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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터) 조용한 위기

입력 2026.04.05. 18:46 이정민 기자
주철현·민형배·신정훈·김영록 더불어민주당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경선 후보가 31일 후보 선출 광주KBS토론회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전국 최초 광역 통합이라는 상징성, 320만 인구를 아우르는 ‘메가시티 수장’ 선출. 겉으로만 보면 이번 전남·광주 통합특별시장 선거는 흥행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전혀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이 중심에는 더불어민주당이 있다.

광주·전남은 오랜 기간 민주당의 텃밭이었다. 문제는 그 ‘텃밭’이 이제는 정치적 경쟁을 질식시키는 공간으로 변질됐다는 점이다.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이어지는 구조 속에서 본선은 사실상 의미를 잃었다. 선거의 핵심인 경쟁과 검증, 긴장감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은 무관심이다.

이번 통합시장 선거는 그 폐해가 극단적으로 드러난 사례다. 후보들은 지역 정치인 중심으로 구성됐고 전국적 파급력을 가진 인물은 찾아보기 어렵다. 정책 경쟁과 비전 대결은 실종됐다. 후보들은 토론회나 자신들의 SNS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친분만 과시한다. 초등학생들이 “내가 더 이 친구랑 친해!”라고 하듯 유치하기 그지없다. 유권자들이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냉소를 보내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민주당의 경선 운영 방식이다. 이른바 ‘정책배심원제’는 이름만 그럴듯했을 뿐, 실제로는 질문 몇 개 던지는 수준의 형식적 장치에 그쳤다. 평가도, 권한도, 책임도 없는 배심원제는 후보 검증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다. 심지어 선택된 배심원들은 질문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질문 자체를 거부하는 기이한 상황도 벌어졌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민주당의 경선 순서다. 통상적으로 타당과 경쟁이 치열한 지역부터 경선을 진행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이번에는 텃밭인 광주·전남을 가장 먼저 경선 무대로 올렸다. 결과적으로 관심은 분산됐고, 선거는 이슈를 만들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반면 다른 지역은 정반대다. 대구는 김부겸 전 총리의 등판으로 판이 커졌고, 서울 역시 거물급 인사들의 출마설만으로도 전국적 관심을 끌고 있다. 경쟁이 있으니 이슈가 생기고, 이슈가 있으니 유권자가 움직인다.

이번 통합시장 선거는 단순한 한 번의 선거가 아니다. 광주와 전남의 미래 권력 구조를 설계하는 출발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무관심 속에 치러진다면, 그 결과 역시 정당성을 온전히 확보하기 어렵다.

텃밭에 안주한 정치가 만들어낸 것은 승리가 아니라 무관심이다. 이 무관심이야말로 민주주의를 좀먹는 가장 조용한 위기다.

이정민 취재1본부 차장 ljm7da@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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