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급속히 성장하며 '히트 상품'
난개발 막고 인구수용 높지만
대단지 개발 위주에 '부작용' 심각
보급 불가피…'어떻게 만들지' 관건

[‘아파트 혐오도시’ 광주, 공동주택을 혁신하자] 프롤로그
"광주는 아파트 공화국입니다. 건설사와 투기꾼들의 탐욕으로 이뤄진 재앙이에요. 그만 좀 지어야 합니다."
광주에서 사회적 지위가 꽤 있는 인사와 짧은 대화를 나누던 중 그는 광주지역 주택문제를 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파트 획일화나 공급 과잉 문제야 지역 오피니언 리더층의 인기 있는 소재였기 때문에 새로운 것도 없지만, 지역에서는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광주지역 주택 10채 중 8채는 아파트. 성냥갑으로 대표되는 볼품 없는 모습으로 장소를 가리지 않고 무분별하게 난립하면서 도시의 개성을 잃게 한 주범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다가 질문 하나를 던졌다. 비슷한 이야기가 나올 때 상대방에게 자주 던지는 질문이다. "혹시 어디에 거주하고 계신가요?"…"OO아파트요."
순간 짧은 침묵이 흐른 건 기분 탓일 것이다. 광주에서 비싸기로 유명한 대단지 아파트라서 그런 건 아닐 것이다. 광주에서 좀 산다는 사람치고 아파트에 안 사는 사람이 있던가. 대부분이 아파트에 살고 있지 않은가. 더군다나 광주에서 OO아파트에서 산다는 것은 부의 상징이기도 하다. 근처에 아파트가 계속 생겨서 조망이 옛날 같지 않다는 말만 안 했으면, '더 평범한' 광주에서의 일상적 대화일지도 모른다.
고민의 지점을 확장해보면 아이러니하게도 아파트는 우리 대부분이 당연하게 살아가고, 또 살고 싶은 주거 형태이면서 동시에 '혐오' 대상이 된 것이다. 하지만 정작 아파트를 그만 지으라고 하는 이들 중에 빌라나 2~3층의 다세대 주택에서 살고 싶은 이 있던가. 아파트에서 내려올 용기가 없는 것과 아파트로 올라가고 싶은 욕구는 같다.
"아파트는 죄가 없습니다." 어느 건축가의 말처럼 아파트는 단기간에 급속하게 성장한 국내 도시에는 축복과 같은 존재다. 아파트의 양적 보급은 도시가 확장되는 과정에서 급속히 늘어난 인구를 수용하면서 수평 난개발을 막고 비교적 쾌적한 도시환경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어느 광역시보다 아파트 보급률이 높은 광주시민들은 경제력이 높지 않더라도 보편적으로 안전하고 만족도가 높은 보금자리를 가질 수 있게 됐다. 집단으로 모여살면서 어떤 주거 형태보다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며, 에너지 사용 측면에서도 친환경적이다.
그럼에도 아파트가 '혐오'의 대상이 된 것은 개발도상국 시대를 지나 선진국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보급이나 형태가 여전히 과거의 '대량 공급'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단지 위주의 획일적 아파트 형태의 공급은 공간적·문화적 맥락과 공동체를 파괴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특히 아파트 보급률이 높은 광주에서는 이 같은 부작용이 크게 나타났고, 그 만큼 혐오 또한 강했다. 아파트 자체가 아닌, 그동안 이 도시에서 지어진 아파트의 모습이나 발생한 사회적 부작용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에 더 가까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파트를 그만 짓자'가 아닌, '어떤 아파트를 지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개인과 사회, 도시 모두에게 필요한 아파트를 생각해야 한다. 지난 시대의 잔재와 같은 아파트와 결별하고 지속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아파트를 어떻게 보급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 도시 간 경쟁의 시대, 건축물 대부분을 차지하는 공동주택은 '도시 경쟁력'이다. 그 도시 문화 수준의 결정체임과 동시에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가장 결정적인 요소다. 공동주택 혁신에 실패하면 도시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다.
