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내가 운영하고 있는 치과에 점잖게 보이는 92세 환자가 진료실에서 다짜고짜 큰 소리로 불만을 호소한 일이 있었다.
우리 치과에서 틀니 수리 진료를 받으셨던 환자인데 돌연 병원을 찾아와 틀니 수리를 하지않고 비용을 청구했다는 것이다. 진료 기록과 수리 사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는 이를 ‘허위 청구’라 단정 지으며 막무가내로 사과를 요구했다. “일을 키우지 않을 테니 사과하라”며 고함을 지르는 환자의 모습 앞에 나는 형언할 수 없는 황당함과 어이없음을 느꼈다.
치과의사로서 지켜온 소신이 한순간에 부정당하는 느낌이었다. 환자의 본인 주장만 앞세우며 수리하지도 않은 틀니를 허위로 청구했다고 막무가내로 사과를 요구하는 환자 앞에서, 나는 개원 이래 처음으로 이성을 잃고 목소리를 높였다.
억지 주장 앞에 그동안 지켜왔던 진료 철학이 부정당하고 한순간에 훼손되는 삶의 품격을 목도하며 느낀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환자 하고 싶은대로 알아서 하시라”는 말을 끝으로 상황은 멈췄지만, 상처 입은 자존심과 허망함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얼굴은 얼이 나오는 굴이라는 말이 있다. 얼은 정신적 줏대를 의미한다. 바로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 그대로 얼굴에 나타난다는 의미이다. 어릴적에는 부모 가르침을 받고 자라다보니 얼이 형성되지 않아서 자신의 얼굴 형태를 갖추지 못하지만 나이가 먹으면서는 자신이 만든 얼굴에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예전에는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럽게 어른이 된다고 믿었다. 세월이 쌓이면 경험이 생기고 그 경험이 지혜가 되어 어른은 존중받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나이는 더이상 존중의 근거는 아니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존중을 기대하는 순간 관계는 어색해진다. 그때 일을 생각해보면 나도 많은 생각과 후회감이 든다. 상대가 어떻든 흥분하지 않고 품격있게 행동했어야 하는데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나눔이 품격이다. 재능을 나누어도 좋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일이면 더 좋다. 나눔이 품격있는 삶, 그 자체다.
둘째, 건강이 품격이다. 매일 술에 절어 아침을 맞이하는 사람에게 무슨 비전과 열정이 있겠는가.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하는 시기인 중년의 최대 걸림돌은 나쁜 건강과 나쁜 습관이다. 중년의 건강이 노년의 건강을 좌우한다. 당장 뛰쳐나가 운동을 하자. 운동을 통해 앞으로 30년동안 쓸 수 있는 몸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내몸안에 세포가 새롭게 만들어지는데 걸리는 시간이 평균 6개월 정도라고 한다. 6개월 열심히 투자해서 30년 건강한 몸으로 살자. 건강해야만 중년 노년때 배우자와 자식들을 힘들게 하지 않고 인생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품격은 배려에서 나온다. 배려는 결코 자신을 낮추는 행위가 아니다. 오히려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잃지 않고 감정과 태도를 절제할 수 있는 힘이다. 우리는 종종 배려를 양보나 손해로 오해한다. 한발 물러서는 것이 약함처럼 보일때도 있지만 그러나 진짜 배려는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타인을 의식하는 동시에 자신을 통제할 줄 아는 내면의 질서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배려는 기술이 아니라 품격이다. 품격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매순간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선택의 중심에는 언제나 배려가 있다.
넷째, 감사와 풍요이다. 감사의 마음은 풍요의 마음에서 시작된다. 마음이 채워진 사람만이 감사할 수 있고 그 감사는 다시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그 순환이 쌓일 수록 사람의 태도는 깊어지고 관계는 단단해진다. 결국 풍요로운 마음이 품격을 만들 것이다.
내 나이 이제 중년인데 중년의 품격은 세월이 만들어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그것은 선택의 결과다. 어떤 태도로 말할 것인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타인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따라 같은 나이도 전혀 다른 무게를 갖는다.
세월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른다. 그러나 그 시간을 어떻게 채우느냐에 따라 사람의 깊이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세월이 흐른다고 모두가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른의 품격을 갖추어야 어른이 되는것이다. 스스로를 다듬고 품격을 쌓아가는 사람만이 비로소 어른의 자리에 선다.
