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유일 4인 선거구…"미친 듯이 뛰어야죠"
민주당 텃밭서 야당·소수정당 '틈새 공략'
비 그치자 유세차 출격…선거 열기 후끈
거리·골목 누비며 민주당 아성 흔들기 나서

“안녕하십니까. 이번엔 광주 북구1 선거구에서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원을 모두 4명 뽑습니다. 꼭 한 번 도와주세요.”
6·3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1일 오전 광주 북구 시화문화마을 커뮤니티센터 인근 고가도로 아래. 운동 프로그램이 열리는 날이면 한 시간에 수 백명이 오가는 곳이다. 이재광 진보당 전남광주통합시의원 후보는 운동복 차림 주민들이 하나둘 지나가는 길목에서 연신 허리를 숙이고 명함을 건네며 이렇게 호소했다. 이날 궂은 날씨에도 이른 아침부터 산책과 운동을 하기 위해 주민들이 속속 찾고 있었다. 북구1 선거구는 전국 최초로 광역의원 중대선거구제가 시범 도입된 곳이다. 광주에선 4곳 중 1곳이며, 유일한 4인 선거구다.
이 후보는 “본격 선거운동은 이제 시작이지만 사실 선거는 이미 몇 달 전부터 시작됐다”며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계속 움직여 왔다”고 했다. 이번 중대선거구제 확대가 소수정당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드러냈다. 그는 “소선거구는 사실상 ‘민주당-국민의힘’ 간 양당 독식 구조가 되기 쉽다”며 “하지만 중대선거구는 꾸준히 지역에서 활동해 온 소수정당 후보들에게도 기회가 생기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이숙희·김건안·안평환·박수민 후보를 포함해 양혜령 국민의힘, 김상훈 조국혁신당, 이재광 진보당, 문현철 기본소득당 후보까지 모두 8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정당 구도만 놓고 보면 민주당 4명 대, 야권·소수정당 4명의 맞대결이다. 정수가 기존 3명에서 4명으로 1명 늘어난 만큼, 민주당 독식 구도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에 야권 후보들도 승부수를 던지며 사활을 걸었다.

특히 국민의힘과 기본소득당에선 소속 정당 대표급 인사가 광역의원 후보들과 동행했다. 지역정가에선 치열한 선거운동 분위기를 방증한다고 보고 있다. 양혜령 후보는 이날 이정현 통합시장 후보와 함께 북구청 민방위교육장에서 환경미화원들을 만나 출근길 인사를 했다. 문현철 후보는 용혜인 대표와 함께 오전 4시 각화동 농산물도매시장과 장등 버스차고지를 잇따라 찾아 상인들을 만났다.
민주당 공천 과정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이 후보는 “최근 민주당 경선 과정을 보면 전·현직 국회의원 계파 갈등이 극단적으로 치달았다는 이야기가 현장에서 많이 나온다”며 “시민들도 그런 모습에 피로감과 염증을 느끼고 있고 다른 대안을 찾으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주장했다.
현장 운동원들 사이에서도 마찬기지였다. 이날 이 후보의 선거운동에 참여한 장서윤(56)씨는 “광주는 민주당 간판만 달면 된다는 분위기가 너무 강한 것 같다”며 “이번에는 뭔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에 처음 선거운동 현장에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후보들은 열심히 안 해도 된다는 분위기처럼 보일 때가 있다”며 “물이 너무 오래 고여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또 다른 선거운동원 김모(31)씨는 최근 행사장 분위기를 언급하며 “예전과 달리 민주당 쪽에서도 위기의식이 느껴진다”며 “그만큼 예전처럼 당 이름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뜻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민주당은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전원 당선’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4명의 후보에게 표가 균등하게 분산될지가 최대 변수로 꼽힌다. 통상 가·나 후보에게 표가 쏠리기 때문에 나머지 2석을 두고 소수정당 후보들이 파고들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 같은 변수를 반영하듯 선거운동 첫날부터 골목 구석구석을 뛰는 후보들의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빨라지고 있었다. 오후에는 문흥지구 사거리 일대에서 김상훈 후보의 거리 유세가 이어졌다. 빗줄기가 잦아들자 지연됐던 유세차량도 가동됐다. 사거리에는 유세차량 음악이 울려 퍼졌고, 신호를 기다리던 차량과 횡단보도 앞 시민들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집중됐다. 김 후보는 어린이들에게 익숙한 ‘아기상어’를 선거 로고송으로 개사했다. 귀에 익은 멜로디가 흘러나오자 지나가던 시민들이 한 번씩 고개를 돌리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김 후보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노래는 부모들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된다”며 “아이들의 반응이 가장 순수하다고 생각해 직접 선곡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중대선거구제가 소수정당 후보들에게 기회가 될 것”이라며 “4명을 선출하는 구조 자체가 다양한 선택지를 만들 수 있다”고 기대했다.
