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광주 아파트 왜 흉물이 됐나
광주시민 대부분 아파트 거주 불구
"더는 공급 안돼" 비판 목소리 높아
개발시대 대량공급 방식 '반발' 분석
주거만족도 높아…공공성 회복 관건

[‘아파트 혐오도시’ 광주, 공동주택을 혁신하자]①광주 아파트 왜 흉물이 됐나
"아파트 그만 건축하세요. 고층 건물에 갇혀 사는 지옥입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게 해주세요."
지난 2021년 8월. 광주지역 구도심은 물론 외곽으로 아파트가 무분별하게 들어서고 있는 것에 대한 지역사회의 문제인식이 극에 달할 때, 광주시의회가 의미있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에서 광주시민들의 아파트에 대한 인식을 알 수 있었는데, 적잖은 시민들은 아파트 공급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드러냈다. 시민들은 여론조사에서 "고층 아파트 남발보다는 주택단지 조성으로 도심 속의 각각 개성 있는 주택 조성을 원한다", "아파트 공급이 너무 많아 그로인해 녹지가 급속도로 줄어든다" 등의 의견을 냈다.
아파트 공급 확대에 반대하는 의견은 2명 중 1명이 49.2%에 달할 정도였다. 그에 반해 찬성은 38.2%에 불과했다. 당시 집값이 폭등하고 있던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절반에 달하는 응답자가 아파트 공급에 반대한 것이다. 이유도 아파트 공급으로 인해 보유한 자산 가치 하락(6.4%)이 우려된다기보다는 기존 주택 활용(35.5%)이나 조망권 침해 등 도시문제 유발(17.4%)과 같은 공적인 판단이었다.
하지만 응답자들의 거주 주택을 보면 다소 미묘한 반전이 나타났다. 무려 83.2%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부분이 아파트에 살면서도 아파트를 짓지 말라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자신은 아파트에 살고 싶지만 다른 이들은 연립주택(빌라)이나 단독주택에 살기를 바라는 이중적 태도라고 봐야하는 걸까? 아니면, 아파트 말고 선택지가 없기 때문일까? 혹은 일종의 '애증의 관계'인 걸까
◆아파트 비중 압도적이지만…주거만족도 '높다'
2022년 통계청이 발표한 전국 주택 종류별 주택 비율을 살펴보면 아파트 비율이 64.0%, 연립·다세대가 14.7%, 단독이 20.2%, 비거주용이 1.1%였다. 광주는 아파트가 81.3%, 연립·다세대가 3.6%, 단독이 14.1%, 비거주용이 1.0%다.
전국 평균보다 아파트 비율이 17.3%가 높은 수치로,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일종의 신도시인 세종시(86.9%)를 제외하고는 압도적인 1등이다. 다른 특광역시의 경우 아파트가 전체 주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대전 75.2%, 대구 75.1%, 울산 73.9%, 부산 68.7%, 인천 66.0%, 서울 59.5%다.
우선 수치로만 보면 광주에서 아파트가 특히 '혐오 대상'이 된 이유는 아파트 위주의 획일화에서 나오는 문제의식으로 추론할 수 있다. 이른바 '성냥갑 도시'로 대표되는 특색 없는 아파트가 구도심과 신도시를 막론하고 공동주택 부지만 생기면 들어서는 것에 대한 반대급부인 셈이다. 2021년 광주시의회 대시민 여론조사에서도 시민들은 "다양한 주택 형태로 공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의식과 달리 주거만족도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국민 삶의 질 2022' 자료에 따르면, 광주의 주거만족도는 91.4%로 세종(95.9%)과 대전(92.8%) 다음으로 높았다. 대체로 특·광역시의 주거만족도가 높았는데, 대구 89.6%, 울산 89.0%, 부산 88.7%, 서울 85.3% 등으로 조사됐다. 눈여겨볼만한 것은 공동주택 비율과 주거만족도가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 2020년 주거실태조사에서 나타난 유형별 주택에 대한 전반적 만족도를 살펴보면, 아파트는 만족한다(매우·대체로)가 93.4%에 달했다. 이에 반해 다세대는 82.1%, 단독은 80.5%, 연립은 74.8%에 불과했다.
◆문제는 7080에 멈춰 있는 아파트 공급
결국 광주지역에 아파트가 많다는 점은 주거환경이나 주거만족도를 높이고 있다는 것으로 결론낼 수 있다. 반대로 생각하면 아파트가 다세대나 단독, 연립 등보다 압도적으로 만족도가 높은 상황에서 아파트 공급을 인위적으로 줄이는 것은 아파트에 입성(?)하지 못한 상당수의 세대에게는 불합리한 정책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광주도시공사 도시주택연구소가 올 1월 발표한 주거복지트렌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광주지역 무주택가구는 전체 가구수의 42% 수준인 26만714세대다. 이들 중 87.8%는 자가보유를 갈망했고, 상당수는 아파트를 보유하고 싶을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아파트 공급을 줄이려는 정책보다는 왜 아파트가 미움을 받게 됐는지를 잘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선 대규모 재개발·재건축 등의 방식으로 기존 공간적 맥락을 파괴한 채 대단지로 지어지는, 이른바 '성채화'(Fortification)로 인한 기존 공간의 왜곡과 단절 등이 문제가 크게 문제화되고 있다. 또 시민들의 공간적 욕구의 수준이 높아진 데 반해 '성냥갑'으로 대표되는 저품질의 디자인, 다양한 가족형태와 거주 요구를 반영하지 못한 채 공장에서 찍어낸 듯 획일화된 내부 구조 등도 큰 문제로 지목된다.
