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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와 PM, 같은 길 달리는데···광주시 행정은 따로

입력 2025.02.02. 19:05 이삼섭 기자
■두 바퀴路, 탄소중립 광주로 ⑦행정이 바껴야 한다
기능·운용·역할 매우 유사…도로 인프라도 공유
市 부서 달라 예산 낭비·행정력 비효율 '부작용'
서울·대전 등 주요 도시, 보행까지도 통합 관리

광주시와 자치구가 자전거와 개인형 이동장치(PM·Personal Mobility)를 각각 다른 행정 부서에서 관리하면서 비효율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산 낭비는 물론 시민들의 혼란이 가중된다는 비판이다. 자전거와 PM은 기능적으로나 운용 면에서 매우 유사한 교통수단이고, 인프라 이용과 교통 규제 방식도 비슷해 통합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는다. 특히 광주시가 대중교통과 자전거, 보행 중심(대·자·보)의 도시 환경으로 전환하는 데 중점을 찍고 있는 만큼, 행정조직을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자전거와 PM, 부서 달라 '비효율'

2일 광주시 행정조직을 살펴보면 자전거와 PM을 별개의 부서에서 담당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통합공항교통국 도로과에 자전거 정책·관리를 담당하는 '자전거팀'을 두고 있다. PM은 통합공항교통국 내 교통운영과 보행교통안전팀에서 담당하도록 했다.

광주시 5개 자치구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각 자치구는 자전거는 도로과에서, 전동킥보드(PM)는 교통 관련과에서 담당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광주시와 각 자치구의 이 같은 행정 구조에 대해 비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자전거와 PM은 기능, 역할, 운용 방식, 도로와 주차장 등 인프라 공유 등에서 매우 유사하다. 대중교통을 보완하는 단거리 이동에 최적화된 '개인형·친환경 교통수단'이라는 점에서도 역할이 일치한다. 자전거도로를 공유하고, 자전거도로가 설치되지 않은 곳에서는 도로의 우측 가장자리에 붙어서 통행해야 한다는 점 등 교통 규제 방식도 비슷하다. 주차 방식 또한 같다.

그런데도 행정 부서가 다르다 보니 정책 중복과 예산 낭비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대표적인 게 주차장 조성 사업이다. 광주시와 각 자치구는 지난해부터 전동킥보드(PM) 무단 방치를 막는다는 이유로 전용 주차장을 만들고 있다. 이미 광주시에는 자전거 거치대에 더해 타랑께(광주시 공공자전거) 주차장까지 있음에도 '전동킥보드' 전용 주차장을 만든 것이다. 애초에 자전거와 전동킥보드(PM)를 함께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할 수 있음에도 행정 체계가 달라 일어난 일이다.

특히 서구 화정1동은 지난해 무려 2천만원을 들여 전동킥보드 주차장 6개를 조성하기도 했다. 광주시가 각 자치구를 통해 보급한 전동킥보드 주차장(50만원)에 비해 터무니없이 큰 비용이다. 예산 낭비는 물론이거니와 가뜩이나 좁은 보행로에 각기 다른 주차장을 설치하면서 보행자의 불편은 배가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시민 입장에서도 다를 바 없는 교통수단인데도 행정 체계가 분리되면서 시민들은 혼란과 불편을 겪고 있다.

전남대 재학생 정해균(23) 씨는 "전남대 광주 캠퍼스 안에는 자전거와 PM을 함께 주차할 수 있는 곳이 있지만, 캠퍼스 밖에는 PM 주차 구역을 찾기도 어렵다"며 "그마저도 전기자전거는 어디에 주차해야 할지 몰라서 혼란스럽고, 대체로 전동킥보드 주차장에 함께 둔다"고 말했다.

광주시의 자전거, PM 정책과 관리 행정 부서가 달라 주차장 설치를 비롯한 개인형 이동장치 무단 방치 등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진은 자전거·PM 주차장이 없어 거리에 무분별하게 주차된 모습.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주요 도시는 '통합'이 대세…내부 직원도 '의문점'

공공자전거와 PM이 활성화돼 있는 도시를 살펴보면 자전거와 PM 행정 체계가 통합돼 있다. 특히 보행은 물론 자전거정책, 자전거도로, PM을 한 과에서 통합적으로 구축한 게 눈에 띈다.

대표적으로 '따릉이'로 유명한 서울시를 살펴보면, 교통실 교통운영관 내 보행자전거과에서 자전거와 PM에 대해 각각 팀을 두고 정책을 수립하고 관리한다. 구체적으로 보행자전거과는 보행자전거팀, 공공자전거팀, 개인형이동장치팀 등 7개 팀으로 구성됐다.

공공자전거(타슈)가 선진도시로 분류되는 대전시 또한 보행과 자전거, PM에 대해 통합 행정체계를 갖추고 있다. 구체적으로 철도건설국 보행자전거과 내 보행정책팀과 자전거팀을 두고 있다. PM은 자전거팀에서 담당한다. 실제 대전시는 공공자전거 주차장(타슈 스테이션)과 PM 주차장을 통합해 운영한다. 행정 조직에 따라 실제 현장의 '비효율'이 줄어드는 사례로 풀이된다.

광주시 내부 담당 직원들조차 자전거와 PM을 같은 부서에서 관리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광주시 통합공항교통국 관계자는 "다른 시·도에서는 자전거와 PM을 한 팀(부서)에서 관리하는 걸로 알고 있다"며 "광주시는 아무래도 과가 다르기 때문에 이해관계 문제도 얽혀서 통합적인 정책과 관리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의 부서에서 통합해 관리하면 정책과 예산, 인력 운영 측면에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자·보 '중점' 찍은 광주시, 조직 개편 고민 必

전문가는 자전거와 PM이라는 두 교통수단의 특성과 정책 목표가 유사한 점을 고려할 때 통합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나아가 보행 환경까지도 유기적인 행정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광주시가 대중교통과 자전거, 보행 중심의 도시 환경으로 '대전환'하는 추세에 맞춰 보행·자전거·PM을 포괄하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강하다.

윤희철 한국지속가능발전센터장은 "(대·자·보라는) 정책이 있으면 그걸 수행하는 조직이 있어야 하는데, 광주시는 현재 수행 조직이 없고 각 기능을 구분해 놓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전거에 대한 고민은 있다고는 하지만 자전거 도로를 조성하는 데 (조직 중점이) 있다 보니 자전거에 대한 행동 패턴이나 일종의 안전교육과는 상관 없이 도로를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환경 조성에만 관심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며 "특히 PM은 광주시가 관심이 없으니 전담하는 직원조차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윤 센터장은 "광주시의 정책 지향점이 드러나는 조직 체계가 만들어졌을 때 공무원들도 그것을 인식하고, 시민들도 광주시가 대자보를 추진하고 있구나라는 걸 볼 수 있다"며 "이른바 '대·자·보국'이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실제 의정부시는 지난해 '걷고싶은도시국'을 신설하고 그 아래 도시디자인과를 비롯해 도로조성과, 도로관리과, 도시정원과, 생태하천과 등을 두고 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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