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공고 시절 문학동아리 결성
독학 늦깎이 조선대 국문과 진학
현몽 꾸고 화순 정착 창작에 전념
등단 후 11년 8권 출간 시탑 쌓기


“오로지 시만 생각하고 시만 쓰며 눈 뜨는 아침부터 잠자리 드는 저녁까지 시만 붙잡고 있습니다. 그것이 시인 본연의 일상이자 저의 삶의 이유입니다.”
최근 신작 시집 ‘괜찮은 꿈’(문학들刊)을 출간한 박노식 시인은 자신의 일상과 시에 대한 창작관을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 2015년 등단 이후 지금까지 8권의 시집을 냈고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시화집을 포함, 총 4권의 저술을 내놓으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창작욕과 필력을 과시, 시탑(詩塔)을 쌓아가고 있다.
그의 성장기는 가난과 외로움, 문학을 향한 방황과 여정의 연속이었다.
그는 어려운 집안사정으로 인해 돈을 벌기 위해 광주공고에 진학했지만 낯설고 익숙치 않은 실업계 교육은 맞지 않은 옷을 걸쳐 입은 듯 어색하고 불편했다.
친구와 선후배들은 취업을 위해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업에 매진했지만 그는 친구들과 문학동아리를 만들어 문집을 엮는 데만 혼이 팔렸다.
그는 우여곡절 끝에 졸업장을 손에 들었지만 서울 성수동에서 봉제공장에서 일하다 뒤늦게 독학으로 대입을 치렀고 막내동생 또래 후배들과 86학번으로 조선대 국문과에 들어갔다.
80년대 민주화운동 등으로 어수선한 캠퍼스를 나온 후 학원가에서 국어와 논술, 수험생들을 가르치며 생업에 매달렸다.
그렇게 남매를 키워내고 평온한 일상을 보내던 2015년 어느날 꿈 속에서 또 다른 자아가 나타나 자신을 내려다보며 “시집 한 권도 없이 여기에 오지 말라”는 말을 듣고 수일을 고민하다 학원을 접고 아내를 설득해 시작 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화순 한천면 가천마을에 정착, 오직 시만 쓰고 있다.
이번에 펴낸 ‘괜찮은 꿈’은 총 4부로 이뤄졌으며 부제는 제1부 ‘상실이 큰 사람은 침묵을 일찍 배운다’ 제2부 ‘나는 우울의 집에서 태어나 오래 걸었다’ 제3부 ‘한 곳에 마음을 빼앗기는 일은 거기에 설움이 있기 때문’ 제4부 ‘한때의 상큼한 노래는 깨어진 조각처럼 뒹군다’이다. 상실, 우울, 설움이라는 단어도 그렇지만, 상큼한 노래마저도 깨어진 조각처럼 뒹군다는 표현에 이르면 시인과 이번 시집의 정서가 엿보인다.
그의 시들은 그리워해야 할 시간들, 꾸어야 할 꿈들이 밤하늘 별처럼 깔려 있다.
그는 수록시 ‘나는 낮달을 보며 외로움을 지웟다’에서 “아름다웠던 일도 고통스러웠던 사연도 내 안에서 자란 것이므로 소중할 수 밖에”라며 “다시 오지 읺을 먼 눈빛을 나는 낮달 속에서 찾는다”고 읊었다.
그는 이렇듯 고립을 자초하지만 우리들 모두처럼 가장 어두운 순간에 별처럼 가장 밝게 빛난다.
곽재구 시인은 “시가 밥이 될 수도 노동이 될 수도 해방과 꽃이 될 수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세상의 시쟁이들은 시가 어디에서오고 어디로 가는 것일까라는 화두에 몰두하는 순간 밥 먹는 것을 잊는다”며 “생이 아무리 질퍽거리고 절망스러울지라도 우리의 마음 속에는 꿈꾸는 호수가 하나씩 있다”고 평했다.
박노식 시인은 지난 2015년 ‘유심’에 ‘화순장을 다녀와서’ 외 4편으로 신인상을 받고 등단,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조선대 국문과를 나와 현재 광주 동구 ‘시인 문병란의 집’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 시집 ‘고개 숙인 모든 것’ ‘가슴이 먼저 울어버릴 때, 시화집 ’제주에 봄‘ 등을 펴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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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극장, 5·18 46주년 맞이 GV 프로그램···한국 현대사 돌아보는 '자리'
영화 ‘남태령’ 스틸컷.
