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민원 쏟아져…하루 뒤 재개
마지막까지 47세대·85명 머물러
"주민들과 협의해 결정했다" 변명

"연기가 아직도 심한데, 이틀 만에 대피소 문을 닫는다니 당황스러웠죠."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피해 주민 대피소가 운영 이틀 만에 종료됐다가, 주민들의 항의와 불만이 이어지자 하루 만에 다시 문을 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진화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둘러 대피소를 철수한 뒤 여론 악화를 의식해 뒤늦게 재운영에 나선 광산구의 대응을 두고 '뒷북 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광산구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부터 하남다누리체육센터에 금호타이어 화재 피해 주민들을 위한 2차 대피소가 마련됐다. 광주여자대학교 체육관에 설치됐던 1차 대피소 운영이 종료된 지 하루 만이다.
광산구 재난안전대책본부는 화재 발생 이틀째인 18일 오후, 진화율이 95%에 도달하고 소방 대응 단계가 2단계에서 1단계로 하향되자 대피소 운영 종료를 결정했다. 1차 대피소 누적 이용자는 137세대, 249명이었다.
광산구 관계자는 "당시 주불은 대부분 진화됐고, 대피소에 머물던 일부 주민들도 '오늘 밤까지만 지내고 내일 귀가하겠다'는 의견을 보여 철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운영 종료 당시에도 47세대, 85명이 여전히 대피소에 머무르고 있었다. 1차 대피소에 체류했던 한 주민은 "화재가 주말을 넘겨 월요일까지 이어지면서 출근과 등교가 걱정됐지만, 연기와 냄새가 계속돼 집으로 돌아가기가 꺼려졌는데 갑자기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대피소가 철수된 직후 화재 현장 상황은 오히려 악화됐다. 공장 내부 타이어 원재료 더미 등에서 200여개의 잔불덩이가 추가로 발견됐고, 구조물 붕괴 위험까지 제기되면서 진화 작업은 난항을 겪었다. 완전 진화는 20일 정오께가 돼서야 선언됐다. 현재까지도 공장 내부 열기와 가연성 물질로 인해 연기와 분진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주민들의 건강 피해 호소도 이어졌다. 1차 대피소 운영이 종료된 19일, 광산구청 1층 송정보건지소에 마련된 피해 접수처에는 하루 만에 558명이 방문해 총 1천127건의 피해를 접수했다. 대부분 목 따가움, 두통, 피부 가려움 등을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왜 진화도 끝나지 않았는데 대피소를 닫았느냐"는 주민들이 불만이 쏟아졌고, 광산구에는 대피소 재개 요청 민원이 잇따랐다. 이에 광산구 직원들이 한 아파트 단지를 찾아 임시 수요조사를 벌였고, 약 35세대가 입소를 희망했다.
결국 광산구는 대피소 운영 종료 하루 만에 2차 대피소를 다시 열 수밖에 없었다. 하남다누리체육센터 3층과 4층에는 텐트 100동이 설치됐으며, 이날 오전 8시 기준 28세대 57명이 입소했다. 누적 이용자는 41세대 73명이다.
광산구 관계자는 "입소 희망 인원이 적다면 구청 회의실을 임시 대피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었지만, 현장 조사 결과 예상보다 많은 주민들이 대피소 재개를 요청했다"며 "장소 섭외와 구호 물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수요조사 이튿날 저녁에야 2차 대피소 운영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대피소 운영은 대피 명령에 따른 것이 아니라 자치구 차원에서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선제적 조처였다"며 "1차 대피소 철수도 현장에 있던 주민들과 협의해 결정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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