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최초 광역 통합이라는 상징성, 320만 인구를 아우르는 ‘메가시티 수장’ 선출. 겉으로만 보면 이번 전남·광주 통합특별시장 선거는 흥행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전혀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이 중심에는 더불어민주당이 있다.
광주·전남은 오랜 기간 민주당의 텃밭이었다. 문제는 그 ‘텃밭’이 이제는 정치적 경쟁을 질식시키는 공간으로 변질됐다는 점이다.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이어지는 구조 속에서 본선은 사실상 의미를 잃었다. 선거의 핵심인 경쟁과 검증, 긴장감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은 무관심이다.
이번 통합시장 선거는 그 폐해가 극단적으로 드러난 사례다. 후보들은 지역 정치인 중심으로 구성됐고 전국적 파급력을 가진 인물은 찾아보기 어렵다. 정책 경쟁과 비전 대결은 실종됐다. 후보들은 토론회나 자신들의 SNS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친분만 과시한다. 초등학생들이 “내가 더 이 친구랑 친해!”라고 하듯 유치하기 그지없다. 유권자들이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냉소를 보내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민주당의 경선 운영 방식이다. 이른바 ‘정책배심원제’는 이름만 그럴듯했을 뿐, 실제로는 질문 몇 개 던지는 수준의 형식적 장치에 그쳤다. 평가도, 권한도, 책임도 없는 배심원제는 후보 검증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다. 심지어 선택된 배심원들은 질문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질문 자체를 거부하는 기이한 상황도 벌어졌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민주당의 경선 순서다. 통상적으로 타당과 경쟁이 치열한 지역부터 경선을 진행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이번에는 텃밭인 광주·전남을 가장 먼저 경선 무대로 올렸다. 결과적으로 관심은 분산됐고, 선거는 이슈를 만들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반면 다른 지역은 정반대다. 대구는 김부겸 전 총리의 등판으로 판이 커졌고, 서울 역시 거물급 인사들의 출마설만으로도 전국적 관심을 끌고 있다. 경쟁이 있으니 이슈가 생기고, 이슈가 있으니 유권자가 움직인다.
이번 통합시장 선거는 단순한 한 번의 선거가 아니다. 광주와 전남의 미래 권력 구조를 설계하는 출발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무관심 속에 치러진다면, 그 결과 역시 정당성을 온전히 확보하기 어렵다.
텃밭에 안주한 정치가 만들어낸 것은 승리가 아니라 무관심이다. 이 무관심이야말로 민주주의를 좀먹는 가장 조용한 위기다.
이정민 취재1본부 차장 ljm7da@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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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터) 신상공개
광주 광산경찰서 전경
어린이날이었다. 아이들의 웃음이 넘쳐야 할 날, 광주는 깊은 공포에 잠겼다.일면식도 없는 여고생을 향해 흉기를 휘두른 20대 남성. 그는 경찰 조사에서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다 범행했다”고 진술했다.그러나 정말 ‘우발적 선택’이었는지, 아니면 치밀하게 준비된 ‘대상 없는 공격’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피의자는 흉기를 준비했고, 늦은 밤 길거리를 배회하다가 범행 대상을 골랐다. 이는 충동적 행동이라기보다 누군가를 향해 방향이 설정된 아주 치밀한 계획범죄라는 의심이 든다.‘극단적 선택’이라는 표현은 이 사건의 책임을 흐릴 위험이 있다. 마치 사회가 그를 잘못된 길로 이끈 것이 아닐까라는 동정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그냥 흉악범일 뿐이다.범행을 저지린 후 행적을 보면 그것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택시를 여러차례 갈아타고, 중간에는 세탁방에 들러 피 묻은 옷을 세탁하기도 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던 사람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든다. 이렇게까지 범행을 들키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인생을 포기하려던 사람이 맞을까.이번 사건으로 지역 사회는 분노와 걱정이 교차하고 있다. “혹시 우리 아이도…”라는 불안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더 참담한 것은 유가족의 현실이다. 아침에 집을 나섰던 생떼 같은 아이가 돌아오지 못했다.피의자는 ‘충동’을 말하지만, 유가족은 평생을 감당해야 할 고통을 떠안게 됐다.피의자에게 엄벌을 처해야 하는 이유다.또 이런 사건이 반복될 때마다 같은 질문이 나온다. 피의자에 대한 신상 공개 여부다.물론 신상공개는 자의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살인이나 성폭력 같은 특정강력범죄 가운데 범행의 잔혹성과 피해의 중대성이 크고, 충분한 증거가 확보됐으며, 공개를 통해 얻는 공익이 크다고 판단될 때에만 가능하다. 경찰은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범죄의 중대성과 공개 필요성, 피의자의 인권 침해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따져 이름과 나이, 얼굴 공개 여부를 결정한다.그럼 이 사건의 피의자는 어떤가. 살인을 저질렀고, 잔혹했으며, 피해의 중대성이 크고, 증거가 확실하다. 신상 공개 여부에 대한 답은 정해져 있다. 이정민 취재1본부 차장 ljm7da@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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