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법관대표회의'는 전국 각급 법원을 대표하는 판사들의 회의체다.
출발은 2003년 사법파동에서였다. 대법관 임명을 둘러싸고 고위 법관과 중견·소장파 법관 간에 내부 갈등이 발생하자 의견 수렴을 위해 소집된 자리로 당시 명칭은 '전국 판사와의 대화'였다. 그해 8월18일 법관 70명이 참석한 가운에 열린 '전국 판사와의 대화'를 통해 대법관 인선 과정에서 고착화된 서열 중심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
이후 비정기적으로 '전국 판사와의 대화' 또는 '전국 법관 워크숍'으로 열려온 회의체가 공식 기구가 된 것은 2018년 4월이다. 계기는 2017년 불거진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의혹이 흘러나오면서 6개월에 걸쳐 해결방안을 논의한 끝에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상설기구한 것이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정기 회의를 매년 4월 둘째주 월요일과 12월 첫째주 월요일에 두 차례 연다. 성원은 총 117명으로 구성원 5분의 1 이상이 동의할 경우 임시회의를 열 수 있다.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출발점이 된 사법파동은 사법부 안팎의 부당한 권력에 반발한 소장 판사들의 집단행동에서 비롯됐다. 우리나라 첫번째 사법파동은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71년이었다. 당시 정권에 '밉보인' 판사에게 검사가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판사들이 집단 사표로 항명한 사건이었다. 사법부 길들이기에 대한 법관들의 저항인 셈이다. 노태우 정권에서 대법원장 임용을 놓고 벌어진 두번째 사법파동까지가 외압에 항거하는 움직이었다면, 문민정부 시절 제3차 사법파동부터는 내부적인 자성의 목소리가 원인이 됐다. 2009년 촛불집회 재판 압력으로 인한 5차 사법파동과 2017년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촉발된 6차 사법파동까지 그 중심에는 늘 대법원이 있었다.
다시, 대법원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번에 '정치개입' 이슈다.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오는 26일 임시회의를 열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을 둘러싼 논란을 다루기로 하면서다. 어떤 결론을 내릴지 알 수 없다. 법적 구속력도 없다.
다만, 지금 대한민국에서 법원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국민들이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되새길때다.
이윤주지역사회에디터 storyboard@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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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터) 광주 140만 붕괴보다 무서운 것, '단일 DNA' 가뭄으로 빗물이 유입되지 않으면서 바닥을 드러낸 화순 동복댐 모습. 뉴시스 광주 인구가 14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예상했던 결과지만 지역의 충격은 상당하다. 뭐 지금껏 그래왔듯 충격은 조만간 가시고 곧 130만명대에 익숙해질 테다. 그래도 당장은 엄청난 위기가 닥친 것처럼 심각하게 원인 찾기에 나설 것이다. 그렇지만 그 원인 찾기마저도 게으르다. 그저 표면적 숫자만 보면서, 그보다는 들으면서 청년층 빠져나가는 게 문제라며 하나 마나 한 이야기로 심각한 표정을 지을 것이다.어느 사장님들은 청년들 일자리 없는 게 문제라면서 대기업 공장 유치도 못 하는 무능한 행정이라면서 침 튀기면서 이야기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들여오라는 공장은 안 들여오고 대기업 복합쇼핑몰 짓는 데만 열 올린다면서 목에 핏대를 세울 것이다. 그러다가도 서울로 대학 간, 대기업에 취업한 잘난(?) 자녀들 자랑으로 이어질 테다. 새로 뽑은 제네시스 얘기까지 하면 금상첨화다. 자랑이 지겨워지면 요즘 불황이라 장사가 안 된다, 최저임금 올라서 죽겠다는 푸념을 내쉴 테다. 그러다가 골목경제가 무너지고 있는데 정치인들은 뭘 하고 있냐며 다시 목소리가 높아진다. 그렇게 내년 지방선거 시장에, 구청장에 누가 나온다더라는 얘기로 옮겨갈 것이다. 누가 내 고등학교 선배니 후배니 중학교 동창이니 초등학교 옆 반이니…. "아는 형님이 이번에 그 후보 도와준다는데 잘 되면 가게 근처에 주차장 하나쯤은 생기겠지." 한바탕 웃음이 터지는 순간이다.짧게 머리를 스친 모습은 잠시 지우고 이야기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청년층이 빠져나가서 광주가 인구 위기라고 한다. 그래서 청년들이 빠져나가지 않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낸다.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광주는 오래전부터 청년들이 대거 빠져나가는 도시다. 대신 그만큼 청년들이 들어와서 몰랐을 뿐이다. 그 청년들은 전남에서 대부분 왔다.예컨대 가뭄이 닥치면 댐 수위가 줄어든다. 들어오는 빗물은 없는데, 상수용이든 농업용이든 물이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댐 문을 막으면 수위는 유지된다. 그러나 댐은 썩는다. 고인물이 썩는다는 건 상식이다.광주는 호남의 댐이다. 전남과 전북의 인구가 빗물처럼 고였다. 1960년 40만명이었던 인구가 2025년 140만명이 된 이유는 전남에서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빗물이 모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빗물이 말라버렸다. 저출산과 지방소멸로 광주로 올 청년도 없고, 있다 해도 바로 수도권이라는 더 큰 댐으로 간다. 전남은 2003년 한 해에만 3만명이라는 빗물을 내보냈다. 이 중 상당수가 광주로 향했다. 그러나 전남은 지난해 겨우 3천명이라는 빗물만 내보냈다. 오히려 광주에서 빗물이 내려왔다. 역류인가?전남에서의 인구 유입이 멈추고 나서야 광주에서 빠져나가던 인구가 보이는 것 뿐이다. 그런데 댐을 막아 나가는 인구를 막겠다면? 그 댐의 수질, 즉 생명력은 낮아진다.도시의 생명력은 수위만큼 중요한 게 수질, 즉 다양성이다. 전세계 어느 도시를 보더라도 다양성과 도시 경쟁력은 비례한다. 더 다양한 유전자들이 모이는 도시가 살아 남는다. 광주는 전국 특·광역시 중 지역적 다양성이 가장 낮다. 그나마 전남과 전북 정도에서만 인구가 모인 덕분에 약간의 다양성이 유지됐다. 그러나 이제 정말로 '찐 광주' 사람만 남게 생겼다. 생물학적 다양성이 사라진 유기체의 결말은 대부분 알 것이다.시선을 바꾸자. 빠져나가는 청년이 아닌, 들어올 청년을 보라. 전남만 볼 게 아니라 전국으로, 세계로 눈을 돌려보자. 호남의 댐이 아닌, 세계의 댐이 되는 게 생존의 길이다. 도시의 문을 활짝 열어보자.이삼섭 취재1본부 차장대우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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