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끈거림·저림 등 오래 방치 시
감각신경 퇴화 등 증상 악화로
팔꿈치는 척골신경 자극 이상
"손이 보내는 경고" 진단·치료해야

성별과 나이를 불문하고 누구나 한 번쯤은 손발이 저린 적이 있을 것이다. 바닥에 양반다리를 하고 오래 앉아있으면 점점 감각이 둔해지다가 막상 일어서서 걸으려면 전기라도 통한 듯 저려서 바로 못 걷는 경우가 가장 흔한 경우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팔꿈치의 안쪽을 책상 모서리에 부딪혔을 때 새끼 손가락까지 강하게 저리는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느낌들이 바로 전형적인 신경의 압박 또는 자극으로 인한 결과다. 대다수에게 이것은 일시적으로 겪는 현상이지만, 일부는 이러한 저림 증상이 평소에도 발현돼 고민을 호소하곤 한다. 지속적인 저림 증상의 원인은 크게 혈액순환 저하 또는 신경병증으로 나뉜다. 발과 다리는 심장과 거리가 멀기 때문에 혈관질환의 빈도가 높은 반면, 손과 팔은 상대적으로 신경질환으로 인해 증상이 유발되는 경우가 많다.
신경이 눌리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일시적으로만 눌렸다가 이내 해소되는 초기에는 신경이 변성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지속되는 증상이 거의 없다. 따라서 손목 또는 팔꿈치 관절을 지속적으로 많이 굽히고 있을 때나, 강하게 움켜쥐는 등의 무리한 노동을 반복했을 때만 각 신경에 해당되는 영역이 저리게 된다. 이때는 휴식과 함께 가벼운 스트레칭을 겸하면 별다른 합병증 없이 낫는다. 하지만 그 빈도와 기간이 증가해 만성적으로 신경이 변성되면 가만히 있어도 저리거나 내 피부가 아닌 것처럼 감각이 무뎌지기 시작한다. 이 증상을 4~5년이상 방치한 극단적인 경우, 손바닥이나 손등의 근육이 위축되어 푹 꺼진 채로 병원에 내원하는 환자도 있다. 이는 마치 오래된 전깃줄이 깜빡깜빡 신호를 전달하다가 결국 정전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주상돈 한사랑병원 정형외과 원장을 통해 구조적으로 신경 압박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질환 두 가지에 대해 알아본다.
◆흔하지만 무시 못 할 손목터널증후군
팔의 감각은 겨드랑이부터 팔꿈치, 손목까지 이어지는 세 개의 신경에 의해 지배를 받고 있다. 각각의 명칭은 엄지손가락에 가까운 요골신경, 손목의 중앙에 위치한 정중신경, 팔꿈치 안쪽을 지나서 새끼손가락을 향하는 척골신경이다. 이 중에서 손목터널증후군은 정중신경이 손목 가운데에서 눌릴 때 생기는 질환이다. 말랑말랑한 정중신경은 단단한 손목 힘줄과 함께 손목터널(수근관)이라는 공간을 마치 지하철처럼 지나가며, 이 길다란 손목터널을 덮는 천장의 역할을 하는 것은 가로손목인대라는 조직이다. 만성적으로 손을 많이 사용하는 분들은 손목터널의 뚜껑에 해당하는 가로손목인대가 상당히 두꺼워져 있고, 손목 힘줄들도 염증으로 부어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조직인 정중신경은 이 두 가지 요소에 의해 물리적인 압박을 받게 되고, 이에 염증성 변화가 더해지면 전형적인 손목터널증후군의 증상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정중신경은 엄지손가락부터 4번째 손가락의 절반의 감각을 담당하고, 주먹을 힘차게 움켜쥐는 역할을 하는데, 바로 이 기능들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초기에는 화끈거림, 저림과 같은 '양성증상'이 느껴지고, 오래 방치되면 결국 감각신경이 퇴화되면서 내 피부가 아닌 듯 감각이 무뎌지는 '음성증상'이 유발되며, 최종적으로는 엄지손바닥의 근육이 비가역적으로 퇴화되는 경우도 있다. 손목터널증후군으로 인한 증상의 정도가 가볍다면 휴식과 소염제를 복용하고, 손을 쥐는 반복된 작업 및 손목을 젖히는 자세를 피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근육 위축이 발생했거나 근전도 검사에서 신경 압박이 검출되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다양한 치료방법 중에서도 1~1.5cm의 절개를 통해 10분 내외로 시행하는 '손바닥 최소 절제술'이 대표적이다. 수술 후 통증이 심하지 않으면 손목을 움직이는 것도 가능하고, 일상생활은 복귀는 바로 가능하며, 근육 위축이나 신경이 많이 진행된 경우 회복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드문만큼 세심한 진료를 요하는 팔꿈치터널증후군
