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엄격한 높이 관리, 제주다움을 만들다
30년 전 종합계획 수립·고도지구 제정
신·구도심 상업지역 최대 55m 이하
호텔 등 전략 시설에선 유연함 보여
광주 일률적 높이 아닌 차등적 규제
경관계획서 주요 조망점 등 다뤄야

[‘아파트 혐오도시’ 광주, 공동주택 혁신하자]?⑤엄격한 높이 관리, 제주다움을 만들다
"광주에서는 아파트에 살아야 무등산을 마음껏 조망할 수 있는데, 제주도는 어디에 살든 한라산을 볼 수 있으니 정말 다릅니다."
제주시민들은 '한라산이 제주이고 제주가 한라산'이라는 즐겨 쓴다. 제주도민들의 한라산에 대한 애정과 인식을 가장 잘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다.
한라산은 광주의 '무등산'과 닮은 점이 많다. 광주사람들은 무등산을 뒷산 오르듯 여기면서도 '어머니의 산'이라 부를 정도로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특히 두 지역 모두에서 인공물이 아닌, 자연적으로 형성된 랜드마크라는 점에서 조망권을 지켜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다.
하지만 제주도에서의 '한라산 조망'과 광주에서의 '무등산 조망'은 큰 차이가 있다. 광주에서 무등산 조망은 '높이를 점령한' 이들의 전리품이 된 반면, 제주도에서는 한라산 조망을 누구도 '독점'할 수 없다. 등급도 차별도 없다는 무등(無等)의 말이 무색해진 것과 달리 제주지역 어디서나 한라산을 볼 수 있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동네마다 다른 '한라산 뷰'…주택 만족도도 높다
제주도 어디에서나 한라산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은 제주도의 '상징'이자, 제주도민의 자랑이다. 높은 건축물을 올라가지 않더라도 한라산을 볼 수 있으면서 제주도에서는 동네마다 각기 다른 '한라산 뷰'를 자랑하는 게 일상이다.
무등산 조망권 훼손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광주시에서는 '어느 아파트'에서 무등산 전경이 좋으냐를 두고 자랑하면서 입싸움을 벌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제주로 이주한 지 3년 차라고 밝힌 공기업 직원 김모씨(30)는 "상업지역이 아닌 이상 제주도에서는 어느 건물에 올라가지 않고도 한라산을 볼 수 있다는 게 제주살이 중 중요하게 차지하는 즐거움이다"면서 "한라산이나 오름이라는 특수한 자연적인 랜드마크가 있기 때문에 다른 도시와 비교하는 건 맞지 않지만, 다른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조망이 있다는 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까다로운 고도 관리로 인해 제주도에서는 국내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단지 아파트의 비중은 극히 적고, 고층 아파트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민들의 '거주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제주시 주거환경 만족도는 2021년 기준 89.4%로, 전국 17개 지자체 중 4번째로 높았다. 특히 특·광역시를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수치다.
◆엄격한 고도·경관관리가 '비결'
제주도의 경관은 한라산을 중심으로 완만한 원추형의 섬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고, 여러 부속 섬과 오름이라는 천혜의 경관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경관을 지키기 위해 제주시는 지난 1994년 제주도 종합개발계획 등에 따라 한라산과 오름 등 자연경관을 보호하는 '고도지구'를 제정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후 조금씩 변화가 있었지만 당시 제정한 고도지구는 큰 틀에서 유지돼 왔다. 고도지구는 크게 신제주생활권(신도심권), 중앙생활권(원도심권), 삼양생활권 등으로 나뉜다. 신도심권과 원도심권 모두 상업지역에서 최대 55m 이하로 유지된다. 이 때문에 흔히 아파트를 가장한 주상복합이 상업지역에서 무분별하게 올라가는 현상을 방지하는 장치도 됐다.
특히 녹지에서는 15m 이하로 강하게 제한돼 있어 도심권을 벗어나면 한라산은 물론, 주변 오름 등을 막는 건축물이 전혀 없는 정도다. 다만, 호텔 등 도시 전략 시설에 한해서는 특별히 높이 제한을 해제하는 유연함도 나타난다.
무엇보다 제주시는 꼼꼼하고 세부적인 경관계획을 마련한 게 주목할 만하다. 경관관리계획 내 경관구조별 분류를 살펴보면 경관권역, 경관축, 경관거점 등으로 세부화했다. 특히 경관권역과 경관축, 경관거점 등을 세밀하게 규제하면서 기계적 높이 규제가 아닌, 입체적 높이 관리를 시행했다.
다만, 최근 제주시는 고도 관리 완화 방침을 추진 중이다. 특히 원도심 내 다수의 공동주택이 재건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과도한 규제가 시민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고도 완화를 통해 보행자 통로 뿐만 아니라 소규모 공원과 녹지, 주차공간 확보를 위해서다.

◆고도 관리는 낮추는 게 아닌, 장소에 따른 '차별화'
제주시의 고도·경관 관리 계획이 일찌감치 만들어져 '제주다움'을 만든 것과 달리 광주시의 경우 구도심을 위주로 고층 난개발이 발생해 '도시 문제'로 떠올랐다.
2000년대 후반부터 구도심 재개발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저층 주택단지는 고층 아파트로, 상업지역은 주상복합으로 무분별하게 탈바꿈하면서 무등산을 가려버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최근 고층 아파트에 대한 시민들의 '혐오'가 높아진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전문가들은 일찌감치 '높일 데 높이고 낮출 데 낮추는' 도시계획의 부재에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고도 관리는 단순히 높이가 올라가는 것을 막는 것만이 아닌, 필요에 따라 고층화가 필요한 지역은 높이고 경관 확보를 위해 낮출 필요가 있는 곳은 낮추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구도심은 높이를 낮추는 대신 고밀도로 개발하고 신도심이나 외곽지역은 고층 제한을 푸는 식이다.