박찬기자 juve5836@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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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만 ‘통합특별시’ 7월 1일 출범···산적한 과제 수두룩
2026년 3월 3일 오후 전남 나주시 한국에너지공과대학 대강당에서 광주시와 전남도가 주최하는 전남광주통합특별법 국회 통과 기념 시·도민 보고대회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광주·전남의 미래를 바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약칭 광주특별시)가 오는 7월 1일 공식 출범한다. 인공지능(AI)과 에너지 등 대전환의 시기, 수도권 일극 체제에 맞서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대한민국 ‘5극’의 중심축으로 거듭나겠다는 원대한 포부다. 포석은 깔았다. 지난 3일 지방선거에서 통합특별시장과 통합특별시교육감, 통합시의원을 각각 선출하면서다.장밋빛 청사진 만은 아니다. 통합시 출범 과정에서 그간 수면 아래에 있던 현실적 과제들이 청구서처럼 날아들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통합에 필요한 570억원을 정부가 지원해주지 않아 빚을 내서 준비해야 했던 상황은 앞으로 마주할 난제들에 비하면 사소한 서막에 불과하다. 사실상 진짜 통합은 이제부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광주·전남은 ‘7월 통합특별시 출범’이라는 데드라인에 맞춰 선행 과제들을 대부분 내려놓고 달려왔다. 비유하자면 40년만에 다시 집을 합치면서 주소만 먼저 이전해 둔 셈이다. 가장 중요한 구성원들의 합의 절차부터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시·도민의 직접적인 의사를 묻는 주민투표라는 필수적 절차는 속도전이라는 명분에 배제됐다. 명칭 문제도 마찬가지다. 사실상 정치권이 이끌다시피 해 온 탑다운(Top-down) 방식의 통합 속에서 지역민의 의견은 뭉개졌다. 통합특별시의 컨트롤타워가 될 주청사 소재지, 조직 개편, 산하 공공기관 통폐합 등 이해관계가 첨예한 핵심 현안들은 출범 일정에 쫓겨 수면 아래로 봉인된 상태다.통합특별시 출범에 맞춰 그간 숨죽여 왔던 목소리가 한꺼번에 터져나올 수밖에 없다. 통합시장의 첫번째 과제는 기업 유치가 아닌, 원활한 ‘통합 갈등 관리를 위한 거버넌스’ 구성이라는 조언이 나오는 배경이다. 당장 농촌 지역의 소외 우려나 현 광주시가 5개 자치구로 쪼개지면서 대도시로서의 브랜드 약화나 광역도시권 관리 문제 등이 지적된다. 특별법 보완도 중요 과제다. 지난 2월 통과된 특별법은 실질적인 권한과 법적·제도적 정비가 빠지면서 ‘무늬만 통합’이라는 비난이 끊이지 않았다. 중앙 정부가 자신들의 권한 이행 등에 소극적이었던 탓이다. 정부가 ‘연방제’에 버금가는 자치권을 보장하겠다고 공언했던 것과 달리, 파격적인 재정·자치 분권을 위한 특례 규정들은 대부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재정은 통합의 핵심 관건이다. 정부는 통합 후 4년간 연간 5조원, 4년간 최대 20조원에 이르는 인센티브를 약속했다. 그러나 4년 뒤에 자력갱생하기 위한 재정 권한은 넘겨주지 않았다. 4년간 ‘돈 잔치’ 이후 빚더미만 남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김대성 전남연구원 상생협력단장이 “중앙권한의 과감한 지방 이양과 중앙과 지방 간 상호의존적 관계, 지방 재정 확충을 통한 자주재정권 확대 등이 동반되지 않는 한 이런저런 논의는 모두 수사에 불과할 수 있다”고 지적한 이유다. 7월 통합특별시 출범을 전후로 특별법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특히 재정 자율성을 극대화할 강력한 특례 조항 확보가 관건이다.정부가 약속한 통합광역지자체에 대한 인센티브도 안심할 수는 없다. 정부는 통합광역지자체에 4년간 연간 5조원 최대 20조원 규모의 재정 인센티브를 약속했다. 이를 보장했던 김민석 국무총리의 사임도 우려를 키운다. 이에 더해 2차 수도권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서도 ‘우선순위’를 주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벌써부터 삐걱대는 모양새다. 정부가 약속한 재정 인센티브가 ‘특별교부세’ 형태가 아닌, 다른 국비사업들과 맞물려 실질 지원액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타 지자체들은 ‘형평성’을 이유로 전남광주통합시에 대한 공공기관 우대 방침에 대해 견제하고 있다. 정부의 선의에만 기댈 수 없는 처지다.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성패는 누구의 어깨에만 달려 있지 않다. 모든 주체가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 시·도민 역시 행정통합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방관자가 아닌 주체로 나서야 한다. 정책 과정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내실을 안에서부터 채워가야 한다.오는 7월 1일은 통합이라는 축배를 올리는 날이 아니다. 해묵은 난제를 풀기 위한 본격적인 여정의 시작이다. 무등일보는 통합특별시 출범을 20여일 앞두고 기획 연재를 통해 통합특별시가 직면한 핵심 현안을 집중 점검한다. 미완의 출범을 ‘위대한 시작’으로 전환하기 위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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