팔꿈치터널증후군은 '주관증후군' 또는 '척골신경 포착증후군'이라고도 불리는 질환이다. 팔꿈치 안쪽을 어딘가에 부딪혔을 때 전기가 찌릿한 느낌, 누워서 핸드폰을 보느라 팔꿈치를 오래 구부리고 있을 때 새끼손가락이 저린 느낌이 바로 척골신경의 자극 증상이다. 척골신경은 드물게 손바닥에서 눌리기도 하지만, 대부분 팔꿈치 내측의 터널구조물을 통과하는 구간에서 압박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실제 증상은 팔꿈치와 거리가 먼 새끼손가락과 이와 연결된 손바닥 부분에 저린감이 나타나고, 팔꿈치를 구부렸을 때 심해질 수 있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네 번째, 다섯 번째 손가락과 손날 바깥쪽이 저리거나 화끈거리는 감각 증상이 있고, 오래 방치될 경우 피부감각이 둔해지거나 네 번째, 다섯 번째 손가락이 잘 안 펴지고 벌어지는 이른바 '갈퀴손' 근육마비 증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어렸을 때 골절로 인한 팔꿈치 변형이 있거나 전완근이 발달한 경우 젊은 연령에 발생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팔꿈치를 많이 사용하는 직업군의 50~60대에 발생한다.

증상이 심하지 않을 경우 ▲턱을 괴고 일하지 않기 ▲팔꿈치를 구부린 상태로 옆으로 눕지 않기 ▲반복적인 팔꿈치 노동을 줄이기 등과 같은 생활습관 교정이 필요하다. 이 사항들의 공통점은 팔꿈치를 너무 구부리지 않는 것이고, 그 이유는 척골신경이 팔꿈치 안쪽의 딱딱한 뼈에 해당하는 내상과의 뒤쪽에 자리잡고 있으므로 굴곡에 의해 자극되지 때문이다. 예방이 매우 중요한 질환이며, 근전도 검사에서 신경 이상소견이 진단될 경우 수술적 처치가 필요할 수 있다. 딱딱한 뼈와 질긴 조직들로 이루어진 팔꿈치 터널로부터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앞쪽을 향해 척골신경을 옮겨주는 '척골신경 전방 전위술'을 시행하곤 하며, 반드시 그 술식과 수술 전후의 관리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전문의에게 시술받아야 한다.
주상돈 한사랑병원 정형외과 원장은 "팔에 생기는 대부분의 질환들은 알고 보면 고생한 흔적과 같고, 저림 증상은 각각의 신경이 보내는 소리 없는 경고신호다"며 "신경질환은 일단 발생하면 호전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문의에게 체계적인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정민기자 ljm7da@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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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혈관 아지랑이처럼···평범한 두통의 경고 '모야모야병'
조선대학교병원 뇌신경외과 김재호 교수가 모야모야병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조선대병원 제공
모야모야병은 뇌혈관이 점차 좁아지며 뇌졸중이나 발작 위험을 높이는 희귀 난치성 질환이다. 초기에는 두통이나 어지럼증처럼 가볍게 나타나 조기 발견이 쉽지 않다. 뇌 속에서 벌어지는 조용한 위협, 모야모야병을 조선대학교병원 뇌신경외과 김재호 교수에게 자세히 들어봤다.◆ 낯설지만 치명적 질환모야모야병. 이름만 들으면 어딘가 귀엽거나 생소한 느낌을 주지만, 실상은 우리의 뇌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만성 뇌혈관 질환이다. 이 병의 이름은 일본말에서 유래했다.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주요 혈관인 내경동맥의 끝부분이 특별한 이유 없이 서서히 좁아지거나 막히게 되는데, 이때 부족해진 혈류량을 보충하기 위해 뇌 기저부에 아지랑이처럼 가느다란 미세 혈관들이 비정상적으로 자라난다. 뇌혈관 조영술로 이 모습을 촬영했을 때 마치 담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모양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15년 사이 환자 수도 급증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발표된 자료를 보면 2010년 5천325명이었던 환자 수는 매년 꾸준히 증가, 2024년에는 1만8천663명에 이르렀다. 불과 15년 사이 환자 수가 3.5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이는 진단 기술의 발달과 뇌 검진의 활성화로 인해 발견되는 빈도가 높아진 영향도 있겠지만, 수치상으로 매년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점이 크다. 과거에는 이름조차 생소한 희귀 질환으로 치부됐지만 이제는 누구나 관심을 가져야 할 뇌혈관 질환으로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설마 내가 걸리겠어’라는 안일한 생각보다는 증가하는 환자 추세에 발맞춰 뇌가 보내는 신호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관심을 가지는 태도가 필요하다.◆ 나이별로 중상 달라모야모야병의 증상은 소아와 성인에게서 다소 다르게 나타난다. 소아의 경우, 뇌혈관이 좁아져 뇌로 가는 혈류가 일시적으로 부족해지는 ‘일과성 뇌허혈 발작’이 흔하다. 