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바다먹거리··· '기르는 어업' 가치소비 이끈다

입력 2023.11.21. 11:41 이윤주 기자
⑨지속가능 양식어업 견인 ASC인증
생산에서 유통·소비까지 책임있게
친환경 양식수산물 생산 기준 마련
국제기준 적용 철저한 검증 눈길
글로벌 경쟁력 확보 어가 소득 증대
ASC는 무분별한 수산양식으로 인한 해양오염을 막고, 지속 가능한 양식어업을 목적으로 설립됐으며 책임있는 양식어업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후위기시대 전남, 미래를 일군다' ⑨지속가능 양식어업 견인 ASC인증

바다 먹거리에 대한 근심이 크다. 날로 심각해지는 해양오염에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까지 더해지며 불안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국내 수산물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전남도 고민이 적지 않다. 수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가치소비를 이끌 수 있는 국제인증에 관심이 커지고 있는 이유다.

네덜란드 세계수산양식관리협의회(ASC·Aquaculture Stewardship Council)를 찾아 지속가능한 양식어업을 위한 노력들을 살펴봤다.


◆책임감 있는 양식어업을 위하여

수산물 국제인증은 크게 '잡는 어업'과 '기르는 어업' 두 분야로 나뉜다.

전통방식인 잡는 어업의 경우 WWF(세계자연기금)가 1990년대 수산식품 유통업체인 유니레버와 손잡고 만든 해양관리협회(MSC·Marine Stewardship Council)가, 기르는 어업인 양식업은 네덜란드 지속가능 무역이니셔티브와 2010년 함께 설립한 ASC가 각각 맡아 운영하고 있다.

ASC는 무분별한 수산양식으로 인한 해양오염을 막고, 지속 가능한 양식어업을 목적으로 설립됐으며 네덜란드와 영국에 본부를 두고 있다.

기후변화로 바다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양식수산물의 비중이 크게 늘어나자 보다 책임감있는 수산물 생산을 위해 기준마련에 나선 것이다.

FAO(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 통계에 따르면 1990년 1천683만t으로 전 세계 수산물 총 생산량의 16%였던 양식 수산물 비중은 2012년 총 생산량의 절반 수준인 9천43t까지 늘었다. 201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양식수산물의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으며 FAO는 2030년에는 세계 양식 수산물 소비량이 3분의 2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양식수산업의 급속한 확산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대규모 성장산업에 기준을 만들어 인류에 책임감 있게 식량을 공급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까다로운 심사 높은 신뢰

ASC양식 인증제도는 FAO 기준에 따라 개발됐으며 '지속가능성 규격을 위한 국제단체(ISEAL Alliance)'와 같은 국제 규격 연합체 정회원으로 인정되는 유일한 양식 인증제도다.

심사는 제3자 인증제도를 통해 적합성 평가기관(CAB)이 수행하며 인증을 받은 수산물을 거래하는 모든 유통업체, 가공업체, 소매업체 모두 효과적인 추적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ASC 인증까지는 거치는 과정은 녹록치 않다.

국제표준을 기준으로 심사하며 7가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

▲국가와 지역의 법률과 규정 준수 ▲자연서식지, 지역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 보전 ▲야생개체군 다양성 보전 ▲수자원 및 수질 보전 ▲사료 및 기타 자원의 책임감 있는 사용 ▲어류의 건강개선, 항생제 및 화학물질의 적절한 관리와 책임있는 사용 ▲양식장 근로자 및 지역사회에 대한 사회적 책임 등이다.

양식장 주변 바다 환경을 깨끗하게 관리하고 유지해야 하며 사료나 수질, 항생제 사용도 심사대상이다. 직원들에게 좋은 근무 조건을 제공하기 위해 최고의 산업표준에 따라 운영하는지 여부도 심사하는 등 까다로운 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건강하고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양식수산물을 생산하고 유통·판매하는 것은 물론 그 과정과 참여하는 사람들까지도 같은 방식으로 관리해 인증제도의 취지를 오롯이 담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인증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최소 4~5개월이 걸리며 모든 과정이 투명하게 진행된다.

인증심사 일정을 ASC홈페이지에 공지한 후 현장심사를 거쳐 심사리포트 초안을 작성한다. 이어 심사리포트 초안을 홈페이지에 공지하고 외부 의견수렴을 거친 후 인증결정이 나면 다시 인증서와 최종심사리포트를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인증은 취득도 어렵지만 1년마다 재심사해 인증을 유지하는 것 역시 매우 까다롭다.


◆글로벌 경쟁력 확보

인증을 따내면 ASC라벨을 부착할 수 있다.

ASC라벨이 부착된 수산물은 인증된 책임있는 양식장에서 합법적으로 공급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인증을 받지 않는 수산물과 분리돼 양식장에서 최종 판매까지 공급망 전체를 추적할 수 있다. 국내에도 대형마트와 일부 식품업체를 중심으로 ASC인증과 라벨부착이 늘고 있다.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분명한 가치소비를 선택할 수 있다는데 의미가 크다.

현재 전 세계 ASC인증을 취득한 양식장은 올해 기준 1천778곳이며, 평가를 받고 있는 곳도 969곳에 달한다. 양식어종 표준은 11개의 ASC양식표준과 ASC-MSC해조류 표준, ASC사료표준(2025년 의무적용)이 시행되고 있다. 어종별로는 연어가 42%로 가장 많고 농어(7.3%), 무지개송어(4.5%), 새우(3.4%) 순이다.

전남에서도 ASC인증 참여가 급증하고 있다.

완도의 경우 일찌감치 전복, 톳, 다시마 인증을 획득했으며 신안은 지주식김이 인증을 받은데 이어 개체굴도 심사를 받고 있다. 장흥 무산김은 인증을 획득한데 이어 자체브랜드도 개발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진도는 최근 조도지구 다도해해상국립공원 내 10만㎡ 규모의 전복 양식장 3개소가 ASC을 획득했다. 전국 최초로 지자체와 국립공원공단, 주민 등 다자간의 협력으로 이뤄낸 의미가 크다.

ASC 관계자는 "양식장에서 식탁까지 수산물 이력을 추적할 수 있다"며 "ASC라벨은 수산물 제품의 신뢰와 가치를 상승시키는 의미있는 상징물"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위트레흐트=이윤주기자 storyboard@mdilbo.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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