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니체티 역작, 오페라부파 정수 선봬
콘서트 형식 차용, 음악적 아름다운 '강조'
아리아 '남몰래 흐르는 눈물', 멜로디 부각
한글 해석 더해져 누구나 쉽게 즐겨

가벼운 웃음에 목마른 관객들의 입가에 미소를 띠게 만든 '웃음의 묘약'이었다.
광주시립오페라단이 최근 선보인 제12회 정기공연 콘서트 오페라 '사랑의 묘약' 이야기이다.
이탈리아 벨칸토 오페라의 대표 작곡가 도니체티가 남긴 이 작품은 오페라 부파의 정수로 꼽힌다. 아름다운 멜로디와 재치 넘치는 서사가 돋보이는 2막으로 이뤄진 로맨틱 코미디로, 세계적인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생전에 즐겨 부르던 아리아 '남 몰래 흐르는 눈물'로 유명하다.
사랑의 묘약이란 마시면 상대방이 나를 사랑하게 된다는 마법의 약이다.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게 만드는 신비로운 물질인 것이다.

작품은 1880년대 이탈리아 작은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마을 지주 아가씨를 짝사랑하는 순박한 청년에게 떠돌이 약장수가 사랑을 이뤄주는 신비한 묘약이라며 싸구려 와인을 속여 팔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도니체티 특유의 서정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멜로디와 더불어 희극적인 상황을 재치 있는 음악으로 표현해 '세비야의 이발사', '돈 파스콸레'와 함께 이탈리아 3대 희극 오페라로 손꼽힌다.
재미있고 속도감 있는 극적 전개와 함께 재치로 똘똘 뭉친 등장인물들이 시종일관 웃음을 선사하며, 우아하고 서정적인 선율은 벨칸토 오페라 미학의 절정을 보여준다.

광주시립오페라단 버전 '사랑의 묘약'은 원작의 대중적이면서 코믹한 요소는 그대로 살리면서도 '콘서트 형식'을 차용해 오페라의 섬세한 음악적 아름다움을 더욱 강조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특히 극 후반부 시골마을의 아름다운 숙녀 '아디나'를 사랑하는 남자 주인공 '네모리노'가 부르는 아리아 '남 몰래 흘리는 눈물'이 끝난 뒤에는 객석에서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이 아리아는 연주에 따라 관객의 해석이 달라질 수 있어 작곡가 의도를 정확히 표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랑이 이뤄질 것을 깨닫고 기쁨에 차 부르는 노래이지만, 반대로 구슬픈 멜로디로 인해 매우 슬픈 내용의 곡인 것처럼 관객이 잘못 해석할 여지가 다분하다.

때문에 시립오페라단은 멜로디를 부각시키며 세밀한 리듬과 템포 조절을 통해 작곡가가 의도한 이탈리아 벨칸토 오페라 부파의 음악을 제대로 들려주고자 했다. 시립오페라단이 공연에 앞서 오케스트라에 화려한 입체감과 색채를 입혀 다이내믹 슬랩스틱을 중심으로 연구한 결과이다.
공연은 또 원작을 90분으로 축약하고 ▲네모리노 - 남몰래 흘리는 눈물 ▲아디나와 네모리노 - 산들바람에게 물어봐 ▲둘카마라 - 시골 양반들, 내 말 좀 들어봐요 ▲네모리노, 벨코레, 아디나 - 아디나, 내 말을 믿어줘 등 극 중 하이라이트 부분만 추려 집중 선보임으로써 관객들의 몰입도를 극대화했다.

여기에 이탈리아어의 한글 자막과 재치 있는 웃음 코드, 공연 초반 이경재 예술감독의 해설이 더해져 초심자들도 오페라에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어 남녀노소, 온 가족 누구나 유쾌하고 편안히 즐길 수 있는 공연이었다.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무대 공간도 돋보였다.

무대 중앙에 위치한 정원은 오케스트라를 둘러싸며 동시에 아디나의 성격과 같이 정갈하고 아름다움을 표현했으며, 철부지 같은 네모리노의 무채색의 계단을 두 남녀의 상징적 공간으로 꾸몄다.
의상의 경우 19세기 복식을 기본으로 선과 실루엣은 심플하게, 색상과 디테일은 세련된 느낌으로 제작했다.
이번 공연은 현장 반응, 관객 후기 등을 미루어 보아 오페라 저변 확대를 위한 시립오페라단의 새로운 시도가 제대로 통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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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 경계 허문 작가의 마지막 10년
황창배 작 ‘무제’
전통을 답습하지 않고 끊임없이 한국화의 경계를 확장했던 황창배의 작품세계를 광주에서 만난다. 괴산에서 보낸 마지막 10년 동안 더욱 자유롭고 치열해진 그의 예술을 조명한다.광주 복합문화공간 김냇과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지역전시 활성화 사업으로 ‘괴산의 그림쟁이 : 황창배’ 전시를 지난 16일부터 선보이고 있다.내달 16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지역에서 만나기 어려운 타지역 작가의 작품을 만나며 다양한 작업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이다. 이번 주인공은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황창배로 이번 전시는 그가 충북 괴산에 정착한 이후부터 작고하기까지 약 10년 동안 펼쳐낸 그의 예술세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괴산은 황 작가가 안정된 교수직을 내려놓고 오로지 창작에 몰두하기 위해 선택한 삶의 공간이자 그의 예술이 가장 자유롭고 치열하게 확장된 곳이다.황창배 작 ‘무제’황창배는 한국화의 전통을 답습한 작가가 아니었다. 그는 지필묵이라는 익숙한 틀에 머무르지 않고 한지와 먹은 물론 캔버스, 아크릴, 잿물, 연탄재 등 다양한 재료를 자유롭게 사용했다. 문자와 그림, 시와 회화를 하나의 화면 안에서 결합하고 서기 대신 단기를 사용하는 등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구축하며 한국화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실험했다. 그의 작품은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이라는 구분을 넘어 하나의 독자적 회화 세계를 만들어냈다.황창배 작 ‘무제’그에게 괴산에서의 삶은 예술의 결정적 전환점이었다. 도시와 제도를 떠난 그는 자연 속에서 생활하며 꽃과 나무, 새와 물고기 같은 생명의 이미지를 화면에 담아냈고 자연의 질서와 삶의 본질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말년에는 예수의 생애를 주제로 한 대형 연작을 제작하며 신앙과 인간, 생명에 대한 사유 등을 회화 안에 담아냈다. 그의 화면에는 한국화의 전통 뿐 아니라 삶과 자연, 신앙, 문학적 감수성이 함께 녹아 있다.이번 전시 제목인 ‘괴산의 그림쟁이’는 작가가 생전에 자신을 부르던 이름이다. ‘그림쟁이’는 화가나 교수라는 제도적 명칭보다 끝까지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 살고자 했던 그의 태도를 상징한다. 이처럼 이번 전시는 괴산에서 보낸 그의 마지막 10년을 중심으로 전통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끝까지 밀고 나간 한 작가의 치열한 실험과 자유를 되돌아본다.최아람 김냇과 대표는 “한국화의 경계를 넘어 자신만의 회화를 완성했던 황창배의 작품을 통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예술적 질문과 마주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이번 전시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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