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로용량 포화·운영 지연 불 보듯…'복선' 동부선과 차별
“단선은 반쪽짜리 개량…미래 수요 감안해 복선화 필수”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경전선 광주송정~순천 구간(서부경전선) 전철화 사업이 복선이 아닌 단선으로 추진돼 우려를 낳고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핵심 조건인 광역교통망의 획기적 개선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다. 특히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남부경제권 구축의 출발점이 될 핵심 인프라를 시작부터 ‘반쪽짜리 고속철도’로 추진하는 것은 명백한 정책적 오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단선 철도가 가진 구조적 한계… 열차 지연·선로용량 포화 불 보듯”
이상국 부산연구원 도시·해양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6일 순천 호남호국기념관에서 개최된 ‘영·호남 4개 시·도 연구원(광주·부산·경남·전남) 공동 라운드테이블’에서 발제를 통해 서부경전선을 원점에서부터 ‘복선전철’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인 광주송정~순천 구간(121.5km) 전철화 사업은 기존의 노후화된 단선 비전철 노선을 개량해 시속 250km급 준고속열차를 투입하는 방향으로 설계 중이다. 완공 시 광주와 부산을 2시간대로 연결된다.
문제는 ‘단선 철도’가 가진 태생적 한계다. 이 연구위원은 서부경전선이 운영의 정시성 저하와 선로용량의 한계로 반쪽짜리 고속화 노선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선 철도는 상·하행 열차가 하나의 선로를 공유하기 때문에 맞은편에서 오는 열차를 피하기 위해 역마다 교행 대기(신호대기)를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한쪽 열차가 연착되면 노선 전체의 열차가 연쇄 지연되는 취약성을 안고 있다.
이 때문에 여객 열차 증편은 물론 향후 물류 수송 수요가 늘어날 경우 단선 철도는 개통과 동시에 포화 상태에 직면할 가능성까지도 제기된다. 이 연구위원은 “남부권 핵심 산업 벨트인 광주의 인공지능(AI)·미래차 클러스터와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의 제조·항만 물류 기반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기에는 단선 철도의 선로용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영·호남 경제권의 실질적인 통합과 동반성장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열차의 연속 운행이 가능하고 수송 능력이 월등한 복선 고속화 체계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호남고속철도 또한 추진 당시 낮은 경제성으로 우려를 낳았지만, 개통 직후부터 여객이 포화되면서 선로용량 부족을 겪어왔다. 특히 단선으로 개통한 뒤 향후 수요가 많아져 복선화를 재추진하게 되면 이중의 예산 투입과 공사 기간 중 열차 운행 중단 등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불가피하다.

◆단선과 복선은 이론상 4~5배 차이…“지금이라도”
토론자들도 복선화로 추진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실제 용량이 4~5배 차이 나는 ‘복선화’만이 통합특별시의 광역교통망 혁신은 물론 남부경제권을 살리는 유일한 길이라며 정부의 패러다임 전환을 촉구했다.
이호 한국교통연구원 본부장은 “시설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도로가 2차선으로 가다가 갑자기 1차선으로 줄어들면 난리가 나는데, 철도는 왜 동부 구간(복선)과 서부 구간(단선)을 다르게 가는데 가만히 있느냐”고 지적했다. 특히 철도 공학적으로 단선과 복선의 선로 용량 차이는 이론상 4~5배에 달한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복선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현재 단선인 서부경전선을 복선으로 재추진하는 데 따른 시간상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짚었다.
김종학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또한 “철도 사업은 터널과 교량이 많아서 한번 단선으로 뚫어놓으면 나중에 복선으로 늘리기가 구조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며 “실제 이용자의 편의와 철도 용량을 고려해 처음부터 복선으로 제대로 된 철도를 깔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지자체의 근시안적 시각 또한 비판했다. 광주·전남의 생활권을 연결한다는 데 생각이 갇혀 중장기적 비전(남부권 연결)을 내다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현재 단선으로 설계가 진행 중인 서부경전선을 복선화로 재추진하는 데 따른 부담 또한 제기됐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다시 거치게 될 경우 최소 2~3년가량 더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예타 통과 과정에서 다른 국책 철도 사업들에 우선 순위에 밀릴 수도 있다. 이를 두고 이상국 연구위원은 광주·전남 통합 등 행정 통합 국면을 레버리지 삼아 복선화로 증액되는 추가 사업비의 일정 부분을 지자체가 과감하게 분담(매칭)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정부의 재정 부담을 덜면서 예타 재조사 과정을 대폭 단축하거나 면제받는 전략이다.
