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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견된 통합 갈등, 즉흥 봉합 안 돼···상설 조정기구 서둘러야”

입력 2026.08.24. 09:34 김종찬 기자
출범 50여일 만에 노사·노노·시의회 충돌 잇따라
의대·조직개편·정무부시장 인선 과정서 조정력 한계
청사 기능·기관 통폐합·재정 배분 등 갈등 현안 산적
전문가·시민사회 “대표성 갖춘 공론·중재 구조 필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청 광주청사. 무등일보DB

전남광주통합특별시(광주특별시) 출범을 계기로 옛 광주와 전남, 전남 서부권·동부권, 도시와 농촌 등 각종 이해관계에 따른 갈등·대립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광주특별시 첫 조직개편과 정무부시장 인선을 둘러싼 집행부와 의회간 충돌은 예고편에 불과하다. 36년간 전남도민의 숙원이던 국립 의과대학 설립 논란은 물론, 청사별 기능 배치와 공공기관 통폐합 등 폭발성이 큰 이슈들이 잠재돼 있거나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이해관계가 얽힌 갈등 주체 대신 상설 조정기구 등을 통해 숙의와 협치의 구조 안에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23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특별시가 출범한 지 두 달여 만에 특별시와 공무원노조, 광주청사 노조와 무안청사 노조, 시와 시의회, 광주와 전남, 전남 서부권·동부권 간 갈등이 잇따라 수면 위로 올랐다. 문제는 갈등을 체계적으로 조정·관리할 공식 테이블 조차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시장과 정치권 등이 뒤늦게 중재에 나서거나 당사자 간 협상에 의존하는 방식이 되풀이 되면서 초대 특별시의 시정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남권 통합의대 설립 문제가 대표적이다. 국립목포대학교와 국립순천대학교는 2024년 11월 대학 통합을 전제로 국립의대를 공동 유치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후 14차례 협상에서도 통합대학 본부와 의대·대학병원 소재지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결국 민형배 특별시장이 두 대학 총장과 지자체장 등을 잇달아 만나며 뒤늦게 중재에 나섰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행정기관이 초기 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채 갈등의 이해당사자인 두 대학의 협상에만 의존한 결과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조직개편도 갈등의 뇌관이 됐다. 시는 지난 21일 현행 4실·7본부·24국을 4실·8본부·27국 체제로 확대하는 ‘2026년 하반기 조직개편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러나 당초 지난 7월에 추진했던 개편안은 핵심 기능과 인력의 청사별 배치를 둘러싼 공직사회의 반발로 시의회 제출이 무산됐다. 일정도 한 달가량 늦어졌다. 협의기구 없이 행정의 일방적인 통보 방식이 노조의 불만을 샀다는 분석이다. 노조의 반응도 갈렸다. 광주노조와 전남1노조는 종전 근무지 보장과 인사상 불이익 방지 원칙이 실제 조직 운영과 후속 인사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열린노조는 주요 정책 결정 기능이 여전히 광주청사에 집중됐다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조직의 틀은 마련됐지만 청사별 직급과 정원, 승진·보직 기회를 배분하는 후속 인사가 또 다른 갈등을 촉발할 수도 있는 셈이다.

정무부시장 시민추천제를 둘러싼 생채기도 여전하다. 시의회는 관련 조례 개정 전에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절차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시는 인사청문회를 준비하기 위한 행위일 뿐이라며 맞섰다. 양 측은 시가 조례를 개정한 뒤 후보자를 다시 지명해 인사청문을 요청하는 방향으로 접점을 찾았다. 시의회도 후속 절차에 협력하기로 했지만 ‘의회의 조례제정권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며 유사한 절차 논란이 반복될 경우 또 다시 충돌이 재현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해결해야 할 현안은 더 많다. 주청사 문제와 3개 청사의 실질적인 기능 배치, 산하 공공기관 통폐합, 공직자 인사·수당 체계 조정, 5개 자치구의 일반시 전환과 재정 배분, 통합지원금 사용처 등 산더미다. 어느 하나도 특정 지역·기관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롭지 않은 사안이다.

전문가들은 충분한 숙의 없이 통합이 속도전으로 추진된 만큼 지금이라도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결정에 승복할 수 있는 제도적 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광섭 호남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통합 전, 충분한 공론화와 숙의 과정이 없었던 만큼 청사 배치와 의회 구성, 권역별 이해관계 등을 둘러싼 갈등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인구와 지역 대표성을 고려해 갈등조정위원회를 구성하고, 이 곳에서 결정된 사안에는 각 주체가 승복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갈등의 성격을 분석하고 사안에 적합한 공론장을 설계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기우식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사무처장은 “갈등중재위원회와 같은 전문기구를 설치할 필요성이 있다”며 “위원회가 갈등의 성격을 분석한 뒤 당사자와 시민 대표, 제3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론 구조를 설계하고 시민주권위원회 등 민주적 의사결정 기구와 연계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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