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인권의식이나 성인지 감수성 부족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광주에서 또 한 번 사법부 인권을 의심케 하는 판결이 나왔다. 여성계와 피해자가 최근 진행된 사법부 판결을 강하게 성토하고 나섰다.
광주 연극계 ‘미투’ 사건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피해자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진단 시점과 인과관계를 문제 삼으며 일부 범죄 성립을 인정하지 않았다. 사건 발생 10년이 지난 뒤의 진단이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지만, 성폭력 피해의 특성과 그로 인한 후유증의 지속성은 이미 수많은 연구와 판례에서 확인됐다. 그럼에도 이를 ‘일반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배제한 판단은 성폭력 사건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 부족, 법원의 책무를 저버린 것이라는 지적이다.
광주 연극계 성폭력 사건 해결 대책위원회는 “위계와 위력이 작동하는 예술 현장의 성폭력을 외면하고 가해자 손을 들어준 재판부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 피눈물이 담긴 일기와 메모 등은 철저히 외면당했다”고 지적했다.
형식적 요건에 급급해 공소를 기각한 것은 결과적으로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으로 사법에 의한 또 다른 폭력이나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사법부 판단은 단순한 법 적용을 넘어 사회적 메시지를 형성한다. 이번 판결은 성폭력 피해자가 겪는 시간의 간극과 심리적 고통을 반영하지 못한 채, 법적 형식에 갇힌 판단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사법부의 형식주의적 판단에 심각한 우려와 실망을 금할 수 없다. 피해자 고통을 입증의 대상으로만 다루는 한, 정의는 온전히 실현될 수 없다. 법원이 형식적 정의에 집착하는 순간 국민 안전은 내팽개쳐질 위험이 크다. 이는 국민 안전과 사법 신뢰를 흔드는 위험한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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