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 사회과학대 재학생 '지현 씨의 이틀' 내러티브
첫 지선 참여 들떴지만, 사실상 ‘찬반 투표' 배신감
선거 원래 이런가…"취업 문제 해결사 내 손 뽑고파"

지난 주말, 꽃잎이 뜸 잘든 하얀 밥알(이밥·흰 쌀밥)처럼 생긴 이팝나무 흐드러진 전남대 교정. 도서관의 적색 외벽과 청색 하늘을 번갈아 보며 임지현 씨(21·여·가명)는 당혹스러웠다. 혹은 무력감일지도 모른다. 며칠 전 쏟아진 ‘더불어민주당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후보가 확정됐다’는 뉴스 때문이다. 그의 스마트폰 액정에는 흔한 여론조사 전화번호 하나 찍혀있지 않았다. 광주와 전남이 합쳐지고 일자리가 쏟아질 거라는 장밋빛 청사진이 연일 뉴스를 장식하면서 그 또한 기대감을 가졌다. 괜찮은 일자리가 없어 떠나가는 선배들을 보면서 ‘통합특별시가 하나의 희망이 돼 줄 것’이란 막연한 희망이었다. 뉴스를 자주 챙겨본 이유다.
6월 3일 지방선거 때 통합특별시장으로 누굴 뽑아야 할까란 생각도 해봤다. 그런데 ‘선택권은 나에게 없다’는 걸 깨닫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한 것도 없는데 통합시장은 정해져 있었다. 민주당 경선에서 후보가 선출이 됐다는 건, 선거가 사실상 마무리 됐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지역의 명운이 걸린 통합특별시장을 뽑는 민주당 경선은 ‘국민참여’라는 이름을 달았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국민’이 끼여들 여지가 있었나 싶다. 민주당이 당원 주권을 명분으로, 예비경선(권리당원 100%), 본경선·결선투표(권리당원 50%, 시·도민 여론조사 50%)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320여만 명 유권자 가운데 당원이 아닌 지현 씨가 표본으로 선택받아 조사에 참여할 확률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에 가깝다.
민주당원도 아니고, 국민참여경선 여론조사를 받지도 못한 그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인 지역 정서상 당원이 아닌 지현 씨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6월 3일 투표장에 가서 사실상 ‘확인 도장’을 찍는 요식행위 뿐이다. 다른 후보를 선택한다 한들 그게 결과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테니 말이다.
“원래 광주가 이래”라는 별일 아닌 듯한 부모님의 태도에 더 기운이 빠졌다. ‘원래 그렇다’는 말이 우습게 느껴진다. 행정학도인 그가 강의 시간에 배운 정치는 이런 게 아니다. 행정학 교재에 써있던 건 ‘참여 민주주의’의 중요성이었다. 시민 모두가 스스로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게 민주주의의 근본이라고 배웠다. 그런데 대학생이 돼서 처음 겪는 광주의 지방선거는 10%의 당원이 나머지 90% 시민의 미래를 결정하는 구조였다. 정당이 지역의 목줄을 쥐고 흔드는 이 기묘한 민주주의 앞에서 대학생 유권자의 존재감은 어디에도 없다.
이튿날 찾은 스터디 카페에서 만난 친구들의 반응은 더 건조했다. “누가 나오든 내 취업이랑 상관있어? 친구끼리 정치 이야기는 하는 거 아니야” 친구의 말에 지현 씨는 입을 닫았다. 그나마 정치에 관심 있는 윤서(가명)가 민주당 후보가 누구인지 말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윤서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아는 것 같았다. 오후의 햇살은 눈부시게 맑았지만 펼쳐둔 토익 문제집의 낯빛은 창백했다. 정치적 무력감이 올라왔다. ‘차라리 관심을 끊자’는 마음의 소리가 그의 입에서 새어 나왔다.
지현 씨는 다 마신 일회용 커피컵을 찌그러뜨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6월 3일 투표장으로 향하는 발걸음 대신 도서관으로 향하는 걸음이 더 가벼울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어차피 정해진 결과라면 갈 필요가 있을까?” 지현 씨는 첫 지방선거를 치르기도 전에 포기하는 법을 먼저 배웠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 광주 투표율은 전국 최저인 37.66%. 선택권 없는 이들의 ‘소리 없는 저항’일지 모른다.
