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서막이 뜨겁게 올랐다. 지난 29일부터 이틀간 치러진 사전투표에서 전국 최종 투표율이 23.51%를 기록하며 역대 지방선거 기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유권자 1천만 명 이상이 이미 투표소로 발걸음을 옮겨 소중한 주권을 행사했다.
이는 4년 전 제8회 지방선거보다 2.89%포인트 높은 수치로, 풀뿌리 민주주의를 향한 국민적 관심과 열망이 그만큼 뜨겁다는 증거다. 이번 사전투표에서도 단연 돋보인 곳은 광주·전남 지역이다. 전남은 38.95%라는 압도적인 투표율로 전국 1위를 기록했고, 전북 35.05%로 그 뒤를 이었다. 광주 역시 27.83%로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며 호남의 뜨거운 정치적 에너지를 다시 한번 증명해 냈다. 대구(18.65%)나 경기(20.96%) 등 타 지역과 비교하면 광주·전남 유권자들의 참여 의지가 얼마나 뜨거운지 확연히 드러난다. 역사적인 고비마다 늘 민주주의의 나침반 역할을 해왔던 호남이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정치 1번지’다운 책임감으로 선거판의 열기를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광주·전남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불어온 사전투표의 돌풍은 매우 고무적이다.
하지만 사전투표율이 높다고 해서 방심해서는 안 된다. 사전투표는 말 그대로 본투표의 편의를 돕기 위한 ‘전초전’일 뿐, 선거의 최종 성적표는 다가오는 6월 3일 본투표의 결과로 완성되기 때문이다. 대선이나 총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은 지방선거의 특성상, 초기 열기가 본투표까지 이어지지 못한다면 ‘역대 최고 사전투표율’이라는 기록은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지방선거는 우리 동네의 살림꾼을 뽑는 가장 밀접하고 중요한 선거다. 내가 사는 지역의 교육, 복지, 일자리, 정주 여건을 바꿀 적임자를 선택하는 일이다. 사전투표에서 보여준 뜨거운 열정의 바통을 이제 본투표가 이어받아야 한다. 아직 투표하지 않은 유권자들은 오는 6월 3일, 주민등록지 기준 지정 투표소로 향해 주권자의 무서움을 표로 보여줘야 한다. 높은 투표율만이 지역 정치인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고, 우리 지역을 발전시키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 된다.
광주·전남이 쏘아 올린 민의(民意)의 신호탄이 전국적인 주권 행사의 완성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다시 한번 대한민국과 우리 동네의 미래를 바꾸는 위대한 발걸음이 투표소로 이어지길 진심으로 바란다.
김현주 사회에티터 5151k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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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터) 광주 5·18공동체가 배재고에게 손을 내민다면
서울 배재고등학교 야구부원과 교사, 학부모들이 6일 전남광주특별시 광주제일고등학교 야구부원들과 함께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헌화하며 오월영령의 넋을 위로하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5·18민주화운동을 조롱의 수단으로 삼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무수히 많은 희생자가 존재하고, 그 유족들이 여전히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최근 고교 야구 대회에서 발생한 배재고 학생들의 언행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이 이른바 ‘스타벅스 5·18 비하 사건’을 인지하고 이를 통해 상대 팀인 광주일고 선수들의 심리를 흔들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잘못에 대한 합당한 책임과 반성은 당연히 수반돼야 한다.하지만 정작 우리가 깊이 고민해야 할 대목은 처벌의 방식과 지향점이다.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성숙하기도 전에 주최 측은 해당 학생들에게 ‘6개월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안타깝게도 이 성급한 결정은 본질을 흐리고 또 다른 정쟁의 불씨가 됐다. 아이들의 철없는 행동을 정치적 이해관계로 이용하려는 어른들의 개입으로 인해 정작 상처받은 광주일고 학생들과 광주 공동체가 또다시 차가운 시선이라는 2차 피해를 입고 있는 실정이다.마침 배재고 가해 학생들이 7일 광주를 찾아 피해 학생들에게 사과했다. 5·18민주묘지에서 고개를 숙였다. 이제는 정쟁 이전으로 돌아가 미처 논의하지 못한 본질을 마주해야 한다. 배재고 아이들이 정말 악하고 나쁜 본성을 지녀서 그런 행동을 했을까. 그렇게 보기보다는 우리 사회가 가진 5·18에 대한 교육의 부재에서 원인을 찾는 게 타당하다. 설령 역사적 사실을 잘 모른다 할지라도 우리 사회 일부 어른들이 쏟아내는 혐오와 조롱의 문화가 아이들에게 그대로 답습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결국 아이들은 어른들이 만든 일그러진 거울을 비췄을 뿐이다. 우리 어른들의 자성과 함께 조롱과 폄훼의 문화를 근절하려는 근본적인 운동으로 나아가야 한다.5·18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이들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그들이 단 한 번이라도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영령들을 마주한다면 결코 그런 말을 함부로 던지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배재고 학생들이 민주묘지에서 가슴으로 느꼈을 부끄러움과 깨달음은 그 어떤 제도적 징계보다 무겁고 값진 교육이었을 것이라 믿는다.해당 학생들과 학교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사회적 처벌과 마음의 멍에를 짊어졌다. 우리 사회의 성숙도는 이미 처벌의 실효성을 판가름할 만큼 높아졌다. 이제는 5·18 공동체가 먼저 손을 내밀 용기가 필요해 보인다. 광주일고 또한 선처해달라고 말하고 있다. 혐오를 포용으로 감싸는 모습을 보여줄 때 광주정신의 가치가 빛을 발할 것이라 믿는다.이삼섭 취재1본부 차장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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