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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전·일방통행·깜깜이 '민주당 경선 레이스'···유권자는 어디에 있었나

입력 2026.04.27. 08:00 박찬 기자
■민주주의 심장 광주·전남, 박탈당한 선택권
②"유권자는 언제 배제되는가" 타임라인 추적
특별법 통과 5일 만에 경선 돌입
40일 압축 일정 속 후보 선출
득표율 비공개 등 투명성 논란도

더불어민주당은 최후 보루로 꼽히는 광주·전남에 약 31만명의 권리 당원을 보유하고 있다. 전체 인구 약 320만명의 선택을 사실상 1/10의 권리당원이 좌지우지하는 셈이다. 지역 정치 지형을 고려할 때, 민주당 후보 확정은 곧 본선 승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40년 만의 광주·전남 행정통합이 이뤄지면서 초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후보를 뽑는 경선 방식과 후보 검증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하지만 공론화는 부족했고 유권자 참여가 제한됐다. 기존의 권리당원 중심 경선이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특히 득표율 등 세부 내용이 공개되지 않으면서 이른바 ‘깜깜이 경선’ 논란이 시작부터 끝까지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경선이 곧 본선’이라는 암묵적 공식 속에서 이미 민주당 경선이 끝났다. 사실상 정당 공천이 본선을 대체하는 형국 속에서 초광역 지방정부의 탄생도 이러한 문제점을 상쇄하지 못했다. 초대 특별시장을 선출하기 위한 민주당 경선을 주요 일정, 날짜를 중심으로 짚어본다.

◆특별법 통과 후 5일 만에 경선 돌입…속도전 속 잇따른 후보 사퇴

선거는 시작부터 속도전이었다. 지난 1월 2일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가 광주·전남 통합 지방정부 추진을 공식 선언했다. 이후 1월 9일 대통령의 지원 약속, 3월 1일 국회 본회의 통과까지 약 두 달 만에 특별법 제정이 마무리됐다. 통합이라는 중대한 정책 결정이 단기간에 이뤄지면서 충분한 여론 수렴 과정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민주당은 곧바로 경선 일정에 돌입했다. 시도 통합에 대한 찬반 논란, 주민투표 필요성 등을 일제히 제쳐둔 채 “지금 아니면 못 한다”는 일종의 위기감을 주입해 속도전을 강행했다.

‘3월 6일’. 민주당이 경선 방식을 확정하고 본격적인 후보 선출 절차에 들어간 날짜다. ‘통합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불과 5일 만이었다. 권리당원 중심 구조 속에서 지난달 10일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다. 그러나 등록 직후 일부 후보가 잇따라 불참을 선언하면서 경선 구도는 빠르게 압축됐다. 경선 레이스 시작과 함께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이들은 총 8명(김영록·강기정·정준호·주철현·신정훈·민형배·이병훈·이개호)으로 유권자들에게 선택의 폭이 상당하다는 인상을 줬다. 이는 오래가지 않았다. 예비후보 등록 하루 만에 이개호 후보가 경선 불참을 결정했고 지난달 16일 이병훈 후보도 민주당 경선을 두고 “깜깜이 선거”라고 지적하며 중도 하차했다.

이어진 예비경선 TV토론회는 지난달 17~18일 A조(김영록·강기정·주철현·민형배)와 B조(신정훈·정준호)로 나눠 진행됐다. 후보 사퇴로 조 편성 조정 등 수정이 불가피하단 주장도 나왔지만, 민주당은 아랑곳하지 않고 기존의 일정과 방식을 고수했다.

예비경선은 지난달 19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됐다. 권리당원 100% 투표로 치러진 가운데 정준호 후보가 탈락했다. 일반 시민은 참여할 수 없는 구조였던 만큼 해당 후보에 대한 유권자들의 직접적인 판단 기회는 철저히 배제됐다.

당 차원의 변화를 주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광주시와 전남도 모두를 대표하는 통합단체장을 뽑는 만큼 경선 방식에도 차이를 둬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작동하면서다. 지난달 27~29일 광주·전남 동·서부권에서 세 차례에 걸쳐 열린 권역별 토론회가 이러한 일환이었다. 시민배심원제라는 모델을 통해 당원 중심 경선 과정에 일반시민의 개입을 유도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실제 진행 과정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정책 검증보다 후보 간 신경전과 정치 공방이 부각됐다. 미래 비전이나 정책 논의는 실종됐다는 비판도 잇따랐다. 결국 민주당이 마련한 이번 시민배심원제는 ‘일방통행’, ‘깜깜이 선거’라는 세간의 지적에 급조해 낸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쓴소리를 피할 수 없었던 이유다.

◆검증할 시간·정보 한계…득표율 미공개에 신뢰성 논란도

후보 간 앞다퉈 이뤄진 연쇄 단일화도 유권자들이 따라가기 힘든 혼선을 야기했다. 권역별 토론회가 모두 끝난 다음날인 지난달 30일 신정훈·강기정 후보가 신 후보로 단일화했다. 이어 지난 1일 민형배·주철현 후보 또한 기다렸다는 듯이 민 후보로 단일화를 선언하며 선거 구도는 3파전으로 빠르게 재편됐다. 불과 며칠 사이 경쟁 구도가 급변하면서 유권자가 후보와 공약을 충분히 비교·검증할 시간은 제한적이었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지율 차이가 크지 않았던 신·강 후보 간 단일화 과정도 특정 후보 지지층이 결과적으로 무력감을 느낄 수 있는 방식이었다. 강 후보 지지층의 선호가 신 후보에게 자연스럽게 흡수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양 캠프는 기존에 뽑은 샘플로 안심번호 ARS 여론조사를 치른 뒤 이를 합산해 승자를 가리는 방식으로 단일화를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유권자가 판단할 시간과 정보는 물리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본경선은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진행됐다.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를 반영하는 방식이었지만, 참여 체감은 낮았다는 지적이 많다. 여론조사 표본 규모와 ARS 방식의 한계, 낮은 인지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형식적 참여에 그쳤다‘는 것이다.

과반이 넘는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서 지난 12~14일 결선(권리당원 50%+국민여론조사 50%) 체제에 돌입했다. 본경선에서는 신정훈 후보가 탈락, 결선에서는 민형배·김영록 후보 간 양자대결에서 결국 민 후보가 승리하면서 민주당 후보로 최종 선출됐다. 다만 구체적인 득표율이 공개되지 않아 신뢰성 논란도 떠안았다.

민주당은 “경선 과정의 혼란과 후보 간 갈등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당규”라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최종 결과가 어느 정도 격차로 갈렸는지조차 외부에서 확인할 수 없는 구조를 문제 삼는 비판도 나온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누가 얼마나 지지를 받았는지에 대한 객관적 검증이 차단되면서, 경선의 투명성과 결과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광주·전남 시도민들은 “특정 후보에 대한 평가 이전에, 경선 과정 자체를 체감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상당수 유권자는 후보를 충분히 알 기회나 선택 과정에 참여할 여지 없이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는 구조에 놓였다는 현실을 방증한다.

경선 룰 확정부터 결선까지 약 40일이 소요됐다. 이 짧은 기간 동안 후보 압축과 단일화, 투표가 모두 진행됐다. 여기에 경선 결과의 세부 내용이 공개되지 않으면서 이른바 ‘깜깜이 경선’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었다.

박찬기자 juve5836@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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