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 연수에 갔다가 우연히 동기 선생님이 병휴직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무슨 병으로 휴직했는지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새 학교로 옮긴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아이만 차별한다고 주장하는 한 학부모와의 극심한 갈등이 있어 우울과 불안이 심각해졌고, 병원 치료를 받다가 결국 견디지 못하고 병 휴직을 선택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한때는 인기 직업이었던 교사는 어쩌다 이런 극한 직업이 되었을까?
2022년에 전교조가 교사 6천2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92.9%의 교사들이 자신이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당할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그 중 61.7%는 아동학대 신고를 직접 받거나 동료 교사의 사례를 본 적 있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98.2%는 교사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와 사안 처리 과정에서 교권침해가 발생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아동학대 신고를 받은 적 있다는 응답자 중 무혐의 처분을 받은 비율은 61.4%였고 유죄가 확정됐다는 응답은 1.5%에 불과했다.
요즘 교사들이 제일 두려운 것은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하는 것이다. 시작은 학부모의 민원이다. 어떤 민원은 아이들을 좀더 면밀하게 살펴보고 적응에 도움을 주는 고마운 민원일 때도 있다. 하지만 어떤 민원은 지극히 학부모 주관적이고 자의적이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 교사도 사람이고 매년 새로운 아이들과 합을 맞추는 게 쉽지 않은지라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쳐 교사와 학생들이 원만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간다.
일부 학부모는 교사들의 민원 해결 과정이나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하여 교사와 민, 형사책임을 따지는 법적 공방을 벌이기도 하는데 이제는 교사의 아동학대 이슈가 법조계를 먹여 살리는 블루오션이라는 소문이 돌 정도로 흔한 일이 되어 버렸다. 교사가 수업시간 자는 학생을 깨웠다거나, 온라인 수업에서 자신의 아이에게만 웃어주지 않았다거나, 자신의 아이가 넘어졌는데 교사가 일으켜 주지 않았다, 등등. 올해 스승의 날 즈음 지상파 뉴스나 신문 지면에 등장한 교사들이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이유들이다.
이런 이야기들은 괴담이 되어 교직 사회에 빠르게 공유되며 현장 교사들에게 '나에게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 '열심히 하면 다친다'는 공포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아이가 부모에게 말하는 것이 곧 증거가 되어 버리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된 교사들은 자신의 말이나 행동이 아동학대의 증거가 되지 않도록 수업이나 생활교육, 상담에 방어적, 소극적인 쪽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교사가 자신의 직무에 충실하여 학생의 문제행동을 지적하거나 제지하는 일조차도 아동학대의 증거가 되어 멀쩡한 교사가 하루아침에 '아동학대범'이 되는 현실은 직접 당하는 교사든 그걸 지켜보는 교사든 엄청난 치욕과 모멸감을 느낀다. 아동학대로 신고된 당사자들은 헌법에 보장하는 무죄추정의 원칙은 건너뛴 채 학교장의 판단에 따라 직위 해제나 담임 교체 조치를 당할 수도 있다. 어제까지 한솥밥을 먹던 학교장은 아동학대처벌법과 그 메뉴얼에 따라 신고 의무를 다하기 위해 지체없이 관계 기관에 신고한다.
이 과정에서 교사의 목소리와 학급의 상황은 완전히 배제되며 교사가 했다는 말이나 행동은 어떤 맥락도 없이 학대의 근거로만 남는다.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경찰이 교실을 방문해 남은 학생들에게 묻는다. '선생님이 이러한 말이나 행동을 한 게 맞니?' 아이들은 뭐라도 답해야 할까?
한편, 학부모가 제기한 민사소송 또한 교사 개인이 오롯이 감당해야 한다. 교사를 보호해야 할 교육청은 '개인 간의 송사에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내세우며 뒤로 빠진다. 그런데 공공기관인 학교에서 교육공무원이 본연의 교육활동 임무를 수행하던 중 있었던 일로 학부모가 공무원인 교사에게 금전적으로 책임을 지라고 요구하는 것이 어떻게 사적인 개인 간의 분쟁이라는 건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결국 무혐의 판결을 받고 교사들은 만신창이가 되어 다시 교실로 돌아오지만 그 상처를 극복하는 것도 다 개인의 몫이다. 자신을 아동학대로 신고한 학생과 한 교실에서 남은 학기를 보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정말 극한직업이 맞는 것 같다.
코로나로 인해 학생들은 인생 초기 사회적 관계를 맺는 방법을 익히는 대신 장시간 마스크를 쓴 채 비접촉, 비대면으로 분리와 단절의 일상을 살아온 학생들과 함께 2023년을 살아가는 현장의 교사들은 요즘 학생들이 친구들과 관계 맺고 타인에 공감하는 것에 유난히 서툴러 생활교육이 정말 어렵다고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폭력은 급증할 수밖에 없다. 광주시교육청에 접수된 학교폭력 사안 접수 건수는 올 3월에만 이미 253건으로 전년도 대비 131건, 비율로는 107%나 늘어났다. 이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지금 교육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들의 노련한 대응과 적극적인 상담, 그리고 적절한 조치이다. 그러나 학교폭력이라는 예민한 이슈에 자칫 작은 말실수라도 했다간 아동학대범으로 몰릴 수 있기 때문에 교사들은 지켜보며 최소한의 개입만 할 뿐 몸을 사릴 수 밖에 없다. 슬기로운 교사가 되려면 '최선을 다해 아무것도 하지 마'라며 학교 현장의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위축시키는 현재의 아동학대처벌법이 반드시 개정되어야 하는 이유다.
