 촬영했을 때 마치 담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모양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15년 사이 환자 수도 급증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발표된 자료를 보면 2010년 5천325명이었던 환자 수는 매년 꾸준히 증가, 2024년에는 1만8천663명에 이르렀다. 불과 15년 사이 환자 수가 3.5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이는 진단 기술의 발달과 뇌 검진의 활성화로 인해 발견되는 빈도가 높아진 영향도 있겠지만, 수치상으로 매년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점이 크다. 과거에는 이름조차 생소한 희귀 질환으로 치부됐지만 이제는 누구나 관심을 가져야 할 뇌혈관 질환으로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설마 내가 걸리겠어’라는 안일한 생각보다는 증가하는 환자 추세에 발맞춰 뇌가 보내는 신호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관심을 가지는 태도가 필요하다.
◆ 나이별로 중상 달라
모야모야병의 증상은 소아와 성인에게서 다소 다르게 나타난다. 소아의 경우, 뇌혈관이 좁아져 뇌로 가는 혈류가 일시적으로 부족해지는 ‘일과성 뇌허혈 발작’이 흔하다. 예를 들어 아이가 뜨거운 국물을 호호 불며 먹거나, 리코더나 단소 같은 악기를 힘껏 불 때, 혹은 심하게 울고 난 뒤에 갑자기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말을 어눌하게 하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는 과호흡으로 인해 혈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아지면서 뇌혈관이 수축해 발생하는 현상이다. 대개 휴식을 취하면 금세 회복되기에 부모들이 꾀병으로 오해하고 넘어가기 쉽지만, 이는 뇌가 보내는 결정적인 구조 신호일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반면 성인은 이러한 허혈성 증상보다는 뇌출혈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비정상적으로 생성된 미세 혈관들은 구조적으로 매우 약하기 때문에 뇌압이 오르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쉽게 터질 수 있다. 뇌출혈은 영구적인 뇌 손상이나 생명의 위협으로 직결될 수 있어 소아보다 예후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안타깝게도 모야모야병이 왜 발병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역학적으로 전 세계에서 한국과 일본, 중국 등 동북아시아 지역의 발병률이 서양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점을 미뤄 볼 때 유전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추정한다. 최근 연구에서는 특정 유전자(RNF213) 변이가 모야모야병 발병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또 가족력이 있는 경우 발병 확률이 일반인보다 높게 나타나므로, 직계 가족 중에 모야모야병 환자가 있다면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뇌혈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권장된다. 감염이나 자가면역 질환 등이 발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도 지속되고 있다.
◆ 수술이 유일한 대안
한번 좁아진 혈관을 약물로 다시 넓히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재까지 모야모야병을 완치하는 약물 치료법은 없다. 약물은 두통이나 발작 같은 증상을 완화하거나 혈액 순환을 돕는 보조적인 수단으로 사용될 뿐이다. 따라서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부족한 뇌 혈류량을 늘려주는 수술적 치료가 필수적이다. 이를 ‘혈관 우회로 수술’이라고 한다. 수술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두피의 혈관을 뇌혈관에 직접 이어주는 ‘직접 혈관 문합술’과, 혈관이 풍부한 두피 조직을 뇌 표면에 덮어줘 새로운 혈관이 자라 들어가게 하는 ‘간접 혈관 문합술’이다. 소아의 경우 혈관 재생 능력이 좋아 간접 문합술만으로도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지만, 성인의 경우 두 가지 방법을 병행하는 복합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적절한 시기에 수술을 받으면 뇌졸중을 예방하고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
◆ 조기 발견·생활 속 관리
모야모야병은 원인을 모르기에 확실한 예방법도 없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 발견’이다. 아이가 평소와 달리 한쪽 팔다리를 잘 쓰지 못하거나 두통을 자주 호소한다면 지체 없이 전문의를 찾아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성인 역시 만성적인 두통이나 간헐적인 손발 저림 증상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생활 속 관리도 중요하다. 탈수는 혈액의 점도를 높여 뇌혈류를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평소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이와 함께 과도한 스트레스나 격렬한 운동, 과음 등 뇌혈관에 무리를 줄 수 있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담배는 혈관을 수축시키는 주범이므로 금연은 필수다.
김 교수는 “모야모야병은 진단받는 순간 큰 두려움을 주는 병이지만, 막연한 공포를 갖기보다는 질환을 정확히 이해하고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질환이다. 뇌가 보내는 작은 신호에 귀 기울이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라고 조언했다.