함인선 광주시 총괄건축가는 "개발시대 때 아파트를 싸게, 빠르게, 효율적으로 짓기 위해 대량 생산하다 보니 고무도장 찍어내듯 하게 됐다"면서 "결국 똑같은 판상형 아파트로 이뤄진 병풍, 장벽이 만들어진다. 거기에 사업성을 높이려 획일화된 아파트가 양산돼 도시의 흉물이 됐다"고 지적했다.
광주에 한해서 살펴보면 최근 구도심을 중심으로 난개발이 발생함에 따라 무등산 조망권이 크게 훼손된 것도 아파트에 대한 혐오를 불러일으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광주시 경관관리계획에서 조망점 등을 세밀하게 반영하지 않고 수립하면서 무등산과 같은 랜드마크 조망 훼손을 막지 못한 것도 시민들의 비판을 높인 한 원인으로 꼽힌다.
박홍근 나무심는건축가 대표는 "도심에서는 일률적 높이제한을 하면 15층짜리든 25층짜리든 (랜드마크) 시선을 가리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경관계획에서 주요 조망점과 경관포인트(무등산 등)를 정확히 해 철저한 높이 관리를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관관리를 총론(기본원칙)으로만 할 게 아니라, 각론(개별적 부분)에서 실행계획을 촘촘히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광주 아파트거래 늘었지만···회복은 '아직' 광주 도심 전경. 올해 상반기 광주 아파트 거래가 지난해보다 300여 건 늘어난데 이어 소비 심리 지수도 회복되는 양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업계에선 올해 비과세로 풀린 2022년 입주 아파트들 거래량이 늘어나는 등 신축급 수요가 여전한 것으로 보면서도 저가 급매물성 거래가 주를 이뤘다며 아직 본격적인 회복세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반응이다.3일 국토부 아파트실거래가조회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광주 아파트 매매 건수는 8천24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천939건에 비해 302건(3.8%) 증가했다.이는 부동산 시장 침체가 본격화되기 전인 2022년 8천903건에 비해선 낮은 수치이지만 최근 3년 기준으론 가장 높은 수치다. 아직 6월말 거래 등록기간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상반기 매매 건수는 현재보단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올해 거래에서도 여전히 5년차 이하 신축급 아파트에 대한 선호는 여전했다.지난해 1천47건이었던 '5년차 이하 아파트 거래'는 올해 1077건으로 소폭 증가했다.특히 신축급 아파트 가격 수준인 '5억원이상~10억원 미만' 거래는 지난해 777건에서 올해는 974건으로 25.4% 급증했다.올해 실거주의무가 종료된 2022년 준공 아파트 매매가 활발해지면서 신축 아파트 거래의 33.4%(360건)를 차지했다.여기에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도 지난해보다 개선된 모습이다.지난해 1월 86.1이었던 소비심리지수는 8월 105.6으로 오른 뒤 이후에도 꾸준히 기준점인 100을 기점으로 소폭 하락 또는 상승을 반복하는 모습이다.올해 1월 98.9로 출발한 이후 2월 103.3, 3월 99.4, 4월 96.8, 5월 102.5를 기록하는 등 지난해보단 가격상승이나 거래 증가를 기대하는 매수심리가 늘어나고 있다.하지만 기대만큼 아파트 가격 상승은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다.5월 기준 광주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2억7천512만8천원으로 지난 1월 2억7천192만8천원에 비해선 올랐지만 2023년 3월(2억7천260만1천원)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가장 평균가격이 높았던 2022년 6월 3억216만8천원에 비교하면 2천704만원이 적다.업계에선 여전히 저가 급매물 거래가 주를 이루면서 매물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아파트 거래 회복까지 아니라는 입장이다.5억원 이하의 고가 아파트 거래가 늘었지만 전반적인 부분에선 저가 매물 위주로 상승 거래보단 하락거래가 아직까진 더 많다는 것이다.실제로 사랑방부동산의 실거래분석 내용을 보면 최근 한 달간 매매거래 1천529건 중 상승거래는 680건에 그친 반면 하락거래는 778건으로 거래량의 50.9%가 기존거래가 낮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전문가들은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주목하고 있다.수도권 주담대 6억 제한이 지방 주택시장에 대한 투자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투자 수요에 미약한 기대감을 나타냈다.최현웅 사랑방부동산 과장은 "서울의 부동산 대출 규제가 지방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수요로 이어질 가능성도 조금이나마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적어도 한 분기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최근 지방주택시장은 인구소멸문제와도 강하게 연결되고 있다는 점에서 지방 투자로 얼마나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도철원기자 repo333@mdilbo.com
- · 미분양 적체 계속···광주 올해 분양시장 '암울'
- · 광주 아파트경매시장 올들어 낙찰가율 '최고'
- · 광주 공동주택 공시가격 전년보다 2.07% 하락
- · 양극화 속 광주아파트 가격 하락 '계속'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