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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터) 15분만에 포기하던 쥐가 60시간을 버틴 이유

입력 2026.06.01. 16:14 한경국 기자

존스홉킨스 대학교의 생물학자 커트 리히터 박사가 1950년대에 진행한 야생 쥐 실험은 인간의 심리와 회복탄력성을 이야기할 때 절대 빠지지 않는 전설적인 연구다. 이 실험은 우리가 극한의 절망 속에서도 무엇을 붙잡고 살아가는지, 희망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이 어떻게 물리적인 생존력으로 직결되는지를 과학적으로 증명해 냈다.

리히터 박사의 실험 설계는 단순하지만 잔인했다. 그는 먼저 야생 쥐들을 물이 가득 찬 유리 항아리에 넣고 얼마나 오랫동안 헤엄치며 버티는지 관찰했다. 야생 쥐들은 뛰어난 수영 능력을 갖추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항아리에 들어간 지 불과 15분 만에 헤엄치기를 포기하고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체력이 다해서가 아니었다. 낯선 환경에 던져진 공포, 이 항아리에서 절대 빠져나갈 수 없다는 무기력과 절망이 쥐들의 생존 의지를 꺾어버린 것이다.

여기서 리히터 박사는 결정적인 변수를 도입한다. 또 다른 쥐 그룹을 항아리에 넣고, 이들이 지쳐서 포기하기 직전인 14분쯤 됐을 때 슬쩍 쥐들을 건져 올렸다. 그런 뒤 몸을 말려주고 쉬게하고, 다시 물이 든 항아리에 넣었다.

이 작은 구조 작업이 가져온 결과는 경이로웠다. 잠깐의 구조를 경험한 쥐들은 다시 물에 들어가자마자 포기하지 않았다. 이 쥐들이 버텨낸 시간은 고작 몇 분 연장된 수준이 아니었다. 무려 평균 60시간 동안이나 멈추지 않고 헤엄을 쳤다. 15분 대 60시간, 무려 240배에 달하는 초인적인 버팀이었다.

쥐들의 신체 조건은 이전과 달라진 게 없었다. 바뀐 것은 오직 하나, 자신이 조금만 더 버티면 누군가 구해줄지도 모른다는 기억, 즉 희망이었다. 한 번의 구조 경험이 쥐들의 뇌 속에 이 상황은 끝이 있으며 결국 빠져나갈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준 것이다.

우리의 삶도 때로는 물이 가득 찬 항아리처럼 사방이 막막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번아웃, 실패,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같은 상황 속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잃어버리는 것은 체력이 아니라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이다.

스스로를 살리는 힘은 거창한 성공이 아니라, 과거에 아주 작게나마 성취했던 기억, 혹은 누군가 내밀어 주었던 따뜻한 손길 같은 작은 희망의 단서들이다. 지금 혹시 지치고 무기력하다면, 자신을 항아리 밖으로 건져 올려 줬던 인생의 작은 기억들을 떠올려 보자.

한경국 취재3본부 부장대우 hkk4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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