도움말=조선대학교병원 뇌신경외과 김재호 교수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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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장기’ 아플 땐 이미 늦는다
조선대학교병원 외과 신민호 교수가 간 이식 로봇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조선대병원 제공
간은 우리 몸에서 가장 묵묵히 일하는 장기 중 하나다. 해독과 대사, 면역 등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기능을 담당하지만, 이상이 생겨도 쉽게 신호를 보내지 않아 ‘침묵의 장기’로도 불린다. 그만큼 질환이 발견될 때는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특히 간암은 국내 암 사망 원인 상위권을 차지하며, 중장년층에서 치명적인 질환으로 꼽힌다. 이에 간암의 주요 위험 요인과 증상, 치료 방법, 예방법 등에 대해 조선대학교병원 외과 신민호 교수에게 자세히 들어본다.◆침묵의 장기가 보내는 마지막 경고우리 몸의 우측 상복부에 위치한 간은 ‘인체의 화학 공장’이라 불릴 만큼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영양소의 대사와 저장, 해독 작용, 면역 체계 유지 등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기능을 도맡아 하고 있다. 그러나 간은 ‘침묵의 장기’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간 내부에는 신경세포가 없어 암이 발생하거나 간이 70% 이상 손상될 때까지도 뚜렷한 통증이나 자각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 탓에 환자가 몸에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통계청이 발표한 사망 원인 통계를 살펴보면 간암은 국내 암 사망률 중 폐암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40대와 50대 남성에게서는 암 사망 원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자료를 보면 ‘간세포암(C22.0)’으로 병원을 찾은 진료 인원은 지난 2014년 5만3천113명에서 2024년 6만7천55명으로 10년 새 26.2% 증가하며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간암은 다른 암종과 달리 발생 위험 인자가 비교적 명확하게 밝혀져 있는 암이다. 우리나라 간암 환자의 60% 이상은 B형 간염 바이러스가 가장 주된 원인이며, 만성적인 음주와 C형 간염이 각각 10% 내외의 비중을 차지하며 뒤를 잇고 있다. 최근에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위험성도 크게 대두되고 있다. 특히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거나 아주 적게 마시는 경우에도 간에 지방이 과도하게 쌓여 간염을 유발하는 질환이다.최근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비만과 당뇨병 등 대사 질환 환자가 늘어나면서, 이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간암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바이러스성 간염이나 무분별한 음주, 그리고 심한 지방간은 공통적으로 간세포의 파괴와 재생을 반복하게 만드는데, 이 과정에서 간이 딱딱하게 굳는 간경변증이 발생하고 결국 간암으로 진행될 확률이 급격히 높아진다. 따라서 본인이 간염 보균자이거나 평소 음주가 잦은 경우, 혹은 비만이나 당뇨가 있다면 잠재적인 간암 고위험군임을 인지해야 한다.조선대학교병원 외과 신민호 교수가 간암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조선대병원 제공◆조용한 증상과 조기 발견의 중요성앞서 언급했듯 간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다. 혹여 증상이 나타난다 해도 피로감과 소화불량, 식욕 부진 등 일상생활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증상들과 비슷해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다. 병세가 진행돼 눈 흰자위나 피부가 노랗게 변하는 황달, 우측 갈비뼈 아래의 통증, 복수가 차올라 배가 부어오르는 증상 등이 나타난다면 이는 이미 간 기능이 심각하게 저하되었거나 암이 상당히 커졌음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간암 대응의 핵심은 ‘증상이 없을 때 발견하는 것’이다.국가암검진 사업에서는 만 40세 이상의 간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6개월마다 간 초음파 검사와 혈청 알파태아단백(AFP) 검사를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혈액 검사 수치의 변화와 초음파 영상을 주기적으로 비교 분석하는 것만으로도 조기 발견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조선대학교병원 외과 신민호 교수. 조선대병원 제공◆진행 단계·기능 별 맞춤 치료 필요간암 치료의 핵심은 암의 진행 정도(병기)와 환자의 남은 간 기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장 적절한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암이 간 내에 국한돼 있고 개수가 적은 초기 단계라면 완치를 목표로 하는 근치적 치료가 우선된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암 부위를 수술로 도려내는 ‘간 절제술’이며, 만약 간경변증이 심해 절제가 어렵다면 병든 간을 완전히 제거하고 건강한 간으로 교체하는 ‘간 이식’이 가장 이상적인 대안이 된다.수술이 부담스러운 고령이거나 암의 크기가 작은 경우에는 피부를 통해 바늘 형태의 전극을 삽입한 후 고주파 열을 발생시켜 암세포를 태워 없애는 ‘고주파 열치료술(RFA)’을 시행하기도 한다.반면 암이 여러 개이거나 혈관을 침범해 수술이 어려운 중기 단계에서는 암세포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을 찾아 항암제를 투여하고 혈관을 차단하여 암을 괴사시키는 ‘간동맥 화학색전술(TACE)’이 표준 치료로 적용된다. 또 암이 간 밖으로 퍼지거나 혈관 침범이 심한 진행성 단계에서도 최근에는 표적 치료제나 면역 항암제 등 약물 치료가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생존율을 높이고 있다. 중요한 것은 간암은 단 한 번의 시술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의료진과의 긴밀한 상담을 통해 시기별로 최적의 치료법을 적용하며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는 점이다.◆생활 속 수칙으로 예방 가능해간암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위험 요인을 차단하는 것이다. B형 간염 항체가 없다면 반드시 예방 접종을 받아야 하고, C형 간염은 예방 백신이 없으므로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도록 위생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만약 만성 바이러스성 간염 환자라면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 항바이러스제를 꾸준히 복용하며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의 진행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또 과도한 음주는 간세포를 직접적으로 손상시키므로 절주하거나 금주해야 하며, 비만과 대사 증후군은 지방간을 유발해 간암의 씨앗이 될 수 있으므로 적절한 체중 유지와 꾸준한 유산소 운동이 필수적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 마시는 술, 겪는 스트레스까지 모든 것을 걸러내는 간은 묵묵히 견디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때 무너진다. 정기적인 검진과 건강한 생활 습관만이 침묵하는 간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정리=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도움말=조선대학교병원 외과 신민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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