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다가오자 집권당의 자원이 격전지로 쏠린다. 대구와 부산·울산·경남에는 대형 공약과 인적 자원이 집중되고, ‘잡은 물고기’인 광주·전남은 버려진 카드 신세다. 격전지에 총력을 기울이는 걸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문제는 이 장면이 일회적 풍경이 아니라 반복 재생되온 구조라는 점이다. 시작 때나 반짝 광주를 찾고, 선전용 정책을 잠시 휘날리다, 경선이 끝나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집권당이 대표해야 할 지역을 방치하고 이용이나 하는, 무도한 반정치적 행태다.
정청래 대표가 ‘특별한 보상’을 내걸고 대대적으로 출범한 ‘호남발전특별위원회’는 배반감의 상징이다. ‘특별한 보상’을 내건 기구지만 의결권도, 예산 집행권도 없다. 그렇다치자. 이 특위가 지역 현안을 해결하거나, 지속가능한 대형 정책을 반영했다는 등의 어떠한 소식도 없다. 당 대표의 장식용 브로치였단 말인가.
설상가상, 정부와 여당이 이재명 정부의 ‘5극3특’을 상징할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에 필요한 기본비용마저 내던졌다. 참담하다. 대통령과 여당의 약속이 선언에 불과했던가. 이처럼 광주·전남에 허울뿐인 선언과 약속이나 난무하는 동안, 경상권엔 대형 ‘선물 보따리’가 투하된다.
민주당은 지역민의 절대적 지지를 언제나 이용해왔다. 그러나 경쟁이 사라진 자리에 민주당은 책임을 내팽개쳤고, 분노한 지역민의 정치 혐오는 방임을 강화하는 역설이 반복됐다. 공천=당선 지역에서 선거는 형식이고, 지역은 발전 주체가 아니라 정부나 중앙당이 던져주는 선물이나 기다리는 노예 신세로 전락했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는 한 ‘선물 보따리’는 계속 격전지로 향하고, 호남은 순서나 기다리는 신세를 면치 못한다.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다. 민주당이 저토록 무도한 짓을 자행한데는 광주·전남의 압도적 지지, 다정이 병이다. 선택지가 없는 것도 아니다.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범 민주진영에 선택의 폭은 열려 있다. 그럼에도 투표로 응징하지 않고 기권이라는 형식으로 흩어졌다. 그러나 회피는 역설적으로 민주당의 방임과 무책임을 강화하는 꼴이 될 뿐이었다. 징벌적 기권이 저항처럼 보이지만, 정치적으로는 악화를 구축하는 양태다.
민주당의 태세전환을 촉구한다. 광주·전남을 더 이상 도구로 짓밟아선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보상이 아니라 경쟁의 회복이다. 지역민도 민주당 길들이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정치혐오로는 정치를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외부의 위험과 내부의 방조가 결합할 때 악이 발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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