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연출·기획 등 만능 엔터테인먼트 된 곤충 선구자

입력 2022.02.23. 15:53 나윤수 기자
[미래식량 곤충이 답이다]
④담양곤충자원연구회 회장 손승모씨
딤얀군 봉산면 방축마을 손승모씨는 지역 곤충업계의 대부로 만능엔터테인먼트로서 선구적 역할을 하고 있다

[미래식량 곤충이 답이다]? ④담양곤충자원연구회 회장 손승모씨

우리나라 곤충 산업에서 담양군은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담양군 봉산면 방축 마을의 손승모(56·담양군 황굼협동조합대표)씨는 전남 곤충 산업의 선구자적 역할을 한 인물이다. 지금도 전국에서 사람들이 곤충 산업 선도 지역 담양군을 보고 배우려 몰리고 있다. 그래서 일찍부터 전남 곤충 산업 선도지역 하면 담양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담양군이 지역 곤충 산업의 선도 지역으로 도약하는데 손씨의 실험정신과 도전정신이 빛을 발했다. 곤충 연출과 기획에서 체험프로그램의 R&D까지 도맡아 하고 있는 곤충의 만능 엔터테인먼트가 바로 손승모씨다.


◆화공학과 졸업한 발파 전문가

어릴적에 누구나 '파브르 곤충기'를 한번씩 읽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손씨도 시골에 살면서 곤충과 놀기를 좋아했다. 사슴벌레나 풍뎅이를 잡아 노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관심도 많았다. 그런 그가 곤충을 인생진로를 바꾼 데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흔히 말하는 굼벵이는 꽃벵이로 둔갑해 농가 소들을 올려주는 귀한 곤충이다

손씨는 대학에서 화공학을 전공했다. 그는 젊은 한때 전도 유망한 발파 전문가였다. 도로공사에 근무하면서 대형 도로 공사 발파를 전문으로 진행했다. 그러던 그가 방향 전환의 결정적 계기를 맞는다. 지금부터 20년전 남원~전주간 4차선 공사중 커다란 곤충을 만난다. 그 곤충을 보는 순간 어릴적 곤충을 좋아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는 문득 "벌레를 보는 순간 뭔가 좋아하는 곤충 일을 할수 없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했다. 살아있는 생물에 관심이 많던 그에게 '큰 벌레의 발견'은 방향을 틀게 된 운명적 사건이었다고 회고 한다.

곤충 사육을 결심하고 귀향을 한 때가 2000년대 초반이었다. 당시는 곤충 산업이라는 개념 자체가 불분명 했다. 경제적 자립은 커녕 무모한 도전에 가까웠다. 벌레를 관찰하고 키우는데 흥미가 있다고 해도 무작정 뛰어들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때부터 손씨는 전국의 곤충 사육 현장을 누빈다. 그러나 현실은 척박했다. 대부분 애벌레 몇 마리와 성충 몇 마리가 사육의 전부였다.

그는 최소한 사업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길이 필요하다고 깨닫는다. 곤충을 키우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키운 곤충을 파는 것이 문제였다. 그는 스스로 길을 내야 했다. 판매처를 만들기 위해 왜 곤충이 좋은지 사람들을 설득하기 시작한 것이다.

담양곤충체험학습장은 축제 현장에서 다양한 이벤트로 참가자들의 인기를 독차지 한다

◆꽃벵이 특화 제품 되다

길을 뚫던 그에게 희망을 열어준 계기는 2011년 임업법이었다. 임업법에 14가지 식용곤충이 지정되면서 사업의 길이 열리고 인근 함평나비 축제 성공도 곤충사업에 대한 기폭제가 돼 주었다. 나비 축제는 나비라는 생물이 사업이 될 수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2014년 예천 곤충축제도 곤충을 다시 보는 계기로 사업 가능성을 높이는 계기였다.

'봄철 메뚜기 잡기'는 철을 뛰어넘는 발상으로 어린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손승모씨가 사육지로 택한 고향 담양 봉산면 방축 마을은 지리적 이점이 있었다. 기후가 온화하다는 것이 장점이었다. 그는 현재 15년 노하우로 애완용 장수 풍뎅이와 사슴벌레, 약용으로 꽃벵이를 특화해 그만의 노하우로 최고 품질을 생산하고 있다. 꽃벵이는 흔히 알고 있는 굼벵이다. 굼벵이 하면 게으르다는 말이 먼저 떠오른다. 흔히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는 속담을 떠올린다.

손씨는 "굼벵이는 게으르지도 않지만 구르는 재주만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한다. 굼벵이도 한 동물로서 나름 귀한 존재라는 것이다. 그가 키우는 꽃벵이는 최고 품질을 위해 충분히 잠을 잔 6개월산만을 고집한다. 처음 꽃벵이 사업도 만만하지는 않았다. 고단백인 굼벵이를 분말로 처리하면 쉽게 상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환으로 만들어 병에 담아 판매했지만 소화가 안된다는 단점이 드러났다.