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6·3 지방선거를 40여 일 앞두고 ‘박탈당한 선택권’ 문제를 다룬 이 기사는 서사적 글쓰기인 ‘내러티브 저널리즘(narrative journalism)’을 활용했습니다. 국회가 광주·전남 행정통합의 법적 근거가 되는 특별법을 통과시킨 지난 3월 이후, 본격 시작된 민주당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경선 과정의 문제점 등을 현장감 있게 전달해 보자는 취지에서입니다. 관찰자로서 기자가 단순 사실 전달식 기사 형태에서 벗어나, 소설처럼 이야기하듯 구성했습니다. 사실상 한달여 만에 마무리 된 민주당 통합시장 경선을 계기로 투표 참여까지 망설이는 유권자들의 문제 제기와 고민 등을 독자 여러분들께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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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광주대전환기획위, 시·도별 주요 현안과 대응 전략은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당선인이 인수위원회 격인 전남광주대전환기획위원회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는 나주 빛가람동 빛가람복합문화체육센터 전경.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당선인이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산업 육성, 민간·군공항 이전 등 지역 현안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어 주목된다. 7월 1일 통합특별시 출범을 앞두고 전남·광주 현안에 대한 선제 대응에 나선다는 전략이다.8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민형배 당선인의 인수위원회 격인 전남광주대전환기획위원회(이하 기획위)는 현재 시·도별 주요 현안 12건에 대한 추진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우선, 전남에선 첨단산업 육성이 핵심 의제다. 기획위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앰코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생산시설 유치를 위해 ‘첨단반도체 유치 공동 TF(가칭)’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100 산업단지 인센티브와 입지 경쟁력을 활용, 반도체 클러스터 지정 용역도 함께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클러스터 지정의 관건이 앵커기업 투자 확보에 있다고 보고,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재정특별위원회 구성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당장 9월 여수세계섬박람회 준비에 나선다. 기획위는 7월까지 모든 시설 공사를 마무리 한 뒤 8월에는 시범운영과 최종 합동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같은 달 25일에는 개막 리허설도 한다. 광주비엔날레와 연계한 통합이용권과 상호 할인 프로그램 등도 확대 운영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경제 여건 악화도 대응하고 있다. 비상경제 대응체계와 지역경제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 경기 변동에 발빠르게 나서겠다는 취지에서다. 석유화학산업 침체에 따른 고용 위기가 길어질 경우 석화산업 고용위기 지역 지정도 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다.국제행사 유치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기획위는 2028년 G20 정상회의 유치를 기치로 한옥호텔 등 정상급 숙박시설을 확충하고, 이달부터 8월까지 유치 대응 용역을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통합특별법 제396조(국제행사 유치 지원)에 따라서다. 별도의 범시민 유치위원회도 구성한다. 대국민 홍보전에 나서기 위해서다.이와 함께 제33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3) 유치도 나선다. 국가균형성장 차원의 인센티브를 정부에 건의해 마중물 삼겠다는 전략으로 알려졌다.특히 광주 민간·군공항 통합 이전 논의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위는 올해 안에 이전부지 선정 절차를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 삼고 있다. 하반기에 종전부지 개발 방향과 이전지역 지원 방안, 통합시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뒤 11월까지 이전 후보지 선정을 마무리 한다는 복안으로 전해졌다. 이럴 경우 무안산단 등 이전지역 첨단산업 기반 조성도 병행 추진키로 했다.제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도 핵심 과제로 꼽힌다. 농협중앙회와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공항공사,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등 10대 핵심 기관 유치가 대표적이다. 지역 전략산업과 연계 가능한 기관까지 포함해 유치전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이외에도 산업 구조전환을 위한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최대 수산물 생산 지역으로서 글로벌 K-푸드 수출을 견인할 수협중앙회 등도 유치희망 기관이다.시내버스 노선 개편 등 시스템 개선에도 나선다. 운수업계와 지자체 간 이해관계 조정에 시간이 필요한 만큼 광역노선 신설보다 광주권 노선 개편을 우선 추진한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기획위는 7월 수요조사와 시·군 협의체 운영을 시작으로 광역교통체계 개편안을 구체화할 방침으로 전해졌다.광주 자원회수시설 설치와 SRF(고형연료) 문제 역시 입지 선정과 관련해 시·자치구 간 역할 분담 및 인센티브 안을 검토 중이다. SRF 시설은 2031년 12월 이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또한 5·18민주화운동 왜곡 대응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기획위는 허위사실 유포와 악의적 왜곡 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 입법을 촉구하는 한편, 제8차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업무를 올해 말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 같은 방침은 인수위 공식 입장은 아니다. 현재 광주시와 전남도 보고 등을 거쳤으며, 향후 내부 논의 이후 추진안을 확정할 계획이다.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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