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팜, 온실 벗어나 노지로··· 첨단농업 속도낸다

입력 2023.11.07. 17:33 이윤주 기자
'기후위기시대 전남, 미래를 일군다'
⑦노지스마트팜 미래농업 대안될까

'기후위기시대 전남, 미래를 일군다' ⑦노지스마트팜 미래농업 대안될까

경상북도 안동시 임하면 오대리 예향농원. 입구를 따라 들어서니 빨갛게 익은 사과가 주렁주렁 매달린 나무들이 수확철임을 알린다. 조금 더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이번엔 전혀 다른 형태의 사과나무들이 즐비하게 늘어서있다. 시설하우스 골조 같은 철제기둥에 나무들이 Y자 모양으로 뻗어 있다. 철제기둥과 나무 사이사이 넓직한 통로는 다양한 농기계가 이동하기에 충분하다.

이곳은 국내 최초 ‘사과 노지 스마트팜’ 중 하나로, 총 1㏊ 면적에 최첨단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첨단시설과 장비가 설치돼 있다. 예향농원 임영호 대표는 전용 어플을 통해 실시간 상황을 확인하며 시설을 운영한다. 기상대를 통해 날씨를 예측하고, 생육에 최적화된 온도와 습도를 조절한다. 또 시간에 맞춰 자동으로 물과 비료를 분사하고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병해충 감염 여부와 열매 상태 등 생육 정보도 확인한다.


◆국내 최초 '사과 노지스마트팜'

경상북도 안동시 '노지 스마트농업 시범사업' 조성단지는 국내 최초 '사과 노지 스마트팜'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공모에 선정, 총 245억원을 투입해 61.5㏊에 스마트 생산·단지를 조성하고 데이터센터와 실증단지 등을 설치했다.

총 61개 농가가 참여하고 있으며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설비를 구축하고 올해부터 7년 동안 데이터를 수집하게 된다.

사과 노지 스마트팜 역시 각종 첨단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시간에 맞춰 물이나 비료를 공급하는 관수·관비 자동화시설 같은 기본 설비부터 자동차광막, 안개분사식으로 약제를 살포하는 에어포그, 생육 관리를 위한 CCTV, 병해충 예찰을 위한 IT페로몬 트랩, 생육과정을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AI카메라 등 기술 집약체다.

일사량, 습도, 강우량, 풍향 등 실시간 기상상황을 측정하는 기상대에서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시설을 운영하고 1m 간격으로 설치한 토양센서를 통해 깊이별 지온·지습 등 데이터를 측정한다.

곳곳에 달린 CCTV와 AI카메라를 통해 병해충 감염 여부와 열매 상태 등 생육 정보도 실시간 확인한다.

페로몬으로 해충을 끌어들여 스마트팜 해충을 분석하고 자율주행 방제기와 방제 드론 등 장비를 활용해 사람이 하는 것보다 훨씬 쉽게 농약을 살포한다.

사람을 따라 움직이는 다목적 이송기는 가지치기한 나뭇가지나 사과 이송 등 다양한 목적으로 편리하게 활용한다.

자동차광막은 자동으로 날씨를 인식해 차광막을 여닫아 관리에 도움을 준다.

데이터센터와 농가가 인터넷으로 연결돼 생육 정보부터 기상 데이터, 병해충 자료 등을 AI를 기반으로 수집·분석해 농가에 제공된다. 농가에선 관제시스템을 통해 과원에 설치된 장비를 가동시키는 등 농장 관리 프로그램을 제어할 수 있다.

임 대표는 "스마트팜을 구축하면 당장 농사가 쉬워질 것이라는 생각하지만 아직까지 체감하기 어렵다"며 "그래도 노동력을 절감하고 품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농사 경험이 없는 청년이나 귀농인들이 농촌에 보다 빠르게 정착할 수 있도록 기간을 단축시켜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작물지도로 기후변화 대응까지

우리나라의 경우 첨단기술을 농업에 접목한 스마트팜이 확대되고 있지만, 막대한 비용에 품목도 한정적이라 농가 보급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국내 농경지 90% 이상이 노지인데다 소농들의 비중이 높은 것도 제약이 됐다.

안동 사과 노지 스마트팜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보다 기존 실내 온실을 벗어나 노지로까지 스마트팜의 영역을 확장시켰다는 점이다.

농촌의 인구 감소, 고령화 등으로 농업 노동수급은 갈수록 악화되고 농자재값의 상승, 기후변화로 인한 재배지 북상으로 사과 산업은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노지 스마트팜에 거는 기대가 적지 않다.

실제 안동 사과 노지 스마트팜 사업 성과를 분석한 결과 생산성과 상품화율은 각각 25%와 10% 향상됐으며, 노동시간(관수·관비)과 병충해 피해는 약 50% 정도 감소해 비용은 줄고, 생산성은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안동 사과 노지 스마트팜 시범사업을 이끌고 있는 한국미래농업연구원은 노지스마트팜 관련 연구를 이어가며 미래 농업을 선도하는 전문 연구기관이다. 2020년 비영리단체인 안동스마트팜사업단으로 출발해 지난해 말 농림축산식품부 설립허가를 받아 재단법인이 됐다.

한국미래농업연구소 내 노지스마트팜 데이터센터.?

현재 데이터센터를 통해 사과 노지 스마트팜 참여 농가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 분석해 농가와 공유하고 있다. 농가의 영농활동이 생산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고 앱 알림 서비스를 통해 분석 결과를 알려주고 각 정보들은 농가별 영농일지로 기록된다.

올해 페로몬으로 해충을 끌어들여 스마트팜 해충을 분석하는 IT페로몬트랩은 올해 예찰을 통해 농가에 정보를 공유하며 확산방지에 큰 역할을 했다.

현재는 사과 농장의 데이터만 분석하고 있지만 관련 정보가 쌓이면 향후 배나 복숭아 등 다른 작물 재배에도 효과적으로 활용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 장비 개발에도 매진하고 있다.

스마트팜 관련 설비의 경우 수입부품 비중이 높아 비용이나 관리 측면에서도 국산화가 시급하다.

생산과정을 넘어 유통단계까지 영역을 확장시키기 위한 방안도 모색 중이다.

사과 포장재에 QR코드를 부착, 생산이력을 소비자가 볼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향후 농가의 출하 데이터를 수집해 출하량과 등급별 관리까지 생산에서 유통, 판매까지 전 과정을 데이터화해 과학영농을 실현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미래농업연구원 조재훈 책임연구원은 "사과는 물론 대상 품목을 점차 확대해 경북은 물론 전국의 작물지도를 만들어가는 것도 필요하다"며 "다양하게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물별, 지역별 표준매뉴얼을 만들어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storyboard@mdilbo.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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