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재 법정에 앉아 있는 대통령. 한달 넘게 그를 보고 있다. 착잡하다. 그러나 더 힘든 일이 있다. 태연하게 거짓말하고 부하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구차하고 비겁하다. 12.3 내란 못지않게 슬픈 광경이다.
법정 밖도 참담하긴 마찬가지다. 가짜뉴스와 궤변이 넘쳐나고 혐오와 광기, 선동과 폭력이 휘젓고 있어서다. 법원 하나는 이미 쑥대밭이 됐고 헌법재판소도 비상이다. 문화강국은 고사하고 하루아침에 후진국이 돼버렸다. 물론 진원지는 윤석열이다.
더 곤혹스러운 것이 있다. 그와 한몸임을 선언한 극우 기독교(개신교)다. 전광훈이 대표적인 예다. 그는 수년 전부터 아스팔트 위에서 세를 불렸다. 박근혜-윤석열 지키기와 문재인-이재명 타도가 단골 주제였다. 누가 봐도 정치집회지만 예배라 하면서 헌금함도 돌렸다. 그는 하나님의 대리자처럼 행동했고 그의 말은 진리로 대접받았다.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 교만과 신성모독이 하늘을 찔렀다. 경악할 망언이었지만 이름난 목사들 몇은 그를 추켜세웠다. 12.3 내란 후에는 윤석열을 구해야 한다며 폭언과 선동을 이어갔다. 급기야 체제부정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최근에는 손현보목사가 부상했다. 야당 대표 비난과 극우 이념을 주제로 정치설교에 열올리던 이였다. 금년 들어서는 탄핵반대 전국 순회집회를 이끌고 있다. 대형교회 목사들도 거들고 나섰다. 그의 주장도 전광훈과 다르지 않았다. '부정선거가 있었고 그 뒤에는 중국이 있다.' '12.3 계엄은 계몽령이었다.' 윤석열과 극우 유튜버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 증폭시켰다. 물론 거짓 정보들로 짜깁기한 궤변이다. 그의 목표도 역시 윤석열 구하기다.
적지 않은 유명 목사들과 대형교회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잘해야 양비론이고 판단중지다. 그래서 많은 국민이 의아해한다. 당연히 질타와 질문이 터져 나온다. 기독교가 원래 그런 종교였는가?
첫째, 그들의 관심은 예수와 신앙이 아닌 권력과 돈에 있다. 물론 누구에게나 특정 정파를 지지하거나 비판할 권리가 있다. 당연히 경제활동의 자유도 갖는다. 문제는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사업을 기독교 신앙인 것처럼 꾸민다는 데 있다. 심지어 '보수가 성경적'이고 '하나님은 우파'라고 주장한다. 윤석열은 우파 하나님이 택해 사용하는 도구로 추앙되고 윤석열 구하기는 하나님의 일, '영적 전쟁'으로 포장된다. 윤상현의원이 '하나님의 공의를 위해 싸운다'고 말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그는 국민의힘 기독인회 회장이다. 비슷한 예들은 과거에도 있었다. 나치 독일의 타락한 목사들은 '히틀러는 하나님의 선물이고 나치즘은 하나님의 소명'이라고 설교했다. 광주학살 3개월 후 이땅의 정치목사들도 조찬기도회를 열어 전두환을 칭송했다. '공의의 하나님을 신앙하는 기독교'일 수 없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둘째, 그들의 삶과 세계에는 예수의 가르침인 생명과 사랑이 없다. 대신 적대와 분열, 증오와 저주로 가득하다. 군대를 동원해 국민 기본권을 뺏으려 한 윤석열을 엄호하는 것이 사랑일 수는 없다. '수거, 사살, 폭사' 등 노상원 수첩의 험악한 작전계획을 생명과 사랑의 하나님이 기뻐할 리도 만무하다. 살벌한 고문 도구들을 보고도 12.3 내란이 옳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웃을 네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에게 대적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아무리 성경 구절을 인용하고 십자가로 치장한들 그들의 신앙을 '생명과 사랑의 기독교'라고 할 수는 없다.
셋째, 그들의 세계관과 정치적 신념도 가짜뉴스와 궤변으로 오염되어 있다. 정치의 영역에서는 이성과 합리가 중요하지만 교회와 기독교는 믿음과 순종을 강조한다. 이성과 토론을 불온시하는 교회가 현실 정치에 관심가질 때 특별히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자칫 가짜뉴스와 궤변을 걸러내지 못한 채 확증편향과 맹신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목사도 물론 예외일 수 없다. 특히 과학과 인문학, 신학계의 성과에 무관심한 목사들은 종종 시대착오적인 정치이념에 빠지고 그것을 하나님의 뜻으로 선포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목사에게도 순종해야 한다고 교육받은 교인들은 목사의 잘못된 정치이념까지 기독교의 가르침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그 결과는 교회와 기독교가 가짜뉴스와 궤변을 확산시키는 '거짓숭배의 신앙'으로 타락하는 것이다. 이를 '진리의 기독교'라고 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넷째, 결국 우리는 선동과 폭력으로 치닫는 교회와 기독교를 만나게 된다. 전 정부 때에도 전광훈은 청와대 습격과 문재인 체포를 선동했다. 교인들은 공권력을 향해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화염병까지 던졌다. 12.3 내란 후에도 그는 헌정 유린과 법원 공격을 부추겼고 그를 따르는 전도사들은 서부지법 난동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더욱 위험한 것은 그 폭력을 하나님의 이름으로 정당화한다는 사실이다. 김재원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은 법원 폭동을 '성전', 폭도들을 '아스팔트 십자군'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변호인단에 합류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도 '법원이 잘했으면 그랬겠느냐'며 법원 폭동을 엄호했다. 그는 교회 장로고 기독교계 지도자다. 2천년 기독교 역사에서 가장 큰 비극이었던 중세 십자군과 마녀사냥 때의 세계관을 보는 듯했다. 우리나라 기독교(개신교)의 140년 역사에서 큰 수치였던 해방후 서북청년단의 악몽도 함께 떠올랐다. 물론 예수는 그렇게 가르치지 않았다. 그것을 '화해와 평화의 기독교'라 할 수 없는 것도 당연하다.
하나님의 이름으로 권력과 돈을 숭배하고 거짓을 유포하며 폭력을 선동하는 극우기독교의 일탈이 선을 크게 넘었다. 12.3 내란보다 더 위험한 병리라 할 수 있다. 사악한 권력보다 타락한 종교가 더 위험한 것은 사람의 영혼과 정신을 병들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은 지금 준엄하게 묻는 것이다. 그들의 선동집회와 정치설교 어느 곳에 예수의 생명과 평화와 사랑이 자리할 수 있는지, 내란 우두머리를 지키기 위해 가짜뉴스와 궤변을 퍼나르는 그곳에서 과연 진리를 찾을 수 있는지, 혐오와 폭력을 선동하는 그들의 신앙을 기독교라고 할 수 있는지 국민은 묻고 있는 것이다. 국민 기본권과 기독교의 운명이 함께 위태로운 지금, 양비론과 침묵으로 사실상 악의 편에 서는 것이 과연 목사와 교회의 바른 처신인지도 국민은 함께 묻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정녕 기독교일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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