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대담] "정치인 말한마디 조심하고 신중하고 겸손해야"

입력 2025.02.24. 20:05 김만선 기자
⑥·끝-지역 원로 언론인 이훈 전 무등일보 주필
어느 사회나 좌우 갈등은 있어
언론 끝임없는 팩트체크 중요
삼인성호처럼 거짓이 진실돼
언론 역할 방치땐 정치인 이용
혹한에도 집회현장 키세스혁명
대한민국의 힘이자 저력 보여줘
이훈 전 무등일보 주필은 혼란한 정국에서 언론이 국민이 기댈 수 있는 곳이 되어야한다고 역할을 강조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약력-▲1942년 광주 출생 ▲광주고-전남대 국문과 ▲1968년 전남일보(현 광주일보)에서 기자생활 시작 ▲2006년 무등일보 편집인 겸 주필로 기자 생활 마감

윤석열의 반헌법적 불법 친위쿠테타에도 여론이 요동치는 기이한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반헌법 세력을 지탄할 것이라는 야당의 기대와 달리 내란수괴 윤석열을 지지하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르고, 파시스트를 연상케하는 극단주의자와 극우 기독교 세력의 준동이 거세다. 윤석열이 내란을 일으킨날 '광주'를 뺀 전국 군에 비상계엄사가 만들어졌다는 끔찍한 사실이 드러나는 등, 윤석열 내란의 실체가 매우 심각하고 위중했다는 것을 상기하면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와중에 일부 언론 행태가 문제라는 지적이 거세다. 사실 확인 없이 극단주의자들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며 이들의 스피커를 자처한다는 지적이다. 객관성이라는 미명하에 오히려 국민 판단을 흐리게 한다. 격동의 해방공간에 나서 4·19와 5·16 군사쿠데타를 목도하고 5·18때는 현직기자로 현장을 지켜본 지역의 원로 언론인 이훈 전 무등일보 주필께 혼란한 시대 언론의 역할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현직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내란 사태를 어떻게 보고 계신지요. 광주는 45년 전 전두환 내란의 직접 피해지역인데요.

▲윤석열의 행태에 굉장히 불쾌했다. 우리 세대는 일제 말에 태어나 6·25전쟁 의 폐허 위에 초등학교를 다녔고, 고등학생 때는 4·19를, 대학생 때는 5·16을 겪었다. 언론사에 입사해서는전두환의 반헌법적 비상계엄과 광주시민들이 항거, 5·18을 겪었다. 박정희나 전두환 같은 사람들에게 시달리다가 겨우 숨통을 텄다 생각했다. 우리가 어떻게 쟁취한 민주화인데, 국민들이 피와 땀으로 쌓은 것인데 윤석열이 하루 만에 이 민주화의 성을 헐려고 했다. 그러나 잘 해결될 것으로 믿는다. 우리나라 국민은 대단한 국민이다. 70년 만에 나라가 급진적으로 발전한 것은 정부 덕이 아니라 국민이 잘 해나온 덕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권은 극우와 결탁해 박정희와 이승만의 반민족적이고 반역사적인 범죄는 감추고 이들을 띄우는 몰역사적 행태를 자행했습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박정희는 과오도 엄청나지만 중공업 육성이나 과학인재 양성 등 국가 발전에 일정 부분 중요한 역할을 해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 있다. 그러나 이승만은 결이 다르다. 이승만은 부정부패로 임시정부에서조차 탄핵 당했던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 해방 공간을 틈타 다시 권력을 잡아 대통령이 됐고, 대통령이 된 후에 얼마나 많은 국민을 희생시켰나. 또 이승만이 청산을 방해한 일제 잔재가 지금 극우의 뿌리가 됐다. 일제 잔재들이 남아 우리나라를 다 잡아 뒤흔들고 있다. 무엇보다 이승만은 부정선거로 국민에게 쫓겨난 대통령 아닌가.

이훈 전 무등일보 주필은 혼란한 정국에서 언론이 국민이 기댈 수 있는 곳이 되어야한다고 역할을 강조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이렇게 혼란할 때, 어느 때보다 언론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언론의 사명이 요구되는데요.

▲노사갈등, 젠더갈등, 정규직·비정규직 갈등 등 이 사회에는 수 많은 갈등이 있다. 최근에는 윤석열 내란으로 좌우갈등이 최고조에 다다른 양상이다. 어느 사회에나 좌우갈등은 있다. 우리의 경우 6·25전쟁 때 얼마나 심했나. 그 이후로 잠잠해지다 요즘 다시 완전히 첨예화됐다. 언론이라면 이것을 과제로 삼고 첨예화한 갈등을 어떻게 순화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핵심은 언론이 제 역할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가장 손쉬우면서 필요하고, 반드시 해야할 일이 바로 언론의 사실확인, 팩트체크다. 경마식으로 보도하면 오히려 사실을 오인하게 만들 위험이 크다. 끝없이 팩트체크가 이어질 때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다. 공당이라는 국민의힘까지 사법부를 부정하고 무너뜨리려는 행태를 하고 있다. 대통령이라는 자는 친위쿠데타를 저지르고, 국회는 저 지경이고, 언론은 무차별적 보도나 하고, 도대체 국민이 기댈 곳이 없다. 이럴 때 일수록 언론이 국민이 믿을 수 있는 곳, 기댈 수 있는 곳이 돼야 한다.

