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권유, 권리당원 가입 60대 경숙씨
무관심속 내 손에 후보 선출 겁나기도
득표율 비공개 분통, 민주당 뽑을 수 밖에

“언니 혹시 지금 어디 정당에 가입 안 했지? 권리당원 한달에 천원만 내면 돼. 내가 밥한끼 맛있는 거 사 줄테니까 가입해 줄랑가?”
광주 북구에 거주하는 이경숙(68·여·가명)씨는 지난해 추석이 끝나고 10월 말쯤 걸려온 전화 내용을 지금도 선명히 떠올린다. 동네에서 친하게 지내는 최정애(64·여·가명)씨의 전화였다. 이 동네로 이사오고 알고 지낸 지 벌써 30년이 넘었다.
정애씨도 고향 친구 부탁으로 권리당원에 가입했는데, 주변에 추천할 사람을 찾다 경숙 씨까지 흘러온 모양이었다.
경숙씨는 사실 그동안 구청장이고, 광주시장이고 자기 손으로 뽑아본 적이 없었다.
‘죄다 민주당 공천 통과하면 본선에서 당선되븐디.’
이 참에 자신의 손으로 구청장이랑 시장을 뽑아보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권리당원에 가입하고 12월부턴가 갑자기 이런저런 카톡방에서 그를 초대하기 시작했다. 당원 가입을 권유한 정애씨도 그 고향 친구라는 양반도, 심지어 동네에 친한 언니도 저마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뽑아달라고 홍보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해가 바뀌니 갑자기 광주랑 전남이 통합을 한다더라. 처음에는 이게 진짜 되냐마냐 말이 나오다가 일주일인가 지나니 진짜로 통합을 한단다.
이제는 광주시장에 나오던 후보뿐만 아니라 전남지사에 나오려던 후보 지지자들도 ‘초대 통합특별시장’을 뽑아달라며 이런저런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경숙씨가 궁금한 건 통합이 지역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였다. 진짜 7월에 통합이 가능한 건지, 통합되면서 우리가 겪는 불편함은 없는지 등등, 이런 궁금함에도 문자와 카톡방에는 후보에 대한 홍보물만 넘쳐났다.
각자 후보를 뽑아달라는 이유는 다양했다. 지금 시장이니까, 지사니까 잘 할 거다. 여론조사가 잘 나오니 어차피 이길거다. 국회의원 많이 해서 믿을 만 하다 등 그냥 뻔한 이유들 뿐이었다.
3월로 넘어가니 문자고 카톡방이고 더더욱 어질어질해졌다. 중순쯤 되니 예비경선을 언제 하네, 카톡으로 알람이 오면 누구를 찍어야 되네 하면서 카드뉴스 같은 것도 올라왔다. 카드 뉴스안에 설명도 똑같고 숫자도 똑같았지만 후보 사진만 저마다 달랐다.
세상은 조용한데 카톡방만 시끄러웠다. 선거는 아직 두달이 넘게 남았는데 경선 땜에 당원들만 유난스럽고, 당원 아닌 언니 동생들은 누가 나왔는지도 모른다. 민주당 후보 뽑을라고 당원이 됐는데, 진짜 이렇게 당원끼리 뽑은 사람이 지방선거에서 사실상 당선되는 게 맞는 건가.
‘심지어 나도 이 후보들이 어떤 사람이지 제대로 모르는데!’
그렇게 한달동안 예비경선과 본경선, 결선을 거쳐서 민주당 후보가 결정됐다. 하지만 후보간 득표율은 공개 되지 않았다.
경숙 씨가 아들한테 물었지만 이번에는 득표율을 알려주지 않는다고 한다.
‘세상에 결과도 안 알려주는 이런 투표가 어디 있다냐.’
그런데 놀랍게도 경숙 씨는 3번의 투표에서 당선된 후보를 한번도 찍은 적이 없다.
왜 나는 그를 뽑을 생각을 못했을까. 시간이 더 있었으면 나도 당선된 후보의 면목을 더 알아보고 찍었을까. 아니면 다른 후보가 뽑혔을까. 정신없이 지나간 시간, 그리고 정신없이 쏟아진 홍보물 속에 경숙 씨는 자신의 선택의 기준이 무엇이었는지도 헷갈리기 시작했다. 혹시 처음에 당원 가입 권유한 동생이 다른 후보를 찍어달라 했으면 선택이 달랐을까.
권리당원이 되고 시장 후보 뽑는다고 두근거린 건 잠깐이었다. 선거는 한달넘게 남았는데 이미 이쪽 동네는 선거가 끝난거나 마찬가지였다.
이제는 그 어디서도 당선된 후보를 뽑아달라는 카톡도 문자도 안 온다. 그런데 그런 문자가 없어도 경숙 씨는 선거날에 투표장 가서 민주당 후보를 뽑아줄 참이다.
