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의 눈에는 오직?
미국, 일본 두 나라밖에 안 보이고,?
균형외교, 국익, 나라의 품격, 이런 것은?
안중에 없다는 사실이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부시 미국 대통령의 환대를?
받으며 한국 대통령 최초로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 묵었다고 한국 언론이 대서특필했다
이대통령은 환대에 취했는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허용해 촛불시위를 가져왔다
이대통령이 가장 역점을 두고 정성을?
쏟은 일이 외교였다고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내치다
그는 이렇다 할 내치의 치적을 쌓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외교적 환대에 취해?
내치를 소홀히 할까봐 경계의 글을 남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환대를 받으며 5박 7일의 미국 국빈 방문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일요일에 귀국했다. 윤석열 정부가 이번 방미의 최대 성과로 여기는 ‘워싱턴 선언’을 두고 한국 내의 평가가 엇갈린다고 뉴욕 타임즈(NYT)가 보도했다. NYT는 “윤 대통령이 낮은 지지율과 한국의 오랜 전통인 ‘외교적 신중함’을 위협할 수 있는 미국 선회 정책에 강한 우려를 갖고 있는 대중들의 냉담한 반응 속에 귀국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지난해 윤 대통령이 당선된 후 행한 다른 모든 일과 마찬가지로 ‘워싱턴 선언’에 대한 한국의 평가는 양극화됐다”고 한국 내 반응을 소개했다.?
보수 쪽에서는 ‘워싱턴 선언’을 북한의 핵무기 확장 억제를 위한 큰 성과로 보는 반면 진보 쪽에서는 확장 억제가 아니라 오히려 위기의 확장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워싱턴 선언’에 담긴 대로 미국의 전략핵잠수함의 한반도 전개가 동북아의 긴장을 더 높이고 북한에 핵무기 확장 구실을 줄 거라는 우려 때문이다. NYT는 군사 동맹국인 미국과 최대 교역국인 중국 사이에서 ‘외교적 균형’을 모색해온 한국 정부의 외교 전통을 윤석열 정부가 흔들고 있다는 점도 거론했다. 이는 한국의 보수 언론이 언급을 회피하는 내용이다.
뉴욕 타임즈의 지적대로 윤석열 정부는 균형 외교를 포기하고 한미동맹을 신성시하고 한미일 3자 공조 체제 구축을 외교 목표로 삼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미국이 원하는 한일간의 화해를 위해 강제징용 배상에 대한 우리 대법원 판결조차 무시해서 국민적 분노를 자아냈다. 징용 당사자인 일본 기업을 놔두고 엉뚱한 한국 기업이 대신 보상한다는 발상은 도대체 누구 머리에서 나온 것인가. 우리집 애가 옆집 힘센 애한테 얻어맞았는데 사과는 필요 없고, 우리 식구더러 대신 보상하라고 하면 말이 되는가. 역사든 외교든 우선 상식에 맞아야 한다.?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의 눈에는 오직 미국, 일본 두 나라밖에 안 보이고, 균형외교, 국익, 나라의 품격, 이런 것은 안중에 없다는 사실이다. 한미일 공조 체제에 도움이 된다면 무슨 일이든 못할 게 없어 보인다. 다음은 또 어떤 기발한 발상이 나올지 걱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 초청 만찬에서 미국 노래 ‘아메리칸 파이’를 불러 박수를 받았다고 한다. 좋은 미국 노래가 많은데 하필 부르기 어렵고 서양염불 같은 노래를 선택했는지 알 수가 없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미 의회 연설 영어 실력이 대단하다고 칭찬하는 친구들이 많아 맨 앞 5분만 들어보았다. 영어 발음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나는 과거 김대중 대통령, 반기문 UN 사무총장, 박근혜 대통령의 영어 연설을 들어봤는데, 김대중, 반기문은 예전에 배운 영어라 발음이 좋지 않았고 박근혜는 꽤 발음이 좋았다.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발음은 박근혜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5분 듣는 동안 내 귀에는 단수, 복수 등 틀린 데가 두 군데 들렸고, 40분 다 들으면 오류가 많지 싶다.
문제는 영어 오류가 아니고 내용이다. 영어야 좀 못하면 어떤가. 윤석열 대통령은 작년 5월 취임사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35회 사용했는데, 이번 미 의회 연설에서는 46회를 사용해 기록을 경신했다. 귀국 전 하버드대학을 방문해 케네디스쿨에서 한 연설의 주제도 ‘자유’였다. 지금 자유가 시대정신인가? 아니다. 자유는 반세기 전 꽤 중요한 시대적 화두였다. 지금은 아무도 자유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지금은 양극화, 인구절벽, 기후온난화, 에너지 위기 이런 것이 시대적 화두다. ‘자유’를 수십 번 외치는 연설을 듣는 사람들이 과연 공감할까, 이상하다고 생각할까. 그것도 특히 하버드대학에서. 하버드 학풍은 매우 진보적이어서 ‘자유’를 갖고 교수, 학생들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
왜 윤석열 대통령은 이렇게 자유에 집착할까? 그것은 젊을 때 읽은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의 자유>(1980)라는 책의 세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시장만능주의의 교과서 격인데. 모든 문제를 시장이 가장 잘 해결할 수 있으니 정부는 일절 손을 떼라는 내용이다. 경제학의 문외한이 읽으면 혹하기 쉬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바로 그렇다. 밀턴 프리드먼은 1973년 칠레에서 군부쿠데타로 집권한 피노체트 정권을 자유시장주의에 부합한다는 이유로 지지해서 세계 양심적 지식인들의 지탄을 받았다. 이 쿠데타로 3천명이 살해됐고, 수만명이 투옥됐으며 수십만명이 국외로 탈출했다. 피노체트 정권은 인간 백정 정권이었다. 이런 천인공노할 정권을 찬양하는 밀턴 프리드먼이 말하는 자유란 도대체 무슨 자유인가.?
내가 하버드대학 유학 시절 하루는 졸업식장을 지나가고 있었는데, 마침 밀턴 프리드먼이 명예박사 학위를 받고 있어 잠시 구경한 적이 있다. 작은 키의 프리드먼이 앞으로 나가 학위증을 받는 순간 하버드 야드에 운집한 대학생들이 일제히 ‘칠레, 칠레, 칠레’를 외치며 항의하는 게 아닌가. 나는 역시 하버드대학은 다르구나 하고 뿌듯하게 생각했다.?
외교적 환대를 조심하라.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부시 미국 대통령의 환대를 받으며 한국 대통령 최초로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 묵었다고 한국 언론이 대서특필했다. 이대통령은 환대에 취했는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허용해 촛불시위를 가져왔다. 내가 이명박 대통령의 한 측근 한테서 들은 바로는 이대통령이 가장 역점을 두고 정성을 쏟은 일이 외교였다고 한다. 특히 외국 원수를 만나게 되면 그 사람의 이력, 특기, 취미 등을 미리 공부했다가 적재적소에 언급해서 외국 원수의 환심을 사는 데 특기가 있었다고 한다. 이는 사업가 스타일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내치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렇다 할 내치의 치적을 쌓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외교적 환대에 취해 내치를 소홀히 할까봐 경계의 글을 남긴다. 경북대 명예교수, 참여정부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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