-국민의 언론에 대한 신뢰도 높지는 않습니다. 국민이 믿고 기대는 존재가 되기위한 필수조건 같은게 있을까요.

▲앞서 말했듯 팩트 체크를 계속해가다보면 신뢰를 쌓을 수 있을 것이다. 한 발 더 나가 팩트를 확인하고, 이를 대중이 이해하기 쉽게 도표나 지도 등 이미지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국민이 한 눈에,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친절한 언론이 돼야한다.

-언론의 고질적 문제점 중 하나가 받아쓰기, 경마식 보도인데 혼란한 시국에서 그 폐해가 적나라합니다.

▲언론의 오래된 고답적 속성이다. 경마식 보도를 하더라도 팩트체크를 바로 이어준다면 신뢰감이 들텐데, 거짓말까지도 '누가 무슨 말을 했다'고 보도해버리니 문제다. 삼인성호라고 세 사람이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없는 호랑이가 있게 되는 것이다. 나중에는 거짓말이 진실인양 된다. 이러한 언론의 속성을 정치인들은 가장 잘 악용한다. 큰 문제다.

이훈 전 무등일보 주필은 혼란한 정국에서 언론이 국민이 기댈 수 있는 곳이 되어야한다고 역할을 강조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유튜브가 저널리즘을 대체하고있습니다. 유튜브 영향력이 커지며 폐해도 심각합니다.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니 이런 세태가 빚어진 것이 아니겠나. 모두 핸드폰을 가지고 있어 유튜브는 언제 어디서든 보기가 편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신문, 리거시미디어는 던지고 보는 유뷰브와 달라야할 책무가 있다. 문제를 던지기만 하지 말고 깊이 파고 들어가 분석해야 한다. 유튜브 세력이 커지며 극우 유튜버들의 주장을 그대로 믿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엄중히 생각해야한다. 확증편향이 있는 사람들은 법도 무엇도 다 필요 없다. 그렇기에 이러한 세태를 헤쳐 나가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도 끊임없이 잘못된 것을 지적하고 체크하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지 않겠나.

-정치권의 역할도 요구되는데요. 국민의힘은 극우 정당으로 전락한 지경이고, 그럼에도 민주당이 절대대적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잘해야한다. 정치인들이 말 한마디도 조심하고, 신중하게 해야한다. 국민을 대하는 말 한마디, 몸몸짓 하나하나가 중요하다. 대선 판국이 오면 더 요동 칠 것이다. 서로 겸손해야한다. 일부가 너무 말을 함부로 한다. 말을 함부로 하고 제 세상인 것처럼 굴면 국민정서가 오히려 안 좋다. 국민의힘이 더 올라가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지역에서도 민주당에 대해 비판이 거셉니다. 욕먹어가며 지지하는데 중앙당도 제역할을 못하고 지역 정치도 퇴보한다는 지적이 거셉니다.

▲정치권이 지역만 믿고 교만하게 날뛰는 것이다. 정서는 다르지만 지역이 정치인들의 볼모 노릇을 하는 것은 대구도 같은 입장이다. 옛날에는 부산과 대구, 광주가 최고의 야도였다. 그런데 박정희가 지역 갈라치기를 하면서 특정 정당이 지역을 볼모로 하는 정치가 뿌리를 내렸다. 정치인들도 각성해야한다. 지금 1등이라고 영원히 1등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숱한 정치인의 명멸이 이를 증명한다.

-어지러운 시국 속 지역민들에게 위로와 당부를 전하신다면.

▲우리 국민은 위대하다. 너무 미래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역사학자 E.H.카는 '역사는 사행(蛇行)한다'고 말했다. 뱀처럼 옆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하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다시 윤석열이 패를 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데 절대 그러진 않을 것이다. 조금 시간이 걸릴 뿐이라고 확신한다. 이러한 확신의 근거는 우리 국민이다. 대단한 국민아닌가.역사적으로 우리 국민의 기가 있다. 나라를 이만큼 키워오는데 그 기가 역할했다. 최근에도 '키세스 혁명'이 있었다. 폭설과 강추위에도 은박으로 감싸고 윤석열 체포 집회 현장을 지킨 국민들이다. 결국은 정도로 갈 것이고 잘 해결될 것이다. 역사는 방향이라는 것이 있다. 퇴행할 수도 있으나 반동과 작용, 반작용의 과정이다. 결과는 잘 갈 것이니 절망할 것 없다고 말하고 싶다. 속은 상하고 기분은 나쁘지만 그것 때문에 많은 지역민이 상처 받거나 크게 걱정하지 않았으면 한다.

정리=김혜진기자 hj@mdilbo.com

사진=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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