광주극장이 5·18민주화운동 46주년을 맞아 한국 근현대사를 조망하는 특별 상영과 관객과의 대화(GV) 프로그램을 잇따라 선보인다. 이번 행사는 민주주의와 저항, 기억과 상처를 다룬 영화들을 통해 광주와 한국 사회가 지나온 역사의 장면들을 다시 돌아보는 자리로 마련돼 눈길을 끈다.먼저 오는 18일 오후 7시 30분에는 영화 ‘남태령’ 스페셜 시사회와 미니 GV가 열린다. 김현지 감독의 작품인 ‘남태령’은 SNS 공간에서 우연히 모인 시민들이 남태령 고개에서 함께 연대하며 만들어낸 기록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체감온도 영하 20도의 한겨울 밤,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며 ‘동지’가 돼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특유의 경쾌하고 생동감 있는 시선으로 풀어낸다.영화는 “이렇게 귀엽고 매콤한 투쟁, 이게 남태령 코어야!”라는 문구처럼 오늘날 청년 세대의 새로운 연대 방식과 광장의 감각을 담아내며 주목받았다. 상영 후에는 김현지 감독이 직접 참석해 관객들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진행은 한채원 이서점 대표가 맡는다.영화 ‘1026: 새로운 세상을 위한’ 스틸컷.이어 20일 오후 6시 30분에는 영화 ‘1026: 새로운 세상을 위한’ 특별 상영과 함께 고 김재규 장군 46주기 추도 행사가 열린다. 이번 행사는 5·18민주화운동 46주기를 기념해 민주주의의 의미를 되새기고 한국 현대사의 변곡점을 다시 바라보기 위해 마련됐다.행사는 함세웅 신부의 집전으로 진행되는 추도식으로 시작된다. 이후 상영되는 영화 ‘1026: 새로운 세상을 위한’은 10·26 사건 당시의 언론 보도와 전두환 합동수사본부의 발표 장면을 바탕으로 박정희와 김재규의 관계를 추적하며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재조명한다.영화는 조선경비대 시절부터 이어진 두 사람의 인연과 유신체제, 부마민주항쟁에 이르는 과정을 역사적 사실과 함께 교차 구성하며 김재규의 선택을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특히 시민들에게 발포 명령까지 내리려 했던 박정희 정권 말기의 상황 속에서 김재규가 어떤 결단에 이르게 됐는지를 중심적으로 다룬다.영화 상영 후에는 감독과의 대화 시간도 마련돼 작품의 기획 의도와 역사적 의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김재규장군명예회복추진위원회와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가 공동 주최하고 전국시국회의, 광주전남송죽회, 광주전남민주동우회, 1026함께보기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함께 참여한다.영화 ‘둥글고 둥글게’ 스틸컷.영화 ‘꽃잎’ 스틸컷.오는 23일에는 오후 1시 40분부터 오후 6시 20분까지 영화 ‘둥글고 둥글게’와 ‘꽃잎’ 연속 상영 및 GV가 진행된다.‘둥글고 둥글게’는 한국영상자료원이 기획한 시청각 프로젝트로, 장민승 감독이 연출하고 정재일 음악감독이 참여했다. 5·18민주화운동부터 1988년 서울올림픽까지 한국 사회의 역사적 변곡점을 아카이브 영상과 음악, 전시적 연출을 결합해 입체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특히 정재일 음악감독이 시편을 기반으로 작곡한 라틴어 합창곡은 1980년대 한국 사회의 풍경과 광주의 기억을 깊이 있게 되새기게 한다. 영화와 공연, 전시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형식 역시 관객들에게 색다른 체험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이어 상영되는 ‘꽃잎’은 장선우 감독의 작품으로 5·18민주화운동의 트라우마로 무너진 한 소녀의 삶을 통해 개인의 상처와 사회적 폭력을 동시에 응시한 작품이다. 1996년 개봉 당시 강렬한 메시지와 실험적 연출로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올해 개봉 30주년을 맞아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다시 관객과 만난다.두 작품 상영 후에는 장선우 감독과 장민승 감독이 직접 참석하는 GV가 이어진다. 진행은 전찬일 영화평론가가 맡아 한국 현대사를 다룬 영화의 역할과 의미, 기억의 방식 등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관람료와 상영 시간표 등 자세한 내용은 광주극장 네이버 카페에서 확인할 수 있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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