‘누구 권유도 없이 뽑는 거니까 그건 진짜 내 의지대로 투표하는 게 맞겠지. 이 동네는 다른 대안이 없으니까.’
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6·3 지방선거를 40여 일 앞두고 ‘박탈당한 선택권’ 문제를 다룬 이 기사는 서사적 글쓰기인 ‘내러티브 저널리즘(narrative journalism)’을 활용했습니다. 국회가 광주·전남 행정통합의 법적 근거가 되는 특별법을 통과시킨 지난 3월 이후, 본격 시작된 민주당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경선 과정의 문제점 등을 현장감 있게 전달해 보자는 취지에서입니다. 관찰자로서 기자가 단순 사실 전달식 기사 형태에서 벗어나, 소설처럼 이야기하듯 구성했습니다. 사실상 한달여 만에 마무리 된 민주당 통합시장 경선을 계기로 투표 참여까지 망설이는 유권자들의 문제 제기와 고민 등을 독자 여러분들께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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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광주대전환기획위, 시·도별 주요 현안과 대응 전략은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당선인이 인수위원회 격인 전남광주대전환기획위원회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는 나주 빛가람동 빛가람복합문화체육센터 전경.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당선인이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산업 육성, 민간·군공항 이전 등 지역 현안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어 주목된다. 7월 1일 통합특별시 출범을 앞두고 전남·광주 현안에 대한 선제 대응에 나선다는 전략이다.8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민형배 당선인의 인수위원회 격인 전남광주대전환기획위원회(이하 기획위)는 현재 시·도별 주요 현안 12건에 대한 추진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우선, 전남에선 첨단산업 육성이 핵심 의제다. 기획위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앰코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생산시설 유치를 위해 ‘첨단반도체 유치 공동 TF(가칭)’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100 산업단지 인센티브와 입지 경쟁력을 활용, 반도체 클러스터 지정 용역도 함께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클러스터 지정의 관건이 앵커기업 투자 확보에 있다고 보고,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재정특별위원회 구성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당장 9월 여수세계섬박람회 준비에 나선다. 기획위는 7월까지 모든 시설 공사를 마무리 한 뒤 8월에는 시범운영과 최종 합동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같은 달 25일에는 개막 리허설도 한다. 광주비엔날레와 연계한 통합이용권과 상호 할인 프로그램 등도 확대 운영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경제 여건 악화도 대응하고 있다. 비상경제 대응체계와 지역경제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 경기 변동에 발빠르게 나서겠다는 취지에서다. 석유화학산업 침체에 따른 고용 위기가 길어질 경우 석화산업 고용위기 지역 지정도 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다.국제행사 유치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기획위는 2028년 G20 정상회의 유치를 기치로 한옥호텔 등 정상급 숙박시설을 확충하고, 이달부터 8월까지 유치 대응 용역을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통합특별법 제396조(국제행사 유치 지원)에 따라서다. 별도의 범시민 유치위원회도 구성한다. 대국민 홍보전에 나서기 위해서다.이와 함께 제33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3) 유치도 나선다. 국가균형성장 차원의 인센티브를 정부에 건의해 마중물 삼겠다는 전략으로 알려졌다.특히 광주 민간·군공항 통합 이전 논의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위는 올해 안에 이전부지 선정 절차를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 삼고 있다. 하반기에 종전부지 개발 방향과 이전지역 지원 방안, 통합시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뒤 11월까지 이전 후보지 선정을 마무리 한다는 복안으로 전해졌다. 이럴 경우 무안산단 등 이전지역 첨단산업 기반 조성도 병행 추진키로 했다.제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도 핵심 과제로 꼽힌다. 농협중앙회와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공항공사,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등 10대 핵심 기관 유치가 대표적이다. 지역 전략산업과 연계 가능한 기관까지 포함해 유치전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이외에도 산업 구조전환을 위한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최대 수산물 생산 지역으로서 글로벌 K-푸드 수출을 견인할 수협중앙회 등도 유치희망 기관이다.시내버스 노선 개편 등 시스템 개선에도 나선다. 운수업계와 지자체 간 이해관계 조정에 시간이 필요한 만큼 광역노선 신설보다 광주권 노선 개편을 우선 추진한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기획위는 7월 수요조사와 시·군 협의체 운영을 시작으로 광역교통체계 개편안을 구체화할 방침으로 전해졌다.광주 자원회수시설 설치와 SRF(고형연료) 문제 역시 입지 선정과 관련해 시·자치구 간 역할 분담 및 인센티브 안을 검토 중이다. SRF 시설은 2031년 12월 이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또한 5·18민주화운동 왜곡 대응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기획위는 허위사실 유포와 악의적 왜곡 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 입법을 촉구하는 한편, 제8차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업무를 올해 말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 같은 방침은 인수위 공식 입장은 아니다. 현재 광주시와 전남도 보고 등을 거쳤으며, 향후 내부 논의 이후 추진안을 확정할 계획이다.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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