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출범했지만 행정통합의 거대한 돛이 무색하게 지역 재정의 오랜 적폐가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대책이 절실하다. 최근 공개된 광주특별시의회 결산심사 검토보고서는 옛 광주시와 전남도의 예산 이월 문제가 단순한 행정 착오를 넘어선 고질적 병폐 수준임을 드러냈다.
광주에서는 사업 준비조차 안 된 채 예산만 확보해 두고 한 푼도 쓰지 못한 전액 이월이 속출했고, 전남에서는 연말에 무더기로 계약을 맺고 넘기는 꼼수 사고이월이 판을 쳤다. 행정통합이라는 대변혁의 길목에서 드러난 이같은 난맥상은 강력한 재정 혁신의 필요성을 증언한다.
실태를 들여다보면 심각하다 못해 위험스럽기까지 하다. 옛 광주시의 경우 지난해 단 한 푼도 집행하지 못하고 전액 이월한 사업이 28건에 174억 원에 달했다. 세수 결손으로 긴급 추경을 편성해 시민과 공직사회가 허리띠를 졸라매는 와중에도, 한쪽에서는 사전 협의나 부지 매입도 못한 관련 예산을 묵혀두는 기형적 행정이 자행됐다. 집행 능력이나 타당성 없이 예산부터 확보하고 보는 무책임 관성의 적나라함이다.
전남 사정은 더 교묘하다. 사고이월 59건 중 무려 91.5%(54건)가 12월에 지출원인 행위를 마치고, 이 중 사흘 사이에 전체 금액의 절반이 넘는 1천490억 원의 계약을 처리했다. 연말 불용을 피하려 행정절차를 벼락치기로 진행하고 이월하는 관행의 실태다. 이는 불가피한 사유에만 한정되어야 할 사고이월 제도의 본래 취지를 정면으로 훼손한 행태다.
이 같은 예산 묶어두기와 꼼수 이월은 긴급히 쓰여야 할 민생 사업의 기회를 박탈하고 재정 위기 대응력을 급격히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위험하기까지 하다. 옛 광주시와 전남도의 결산 보고서는 이들이 얼마나 타성에 젖었는지를 보여주는 냉정한 경고장이다. 특별시라는 새 틀을 짜면서 이 병폐를 고치지 못한다면 재정 효율은커녕 낭비의 규모만 두 배로 키우는 치명적 요소로 전락할 위험도 크다.
광주특별시의 대응이 절실하다. 사전 절차 미비 사업의 예산 편성을 원천 차단하거나 연말 몰아치기 편법 계약 등을 점검해 단호한 제도적 수술을 감행해야 한다. 뒤틀린 관행, 적폐를 털어내고 변화를 세워가는 것이야말로 광주특별시가 시민에게 선사해야 할 첫 번째 자격일 것이다.
위기는 곧 기회다. 광주특별시가 예산 난맥상을 엄중히 성찰하고 근본적인 재정 쇄신을 이끌어내길 당부한다.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혁신으로 통합의 또 다른 시너지, 가능성이라는 희망을 일상에 안착시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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