다행으로 광주시는 최근 무등산 조망을 위한 원도심 경관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 2021년 '광주 도시·건축 선언'을 통해 무등산과 광주천이 어우러져 보여 주는 천혜의 자연 경관을 보존하기로 했다. 민선8기 들어서는 더욱 구체적으로 '중점 경관관리 구역'을 확대해 원도심은 낮추고, 광천사거리나 백운광장 등은 더 높이 올릴 수 있도록 했다. 사실상 병풍 아파트를 장려해 무등산 조망이나 스카이라인을 훼손한 건축물 층수제한도 해제했다.
다만, 광주시 경관계획을 통해 무등산이나 주요 랜드마크 조망이 가능하게 하는 지점을 정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박홍근 나무심는건축인 대표는 "도심에서 일률적으로 높이 제한을 하면 15층이나 25층이나 시선을 가리는 것은 마찬가지"라면서 "중요한 것은 경관계획에서 주요 조망점과 경관 포인트(무등산 등 경관 지점)를 정확히 다루지 않으면 어떻게든 무등산 조망은 가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현 광주시 경관계획에서 구체적인 실행 방안(조망점 설정 등)을 정하지 않으면 심의를 통해 규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면서 "한 필지에 대해서는 가능할지 몰라도 결국 지역 전체를 놓고 봤을 때는 불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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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통령 띄운 광주 군공항 TF, 무안군은 엇박자?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6월 25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광주시민·전남도민과 타운홀미팅을 하고 있다. 뉴시스=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이 주도하는 광주군공항 이전 '6자 TF' 가동을 앞두고 무안군이 '공개 공모 방식' 카드를 꺼내 들면서 지역사회 우려가 커진다. 이재명 대통령이 무안공항 이전을 전제로 타운홀미팅 토론회를 주최한 데 더해 무안군이 참여하는 TF를 구성했다는 점에서 신뢰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일각에서는 무안군이 협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카드로 보고 있지만, 자칫 지역 간 불신의 골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 늦기 전에라도 광주시와 전남도, 무안군이 상호 신뢰를 높일 보완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조언이다.15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시한 군공항 이전을 위한 6자 TF를 구성하고 첫 회의를 조만간 진행할 계획이다. 현재 각 정부 부처와 지자체에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한편 이해관계가 있는 지자체와 지역 정치권 의견도 청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그런 가운데 6자 TF에 포함된 무안군이 군공항 이전 후보지를 공개적으로 공모하는 방식으로 전환해달라고 건의하면서 긴장감이 팽배해지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시한 6자 TF는 광주군·민공항 모두 무안국제공합으로 통합하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으로, 이를 거스르는 행보이기 때문이다.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6월 25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광주시민, 전남도민 타운홀미팅에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이 대통령은 지난달 말 광주에서 타운홀미팅 미팅을 통해 군공항 이전 토론회를 열면서도 '무안공항 통합'을 전제로, 무안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불신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가 직접 책임지는 것이 맞다"며 지자체 3자는 물론 국방부와 기재부, 국토부가 참여하는 TF 구성을 약속했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난 7일 "사실상 국정과제"라고 밝히기도 했다.더군다나 토론회에서 김 군수는 "결국 신뢰가 문제"라며 국가가 주도하고 획기적 인센티브가 제공되면 군민을 설득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대통령도 이에 호응하며 무안군의 불신을 해결하기 위해 광주 종전 부지 개발 과정에 무안군이 사업자로 참여토록 제안하기도 했다.하지만 TF 첫 회의가 진행되기 직전에 무안군이 엇박자를 내면서 스스로 신뢰를 깨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광주지역에서는 차선책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임한필 광산시민연대 대표는 "무안군수가 대통령 왔을 때는 조건들이 맞으면 하겠다고 했는데, 지금 하는 태도는 내년 선거도 있고 하니 절대 안 받으려고 하는 분위기 같다"면서 "그렇다면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없기 때문에 차라리 광주에 존치하고 소음을 개선하는 게 더 낫다"고 주장했다.김산 전남 무안군수가 2025년 6월 25일 광주 국립 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의 광주시민, 전남도민 타운홀미팅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다만, 일각에선 김 군수의 이번 대응이 '정치적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TF가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전 협상력을 최대치로 끌어내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무안군 입장에서는 대통령실 TF에서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히면 협상할 여지가 줄어들기 때문에 최대한 입장을 반영하기 위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대통령실이 컨트롤타워로서 균형적 조정을 시도하더라도 시·도와 무안군 간의 신뢰가 무너지면 그 자체로 협의 동력을 상실한다. 대통령실 TF와 별개로 지자체 간 신뢰를 유지할 별도의 보완적 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는 제안(무등일보 6월 23일·7월2일자 보도 참고)이 힘을 얻는다.강기정 광주시장 또한 지난 10일 "대통령실 직속 광주 군 공항 이전 TF가 만들어졌고, 이에 발맞춰 우리 광주시민과 전남도민의 의견을 모을 수 있는 시·도민 협의체 구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광주시와 전남도 간 상당한 교감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무안군이 협의체에 부정적 모습을 내비치면서 실질적 진전을 이뤄지지 않고 있다.광주시 관계자는 "3자 간 협의체 구성을 검토 중이지만, 무안군이 참여하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도 함께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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