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아침시평] 무위사 극락보전과 서까래

입력 2026.04.26. 18:48 강승희 기자
류성룡 고려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류성룡 고려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전라남도에서 전통 목조건축을 대표하는 지역이 어디냐 굳이 묻는다면 월출산이라 할 수 있겠다. 북쪽으로 영암에 도갑사 해탈문이 있고 남쪽으로 강진에 무위사 극락보전이 있기 때문이다. 두 건물 모두 임진왜란, 병자호란에서 살아남은 15세기 건축물들이다. 특별히 무위사 극락보전은 1430년(세종12년)에 건축되어 전남에 남아있는 목조건축 중 가장 오래된 건물로 확인되었다. 고려시대 대표 건축물 가운데 하나인 예산 수덕사 대웅전의 계보를 잇고 있다.

백제의 승려였던 혜현(慧顯)은 사부대중의 번잡한 관심을 벗어나 수행을 위해 예산 수덕사를 떠나게 되었고 한적한 달나산(達拏山, 월출산 옛 이름)으로 옮겨왔다고 하니 두 지역의 인연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다.

수덕사 대웅전과 무위사 극락보전은 기둥 위에만 공포가 성글게 설치되어 경쾌한 모습이 되는 주심포 양식이라는 점에서 같다. 그렇지만 고려와 조선의 시대적 차이가 보이는데 측면만 봐도 알 수 있다. 옆모습이 가장 아름답다고 평가되는 수덕사 대웅전은 부재 간격이 일정해서 규칙적이다. 이와 비교하면, 무위사 극락보전 벽면은 여백의 차이가 있어 리듬감으로 여유가 있다. 예를 들면 건물 중심에 기둥이 있는지 없는지 그리고 측면에서 튀어나온 도리들 간격이 규칙적인지 그렇지 않은지 하는 점에서 다르다. 도리는 좌우 기둥을 서로 연결하면서 지붕의 서까래를 받치는 건축 부재다. 도리 간격은 서까래와 깊은 연관성이 있다.

옛날 옛적에 참선하는 스님들은 ‘삼조연하(三條椽下) 칠척단전(七尺單前)’이라 하여 수양을 위해 필요한 면적은 가로 방향으로 서까래 셋이요, 세로 방향으로 일곱 자만 된다면 충분하다고 하였다. 천장으로 보이는 서까래와 그 사이 간격들이 대단히 인상적이었던가 보다.

무위사 극락보전은 현재 수리중이다. 1956년에 있었던 대한민국 최초의 수리공사는 먹고살기 힘든 시절이었지만 전통문화를 지키는 일이라 하여 뿌듯함으로 넘쳐났다고 한다. 이후로 크고 작은 수리가 계속되면서 변화된 모습이 발생하였다. 서까래의 아랫면과 부딪치면서 하단의 부재가 잘린 모습도 관찰되는데 원래 있었던 서까래가 교체되면서 발생한 일이다. 자연스럽게 휘고 굽은 나무로 서까래를 만들어 사용했을 때는 넓고 좁은 간격을 조절해서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곧게 뻗은 일정한 모양의 서까래를 사용하면서 간격을 조절하기 어렵게 되었다. 지붕 위에서 이루어지던 대목장의 순발력 넘치는 안목이 없어도 문제가 없는 것이다.

수덕사 대웅전 (출처:국가유산청)·무위사 극락전 (출처:저자 촬영)

못이 귀하던 옛날에는 서까래 위쪽 끝부분에 구멍을 만들고 여기에 연침이라는 가는 나무를 꿰었다. 굴비 엮듯 한 몸이 되도록 연결하고 그것을 지붕 앞뒤로 人 모양으로 걸쳐놓았다. 이렇게 하면 서까래들을 한 몸처럼 일체화할 수 있어서 비싼 못을 드문드문 박아도 충분히 고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인건비가 비싸 서까래에 구멍을 뚫는 작업, 연침 꿰는 일을 사람이 하기 어렵게 되었다. 제각각으로 생긴 나무를 목수들이 가공하지 않아도 되고 단순한 기계 작업으로 곧고 똑같은 서까래를 대량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서까래를 도리에 고정하기 위해 박는 못은 철물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흔한 것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 짓는 한옥에 곧고 쭉 뻗은 서까래를 사용하고 연침 구멍 대신 모든 서까래마다 못을 박아 튼튼한 집을 짓는 일에 마다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600년의 건축유산의 경우라면 우리는 어찌해야 하는 것인가? 서까래마다 연침 구멍을 뚫는 장인, 연침을 끼우는 전문가 장인들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모양새가 제각각인 서까래를 보기 좋게 조정할 수 있는 대목장은 과연 언제까지 남아있을 수 있을까 역시 고민되는 점이다.

이번 수리 공사에서 건축문화유산 보존과 전승을 위한 수준 높은 논의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선구적인 해결책들이 많이 적용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무위사 극락보전이 건축 600주년 되는 2030년에 그 성과를 기념하는 행사가 성대하게 치러지기를 기대한다.

# 연관뉴스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10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