이호 본부장은 “6차 광역철도망 계획에 복선전철화를 담고, 예산 조정 과정을 하는 과정들이 다시 한번 지루한 싸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그 과정을 거치는 것이 훨씬 더 현실적이고 빠른 방법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단선의 한계를 마주치고 추후 복선으로 개량하는 과정을 거치느니 몇 년 더 지연되더라도 복선화로 추진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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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광주기획위, 필수·공공의료체계 권고···세부 계획 미흡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이 20일 무안청사 왕인실에서 열린 ‘전남광주대전환기획위원회 해단 및 활동성과 공유회’에서 정은승 위원장으로부터 기획위원회 활동백서를 전달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광주특별시 제공
초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을 준비한 대전환기획위원회가 지역완결형 필수·공공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권고안을 내놨지만, 대부분 방향성 제시에 그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역 최대 현안인 국립의과대학 신설과 관련해서도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며 대학 간 자율 합의에 맡기겠다는 원론적 수준에 머물러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 등 알맹이가 빠졌다는 목소리가 높다.전남광주대전환기획위원회는 21일 지역완결형 필수·공공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4대 권고안을 발표했다. 권고안에는 ▲지역완결 필수·공공의료체계를 위한 통합 마스터플랜 수립 ▲24시간 응급·중증·분만·소아 필수의료 분야 방어선 최우선 가동 ▲의료 인프라 및 인력 확보를 위한 필수의료 생태계 조성 ▲지역·필수·공공의료 혁신위원회(가칭) 구성 등이 담겼다.기획위는 강력한 기능의 새 병원 건립을 포함해 기존 대학병원과 지역 의료자원을 연계한 ‘전남광주 초광역 통합의료벨트’를 구축하고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응급·중증·분만·소아 분야의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한 24시간 의료망 구축과 필수의료 인력 지원, 공공의료 거버넌스 구축 필요성도 주문했다. 다만, 권고안 대부분이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수준에 머물러 아쉬움을 남겼다. 새 병원을 어디에 어떤 규모로 건립할 지,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지, 의료인력은 어떤 방식으로 확보할 지 등 핵심 실행 방안이 제시되지 않은 것이다. ‘24시간 응급·중증·분만·소아 방어선’ 역시 목표만 나왔을 뿐, 운영 방식이나 예산, 참여 의료기관, 단계별 추진 일정 등은 담기지 않았다.국립의대 신설 문제도 난항이 우려된다. 권고안은 “목포대와 순천대가 자율적 합의를 통해 통합을 신청하면 특별시가 그 결과를 존중해 의대 신설과 필수의료체계 구축을 하나의 통합 설계로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기획위가 지난 14일 중재 중단을 선언하며 밝힌 입장을 재확인 하는 수준에 그쳤다. 앞서 기획위는 목포대에 대학본부와 의과대학을 두고 순천대에는 대학병원을 우선 설립하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문제는 순천대가 이를 거부하자 중재안을 철회하고 “더 이상 중재 역할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불거졌다. 결국 이번 권고안에서도 대학 간 자율 합의를 전제로 한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셈이다. 목포대와 순천대의 통합 논의가 여전히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대 신설의 구체적인 추진 일정이나 행정적 지원 방안, 정부 설득 전략 등은 제시되지 않아 지역 숙원사업 해결 의지가 약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지역 의료계에서는 필수의료체계 구축의 핵심은 안정적인 의료인력 확보인데, 의대 신설 방안이 사실상 빠진 권고안으로는 의료 공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또 하나의 권고사항인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지역·필수·공공의료 실현을 위한 혁신위원회’ 구성 역시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기획위는 공무원과 전문가, 지역사회가 참여하는 혁신위원회를 꾸려 통합 마스터플랜과 분야별 실행과제를 마련하도록 제안했다. 그러나 통합특별시가 최근 800조원 규모의 반도체 메가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반도체전략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각종 위원회 설치를 잇따라 추진하는 상황에서 또 다른 위원회 신설이 실제 정책 추진력을 높일 수 있을 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이에 대해 기획위 관계자는 “두 대학이 통합을 추진하되 그와 별개로 특별시 차원의 필수의료체계는 구축해야 한다는 취지”라며 “대학 간 자율 합의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정민기자 ljm7da@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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