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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칼럼] 슬기로운 교사 생활, 최선을 다해 아무것도 하지 말 것!

입력 2023.06.13. 10:47 김승용 기자

며칠 전, 연수에 갔다가 우연히 동기 선생님이 병휴직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무슨 병으로 휴직했는지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새 학교로 옮긴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아이만 차별한다고 주장하는 한 학부모와의 극심한 갈등이 있어 우울과 불안이 심각해졌고, 병원 치료를 받다가 결국 견디지 못하고 병 휴직을 선택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한때는 인기 직업이었던 교사는 어쩌다 이런 극한 직업이 되었을까?

2022년에 전교조가 교사 6천2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92.9%의 교사들이 자신이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당할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그 중 61.7%는 아동학대 신고를 직접 받거나 동료 교사의 사례를 본 적 있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98.2%는 교사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와 사안 처리 과정에서 교권침해가 발생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아동학대 신고를 받은 적 있다는 응답자 중 무혐의 처분을 받은 비율은 61.4%였고 유죄가 확정됐다는 응답은 1.5%에 불과했다.

요즘 교사들이 제일 두려운 것은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하는 것이다. 시작은 학부모의 민원이다. 어떤 민원은 아이들을 좀더 면밀하게 살펴보고 적응에 도움을 주는 고마운 민원일 때도 있다. 하지만 어떤 민원은 지극히 학부모 주관적이고 자의적이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 교사도 사람이고 매년 새로운 아이들과 합을 맞추는 게 쉽지 않은지라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쳐 교사와 학생들이 원만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간다.

일부 학부모는 교사들의 민원 해결 과정이나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하여 교사와 민, 형사책임을 따지는 법적 공방을 벌이기도 하는데 이제는 교사의 아동학대 이슈가 법조계를 먹여 살리는 블루오션이라는 소문이 돌 정도로 흔한 일이 되어 버렸다. 교사가 수업시간 자는 학생을 깨웠다거나, 온라인 수업에서 자신의 아이에게만 웃어주지 않았다거나, 자신의 아이가 넘어졌는데 교사가 일으켜 주지 않았다, 등등. 올해 스승의 날 즈음 지상파 뉴스나 신문 지면에 등장한 교사들이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이유들이다.

이런 이야기들은 괴담이 되어 교직 사회에 빠르게 공유되며 현장 교사들에게 '나에게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 '열심히 하면 다친다'는 공포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아이가 부모에게 말하는 것이 곧 증거가 되어 버리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된 교사들은 자신의 말이나 행동이 아동학대의 증거가 되지 않도록 수업이나 생활교육, 상담에 방어적, 소극적인 쪽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교사가 자신의 직무에 충실하여 학생의 문제행동을 지적하거나 제지하는 일조차도 아동학대의 증거가 되어 멀쩡한 교사가 하루아침에 '아동학대범'이 되는 현실은 직접 당하는 교사든 그걸 지켜보는 교사든 엄청난 치욕과 모멸감을 느낀다. 아동학대로 신고된 당사자들은 헌법에 보장하는 무죄추정의 원칙은 건너뛴 채 학교장의 판단에 따라 직위 해제나 담임 교체 조치를 당할 수도 있다. 어제까지 한솥밥을 먹던 학교장은 아동학대처벌법과 그 메뉴얼에 따라 신고 의무를 다하기 위해 지체없이 관계 기관에 신고한다.

이 과정에서 교사의 목소리와 학급의 상황은 완전히 배제되며 교사가 했다는 말이나 행동은 어떤 맥락도 없이 학대의 근거로만 남는다.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경찰이 교실을 방문해 남은 학생들에게 묻는다. '선생님이 이러한 말이나 행동을 한 게 맞니?' 아이들은 뭐라도 답해야 할까?

한편, 학부모가 제기한 민사소송 또한 교사 개인이 오롯이 감당해야 한다. 교사를 보호해야 할 교육청은 '개인 간의 송사에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내세우며 뒤로 빠진다. 그런데 공공기관인 학교에서 교육공무원이 본연의 교육활동 임무를 수행하던 중 있었던 일로 학부모가 공무원인 교사에게 금전적으로 책임을 지라고 요구하는 것이 어떻게 사적인 개인 간의 분쟁이라는 건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결국 무혐의 판결을 받고 교사들은 만신창이가 되어 다시 교실로 돌아오지만 그 상처를 극복하는 것도 다 개인의 몫이다. 자신을 아동학대로 신고한 학생과 한 교실에서 남은 학기를 보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정말 극한직업이 맞는 것 같다.

코로나로 인해 학생들은 인생 초기 사회적 관계를 맺는 방법을 익히는 대신 장시간 마스크를 쓴 채 비접촉, 비대면으로 분리와 단절의 일상을 살아온 학생들과 함께 2023년을 살아가는 현장의 교사들은 요즘 학생들이 친구들과 관계 맺고 타인에 공감하는 것에 유난히 서툴러 생활교육이 정말 어렵다고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폭력은 급증할 수밖에 없다. 광주시교육청에 접수된 학교폭력 사안 접수 건수는 올 3월에만 이미 253건으로 전년도 대비 131건, 비율로는 107%나 늘어났다. 이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지금 교육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들의 노련한 대응과 적극적인 상담, 그리고 적절한 조치이다. 그러나 학교폭력이라는 예민한 이슈에 자칫 작은 말실수라도 했다간 아동학대범으로 몰릴 수 있기 때문에 교사들은 지켜보며 최소한의 개입만 할 뿐 몸을 사릴 수 밖에 없다. 슬기로운 교사가 되려면 '최선을 다해 아무것도 하지 마'라며 학교 현장의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위축시키는 현재의 아동학대처벌법이 반드시 개정되어야 하는 이유다.

황폐한 현실 속에서도 작금의 교사들은 학생들을 데리고 줄 서서 자기 차례 기다리고, 자기가 쓴 물건을 정리정돈하고, 골고루 밥 잘 먹고, 다른 친구에게 피해 주지 않고 노는 평생의 좋은 습관, 좋은 관계 만드는 법을 가르쳐 보겠다고 애면글면 애쓰고 있다. 선생님이 있어야 할 곳은 정신의학과 상담실이나 법정이 아니라 교육과 돌봄이 필요한 학생들 옆이다.?노영화 일동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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