그렇기에 무등일보는 '아파트 혐오도시 광주, 공동주택을 혁신하자' 기획 연재를 시작한다. 광주뿐만 아니라 국내 도시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기존의 공동주택 문제점을 진단해보고 국내외 사례를 통해 광주라는 도시의 지속가능성과 시민들의 삶의 질을 책임지는 공동주택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수 있을지를 살펴본다. '아파트 혐오'를 더 나은 공동주택을 만들어가는 동력으로 삼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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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아파트거래 늘었지만···회복은 '아직' 광주 도심 전경. 올해 상반기 광주 아파트 거래가 지난해보다 300여 건 늘어난데 이어 소비 심리 지수도 회복되는 양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업계에선 올해 비과세로 풀린 2022년 입주 아파트들 거래량이 늘어나는 등 신축급 수요가 여전한 것으로 보면서도 저가 급매물성 거래가 주를 이뤘다며 아직 본격적인 회복세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반응이다.3일 국토부 아파트실거래가조회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광주 아파트 매매 건수는 8천24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천939건에 비해 302건(3.8%) 증가했다.이는 부동산 시장 침체가 본격화되기 전인 2022년 8천903건에 비해선 낮은 수치이지만 최근 3년 기준으론 가장 높은 수치다. 아직 6월말 거래 등록기간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상반기 매매 건수는 현재보단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올해 거래에서도 여전히 5년차 이하 신축급 아파트에 대한 선호는 여전했다.지난해 1천47건이었던 '5년차 이하 아파트 거래'는 올해 1077건으로 소폭 증가했다.특히 신축급 아파트 가격 수준인 '5억원이상~10억원 미만' 거래는 지난해 777건에서 올해는 974건으로 25.4% 급증했다.올해 실거주의무가 종료된 2022년 준공 아파트 매매가 활발해지면서 신축 아파트 거래의 33.4%(360건)를 차지했다.여기에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도 지난해보다 개선된 모습이다.지난해 1월 86.1이었던 소비심리지수는 8월 105.6으로 오른 뒤 이후에도 꾸준히 기준점인 100을 기점으로 소폭 하락 또는 상승을 반복하는 모습이다.올해 1월 98.9로 출발한 이후 2월 103.3, 3월 99.4, 4월 96.8, 5월 102.5를 기록하는 등 지난해보단 가격상승이나 거래 증가를 기대하는 매수심리가 늘어나고 있다.하지만 기대만큼 아파트 가격 상승은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다.5월 기준 광주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2억7천512만8천원으로 지난 1월 2억7천192만8천원에 비해선 올랐지만 2023년 3월(2억7천260만1천원)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가장 평균가격이 높았던 2022년 6월 3억216만8천원에 비교하면 2천704만원이 적다.업계에선 여전히 저가 급매물 거래가 주를 이루면서 매물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아파트 거래 회복까지 아니라는 입장이다.5억원 이하의 고가 아파트 거래가 늘었지만 전반적인 부분에선 저가 매물 위주로 상승 거래보단 하락거래가 아직까진 더 많다는 것이다.실제로 사랑방부동산의 실거래분석 내용을 보면 최근 한 달간 매매거래 1천529건 중 상승거래는 680건에 그친 반면 하락거래는 778건으로 거래량의 50.9%가 기존거래가 낮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전문가들은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주목하고 있다.수도권 주담대 6억 제한이 지방 주택시장에 대한 투자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투자 수요에 미약한 기대감을 나타냈다.최현웅 사랑방부동산 과장은 "서울의 부동산 대출 규제가 지방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수요로 이어질 가능성도 조금이나마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적어도 한 분기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최근 지방주택시장은 인구소멸문제와도 강하게 연결되고 있다는 점에서 지방 투자로 얼마나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도철원기자 repo333@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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