황폐한 현실 속에서도 작금의 교사들은 학생들을 데리고 줄 서서 자기 차례 기다리고, 자기가 쓴 물건을 정리정돈하고, 골고루 밥 잘 먹고, 다른 친구에게 피해 주지 않고 노는 평생의 좋은 습관, 좋은 관계 만드는 법을 가르쳐 보겠다고 애면글면 애쓰고 있다. 선생님이 있어야 할 곳은 정신의학과 상담실이나 법정이 아니라 교육과 돌봄이 필요한 학생들 옆이다.?노영화 일동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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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칼럼] 지산지소(地産地消) :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미래를 여는 교육의 힘
최근 뉴스나 일상에서 ‘지산지소(地産地消)’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그 지역에서 직접 소비하자는 이 소박한 슬로건은, 오늘날 단순한 먹거리 이야기를 넘어 우리 사회의 미래를 바꾸는 중요한 생존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특히 이재명대통령이 나라를 골고루 발전시키기 위한 핵심 가치로 지산지소를 강조하면서, 이 개념은 지방이 사라지는 위기를 극복할 새로운 해법으로 떠올랐다.현재 대한민국은 전국의 많은 인구와 인프라가 수도권으로만 몰려 심각한 불균형을 겪고 있다. 장기적으로 우리나라가 건강하게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토 균형 발전이 무엇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5극3특’, 즉 전국을 5대 메가시티와 3대 특별자치도 체제로 개편해 권역별로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자립 거점을 만들겠다는 구상도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출발했다.하지만 단순히 행정 구역을 새로 나누고 경제적인 중심지를 만드는 외형적인 변화만으로는 지역의 완전한 자립을 이루기 어렵다. 건물의 단단한 뼈대를 세우는 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그 안을 사람의 온기와 활기로 채우는 교육의 역할이다. 아무리 좋은 시설과 일자리가 들어선다고 해도 그 지역을 이끌어갈 인재가 없다면 도시는 결국 활력을 잃고 무너지고 말 것이다.그렇기에 행정적인 변화만큼이나 지역 교육을 살리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지산지소의 진정한 완성은 먹거리를 넘어 지역이 키워낸 인재가 지역에 남고 그 인재가 다시 고장을 살리는 인간 중심의 선순환에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역의 공공기관, 기업, 대학이 교육청과 협력해 아이들이 우리 고장에서 잘 자라나고 좋은 일자리를 찾아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발전특구’개념이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하게 다가온다.이러한 변화의 물결 한가운데에 최근 새롭게 출범한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있다. 광주와 전남이 행정적 경계를 과감하게 허물고 하나의 거대한 상생 공동체로 합쳐지면서, 우리 고장은 전국적인 관심을 받는 커다란 경제적 기회를 맞이했다. 당장 단일 지역으로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800조 원 이상 규모의 초대형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가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으며, 인공지능(AI)과 미래 모빌리티 등 첨단 산업의 자본과 시설이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집중되고 있다.이처럼 거대한 경제권이 만들어지는 것은 분명 가슴 뛰는 일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본질적인 점이 있다. 수백 조 원의 투자가 성공적인 열매를 맺으려면, 그첨단 연구소와 공장에서 일하며 혁신을 이끌어갈 훌륭한 인재들을 우리 지역의 교육 안에서 적기에 길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뛰어난 설비는 자본으로 빠르게 들여올 수 있지만, 이를 움직이고 발전시킬 사람을 키우는 일은 오직 교육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인재를 키우는 교육의 중요성 또한 함께 커지는 이유다.다행히 새로운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교육청의 여정은 매우 든든한 토대 위에서 첫걸음을 내딛고 있다. 통합이 이루어지기 전부터 전라남도교육청과 광주광역시교육청은 각자의 강점을 살려 교육발전특구를 준비해 왔기 때문이다. 당시 전남교육청은 넓은 농산어촌의 특성에 맞춰 지역별 맞춤형 글로컬 교육 모델을 개발하고 지역 산업과 연계한 특성화고를 육성하는 실적을 냈으며, 광주시교육청은 인공지능 인프라를 바탕으로 고등학교와 대학을 잇는 교육 과정을 확대하며 첨단 미래 인재의 싹을 틔워왔다. 과거 두 교육청이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 쌓아온 성과와 노하우는 이제 하나의 통합 교육청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거대한 상생의 시너지를 발휘할 강력한 동력이 되고 있다.이러한 상생의 토대 위에서, 최근 김대중 통합특별시 교육감은 인터뷰를 통해 ‘교육지산지소(育地産地所)’ 비전을 제시했다. 이는 지역에서 자란 학생들이 고향의 좋은 일자리에 취업해 안정적으로 정주하는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이를 위해 반도체와 AI 등 신산업에 맞춘 교육 과정 전환으로 10만 명의 미래 인재를 양성하고, 지역별 특성을 살려 약 1천900개 학교를 다양하게 특성화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다. 청년들이 지역에 머물 수 있도록 돕는 이러한 정책적 방향은 대규모 산업 투자에 발맞춘 실질적인 교육 인프라 준비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결국 새로운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시대의 성공과 지속 가능한 번영은 행정의 크기나 자본의 액수가 아닌, 오롯이 교육의 힘에 달려 있다. 아무리 화려한 경제적 청사진이 펼쳐지더라도 그 안에서 살아갈 사람을 키우지 못한다면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우리 지역에서 태어난 아이가 고장의 따뜻한 품 안에서 맞춤형 교육을 받고, 그 역량으로 통합특별시의 첨단 산업현장에서 마음껏 꿈을 펼치며, 다시 이곳에 뿌리내려 행복하게 살아가는 삶이 필요하다. 이 아름다운 교육적 지산지소를 실현하는 것만이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인 메가시티로 도약하는 유일한 열쇠다. 새로운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시대의 성공은 교육의 힘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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