수많은 실험 끝에 손씨는 꽃벵이를 먹기 좋은 제품으로 만드는데 성공한다. 소비자들이 거부감 없이 안전하게 먹을 수 있어야 곤충 산업이 성공할 수 있다고 손씨는 꽃벵이를 즙으로 만든 액상차와 캡슐 꽃벵이를 선보였다. 그가 만든 액상차와 캡슐은 특허를 획득해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손승모씨의 체험 학습장은 매년 프로그램을 다향화해 체험 학습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다

현재 캡슐 꽃벵이는 약이 아니기 때문에 주문생산으로만 판매중이다. 그의 제품은 상하지 않고 소화가 잘 되는 장점으로 안정적인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구르는 재주가 있는 굼벵이가 손씨에게는 안정적 소득을 안겨주는 효자 곤충으로 변신한 것이다. 현재 연간 100㎏ 정도의 꽃벵이를 생산해 판매 중이다.


◆재미는 물론 인성교육 강조

손씨는 곤충 사업가이면서 한편으로는 곤충을 활용한 연출·기획자로도 명성이 높다. 곤충에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도입해 사람과 곤충의 거리감을 좁히는데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꽃벵이 애벌레 보관

그가 기획한 '봄철 메뚜기 체험'은 철을 뛰어넘는 아이디어로 축제 현장에서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봄철 메뚜기 체험'은 입소문이 나면서 참가자들이 모여들고 있다. 가을철 메뚜기를 봄에 잡는다는 발상의 전환이 가져온 히트 상품이다.

덩달아 손승모씨가 설립한 담양 곤충체험학습장은 전국에서 견학 올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담양 곤충체험학습장은 자체 제작한 곤충영상관람을 비롯해 직접 키운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를 생태 관찰하는 살아있는 체험으로 꾸며져 있다. 그는 곤충을 통해 재미와 인성교육을 강조한다. 곤충 특유의 생명력을 통해 인성교육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중고등학생을 위한 진로 교육 프로그램을 선보여 곤충으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미래 식량 자원으로 곤충을 다시 보게 해 미래 식량자원의 장으로 학생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곤충이 단순히 먹는 것에 벗어나 놀이적 요소와 진로에까지 영향을 주는 현장이 담양곤충체험 학습장이다.


◆늦은 나이에도 생물학 박사 도전

먹기 좋은 제품으로 포장도 고급화 하고 있다

지역 곤충사육의 개척자답게 손승모씨는 50대에도 학업을 포기하지 않는다. "공부하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50대 농부의 인생철학을 실천 중이다. 손씨는 늦은 나이에 대학에서 생물학 박사과정에 도전중이다. 늘그막에 공부하면서 자기 분야를 헤쳐나가는 정열이 오늘의 그를 있게 했다. 그는 몸으로 체득한 곤충학자로서 지역 실정에 맞는 품종 개발에도 끊임없이 도전하는 산증인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귀농자들에 대한 멘토 역할에도 적극 참여중이다. 자기가 경험한 것을 아낌없이 후배 곤충인들에게 내어 주려는 의도다.

곤충으로 귀농하려는 사람들에게 시행착오를 줄여주려는 그의 마음이 통했다. 지금도 그가 조직해 회장을 맡고 있는 담양곤충자원연구회는 지역 곤충 발전의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곤충 조직으로는 최초로 설립돼 선구자적 곤충연구모임이라는 자부심이 크다. 지난 2016년 발족해 운영중인 담양곤충자원연구회는 현재 18농가가 모여 곤충 사육농가의 연구와 정보창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손승모씨는 곤충 사육 1세대로서 "지역을 기반으로 사업하면서 혼자 알고 있는 지식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서 담양곤충연구회를 조직했다"면서 "사육 농가가 함께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행복한 농부의 길로 갔으면 한다"

꽃벵이는 6년산을 최고로 친다

손씨는 곤충으로 귀농하려는 사람들에게 따끔한 충고도 아끼지 않는다. 대부분 "곤충이 돈 벌게 해준다"는 말만 듣고 찾는 이가 많다고 한다. 그는 일단은 먼저 경험해 볼 것을 권한다. 무슨 사업이든 자기와 맞아야 한다는 것이 소신이다. "매스컴만 믿고 도전했다가는 큰코다친다"는 경고도 서슴지 않는다.

지역 곤충의 1세대 개척자로서 후배 귀농 사육자들이 금과옥조로 새겨들을만하다. 손씨는 "곤충 산업도 단기간에 승부가 나는 일이 아니다"면서 "자신에게 맞는 곤충을 골라 행복한 농부의 길로 갔으면 한다"고 말한다. 곤충을 통해 새로운 농업미래를 설계하는 손씨야말로 미래 식량산업의 개척자라 해도 지나치지는 않다. 연구하고 노력하는 손씨 같은 개척자가 있는 한 미래 식량자원 곤충 산업이 결코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나윤수기자 nys2510857@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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