예를 들어 아이가 뜨거운 국물을 호호 불며 먹거나, 리코더나 단소 같은 악기를 힘껏 불 때, 혹은 심하게 울고 난 뒤에 갑자기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말을 어눌하게 하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는 과호흡으로 인해 혈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아지면서 뇌혈관이 수축해 발생하는 현상이다. 대개 휴식을 취하면 금세 회복되기에 부모들이 꾀병으로 오해하고 넘어가기 쉽지만, 이는 뇌가 보내는 결정적인 구조 신호일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반면 성인은 이러한 허혈성 증상보다는 뇌출혈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비정상적으로 생성된 미세 혈관들은 구조적으로 매우 약하기 때문에 뇌압이 오르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쉽게 터질 수 있다. 뇌출혈은 영구적인 뇌 손상이나 생명의 위협으로 직결될 수 있어 소아보다 예후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안타깝게도 모야모야병이 왜 발병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역학적으로 전 세계에서 한국과 일본, 중국 등 동북아시아 지역의 발병률이 서양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점을 미뤄 볼 때 유전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추정한다. 최근 연구에서는 특정 유전자(RNF213) 변이가 모야모야병 발병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또 가족력이 있는 경우 발병 확률이 일반인보다 높게 나타나므로, 직계 가족 중에 모야모야병 환자가 있다면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뇌혈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권장된다. 감염이나 자가면역 질환 등이 발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도 지속되고 있다.◆ 수술이 유일한 대안한번 좁아진 혈관을 약물로 다시 넓히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재까지 모야모야병을 완치하는 약물 치료법은 없다. 약물은 두통이나 발작 같은 증상을 완화하거나 혈액 순환을 돕는 보조적인 수단으로 사용될 뿐이다. 따라서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부족한 뇌 혈류량을 늘려주는 수술적 치료가 필수적이다. 이를 ‘혈관 우회로 수술’이라고 한다. 수술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두피의 혈관을 뇌혈관에 직접 이어주는 ‘직접 혈관 문합술’과, 혈관이 풍부한 두피 조직을 뇌 표면에 덮어줘 새로운 혈관이 자라 들어가게 하는 ‘간접 혈관 문합술’이다. 소아의 경우 혈관 재생 능력이 좋아 간접 문합술만으로도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지만, 성인의 경우 두 가지 방법을 병행하는 복합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적절한 시기에 수술을 받으면 뇌졸중을 예방하고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 조기 발견·생활 속 관리모야모야병은 원인을 모르기에 확실한 예방법도 없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 발견’이다. 아이가 평소와 달리 한쪽 팔다리를 잘 쓰지 못하거나 두통을 자주 호소한다면 지체 없이 전문의를 찾아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성인 역시 만성적인 두통이나 간헐적인 손발 저림 증상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생활 속 관리도 중요하다. 탈수는 혈액의 점도를 높여 뇌혈류를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평소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이와 함께 과도한 스트레스나 격렬한 운동, 과음 등 뇌혈관에 무리를 줄 수 있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담배는 혈관을 수축시키는 주범이므로 금연은 필수다.김 교수는 “모야모야병은 진단받는 순간 큰 두려움을 주는 병이지만, 막연한 공포를 갖기보다는 질환을 정확히 이해하고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질환이다. 뇌가 보내는 작은 신호에 귀 기울이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라고 조언했다.조선대학교병원 뇌신경외과 김재호 교수. 조선대병원 제공도움말=조선대학교병원 뇌신경외과 김재호 교수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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