지금 우리는 나이를 먹고 있는가 아니면 어른이 되어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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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권익위원칼럼] 무등산 친환경 트램, 통합특별시의 ‘과감한 여정’을 소망하며
8년 전인 2018년 봄, 무등산 국립공원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되었을 때 필자는 이 지면을 통해 설레는 마음으로 한 편의 글을 기고했다. 8천700만 년의 신비를 품은 서석대와 입석대, 규봉암의 수려함을 누구나 쉽게 누릴 수 있도록 원효사에서 장불재를 잇는 기존 군용 도로에 ‘로맨틱한 친환경 산악 관광 트램’을 놓자는 제안이었다. 스위스 융프라우나 일본 하코네처럼, 자연 훼손은 최소화하고 생태가치는 극대화하여 세계인의 발길을 이끄는 우리 지역만의 독보적인 킬러 콘텐츠를 만들자는 청사진이었다.?그로부터 8년이 흐른 2026년 오늘, 강산도 변한다는 시간 동안 지역의 행정.경제 지형도는 상상 그 이상으로 거대하게 요동치고 있다. 지금 광주·전남은 단순한 도심 개발의 차원을 넘어, 오는 7월 ‘전남광주통합특별시’라는 하나의 초광역 자치정부 출범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인구 320만 명, 서울의 20배가 넘는 거대한 메가시티가 탄생하는 역사적 변곡점이다. 분절되어 있던 행정 구역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중앙정부의 막강한 권한 이양과 재정 특례가 주어지는 지금,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명확하다. 이 거대한 거버넌스의 통합이 시민들의 삶과 지역 경제에 어떤 실질적인 혁신을 가져다줄 것인가 하는 점이다.그동안 광주와 전남은 인공지능(AI) 클러스터와 반도체 특화단지 등 첨단 미래 산업의 통합에는 속도를 내왔지만, 정작 지역 경제의 또 다른 한 축인 관광·문화 분야의 유기적 결합에는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대형 복합쇼핑몰 유치와 광주공항 이전 등 도시이용인구 3,000만 시대를 향한 도심형 문화.여가시설 확충만으로는 외지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지역에 체류하게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 결국 해답은 대체 불가능한 우리 지역만의 독보적인 자연원형 자산, 그리고 광주와 전남을 심리적·물리적으로 하나로 묶어주는 영산(靈山)인 ‘무등산’에 있다.이제 8년 전 던졌던 산악열차라는 담론을 2026년 ‘통합특별시’의 시대정신과 메가시티 규모의 경제에 맞게 완전히 새롭게 업그레이드하여 실행에 옮겨야 한다. 무등산 산악열차는 이제 광주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담양, 장성, 화순, 나주 등 무등산권과 인접한 전남의 내륙권 생태 관광 자원을 하나로 꿰어내는 초광역 관광 벨트의 앵커 프로젝트이자 메인 컨트롤 타워가 되어야 한다.지금 우리가 추진해야 할 산악열차는 첨단 기술과 녹색 생태가 공존하는 2026년형 ‘스마트 그린 모빌리티’다. 기존의 군용 도로 레이아웃을 100% 활용하되, 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친환경 ‘수소 연료전지 기반 산악 트램’이나 ‘무인 자율주행 트램’을 도입하는 것이다. 이는 과거 환경 훼손을 우려했던 지역 시민단체들과도 충분히 ‘생태적 상생’의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 강력한 명분이 된다. 여기에 초광역 정부가 주도하는 AI 기술 역량을 접목해, 트램의 통창을 AR(증강현실) 글라스로 구축하자. 열차가 무등산을 오르는 동안 창밖으로 8,700만 년 전 화산 활동으로 주상절리가 형성되던 태고의 신비가 가상현실로 펼쳐지는 에듀테인먼트 명소를 구현하는 것이다.통합특별시가 가져올 시너지는 상상만으로도 짜릿하다. KTX와 SRT를 통해 송정역에 도착한 국내외 여행객들이 도심의 복합쇼핑몰을 즐기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문화예술을 만끽한 뒤 친환경 산악열차를 타고 무등산 최정상 지왕봉에 오른다. 계절마다 다양하게 변하는 무등산의 절경을 관람하고 눈 아래 펼쳐진 광주 도심의 야경과 전남의 드넓은 평야를 동시에 조망한 뒤, 하산하여 제안했던 산수동의 기념품 거리와 양동시장을 거쳐 남도 전역의 마이스(MICE) 인프라로 뻗어 나가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된다.2018년의 제안이 상상력에 기반한 한낱 ‘꿈’이었다면, 무등산 정상부 개방과 군부대 이전이 가시화되고 특별법 통과로 강력한 재정 자치권과 규제 완화 특례를 쥐게 된 2026년의 제안은 당장 실현 가능한 ‘지방분권형 핵심 전략’이다. 규모의 경제를 갖춘 통합특별시는 대규모 전략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 재정적·행정적 엔진을 가졌다. 더 이상 규제와 부처 간 이견을 핑계로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언제까지 무등산을 멀리서 ‘바라만 보는 산’으로 남겨둘 것인가. 교통약자도, 세계의 여행객도 차별 없이 남도의 영산을 누릴 수 있도록 과감히 문을 열어야 한다. 새로 출범할 전남광주통합특별시와 지역 사회가 이제는 머뭇거림을 끝내고 ‘로맨틱한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빨간색 산악열차가 무등산의 푸른 능선을 달리는 그날, 통합특별시는 비로소 첨단 산업과 청정 자연, 여행자의 가슴을 설레게 할 낭만적인 관광 콘텐츠가 완벽하게 살아 숨 쉬는 세계적인 메가시티로 거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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