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전남도청 운영 주체 표류···'ACC 내 독립 조직' 절충안 힘 받나

입력 2026.05.21. 08:00 이삼섭 기자
복원추진단 올해 말 종료 불구 ACC 통합론 vs 분리론에 결정 못내
정부 ‘눈치보기’에 결정 지지부진…콘텐츠 완성·행정공백 발생 우려
전문가들 "ACC 내 완전히 독립된 예산·조직권 갖춘 조직 신설"
5·18 민주화운동 최후항쟁지이자 시민군의 심장부로 사용된 옛 전남도청이 2023년 8월부터 복원 공사를 시작해 2년 5개월 만에 마무리 됐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옛 전남도청(민주평화교류원)이 수년 간의 복원 사업을 마무리하고 공식 개관했지만 정작 운영 주체는 결정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광주지역 사회 내부의 극심한 의견 대립 탓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선뜻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내 합의가 지지부진하자 정부 당국이 눈치보기에만 급급해 행정 공백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옛 전남도청이 제46주년 5·18기념일인 지난 18일 공식적으로 개관했다. 2년 5개월 동안 이어진 복원 사업을 마친 뒤 시민들에게 공개된 것이다. 당일 옛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은 이곳을 ‘K-민주주의의 성지’로 만들겠다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정작 공식 개관을 하고도 옛 전남도청을 누가 운영할지는 아직도 결정하지 못했다. 지역사회에서 문화전당(ACC)과의 ‘통합 운영론’과 문체부 산하 ‘독립 기관화’가 팽팽히 맞서면서다. 현재 광주시와 문화계가 중심이 된 ACC 통합 운영이 중론이다. 옛 전남도청 건물이 당초 ACC 설계 때부터 ‘민주평화교류원’이라는 하나의 유기적인 공간으로 기획된 만큼 이를 분리하면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 사업의 취지 자체가 훼손된다는 취지에서다. 또 독립 기관 신설에 따른 중복 행정 인력 채용과 세금 낭비를 막고 ACC의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는 것이 예산과 콘텐츠 연계 측면에서 실익이 크다는 현실론도 있다.

반면 복원 과정에서 목소리를 내온 오월 단체 등은 문체부 직속 독립 기관화를 요구하고 있다. 옛 전남도청이 가진 5·18 최후 항쟁지로서의 역사적 상징성을 고려할 때 단순한 문화 시설의 일부가 아닌 국가 기념 공간으로서의 독립된 위상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5·18 관련 인물과 단체가 중심이 된 옛 전남도청 복원 범시도민대책위원회가 대표적이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다 보니 정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당분간은 복원을 전담했던 ‘옛전남도청복원추진단’이 임시 관리를 맡고 있지만 추진단의 활동 시한이 올해 말로 종료되는 만큼 상시 운영 주체 결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결정을 미룰수록 내년도 정부 예산 확보나 상시 인력 배치 등 행정 공백은 물론, 도청 내부를 채울 콘텐츠 완성도 역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 당국이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공론화 과정을 공전시키는 사이 학계와 지역 문화계 안팎에서는 통합론과 독립론의 극단적 대립을 넘어선 ‘제3의 절충안’들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정부가 지역 눈치보기를 멈추고 거버넌스를 가동해 실현 가능한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는 거다. 광주시도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에 옛 전남도청을 문화전당 산하에서 통합 운영하는 대신 옛 전남도청 전담 조직을 운영해달라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지난해 8월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옛 전남도청 운영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도 ACC 내에 완전히 독립된 예산과 조직권을 갖춘 별도 본부를 신설하는 절충안이 제시됐다. 옛 전남도청이 가진 5·18 최후 항쟁지로서의 정체성을 보장하기 위해 전당 내부 직제에서 분리된 고유의 지위를 부여하되 시설 관리나 대외 홍보, 문화·예술 콘텐츠 연계 등은 ACC의 풍부한 국가 인프라를 그대로 공유하는 구조다. 이정현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지원포럼 사무국장은 “옛 전남도청과 ACC를 일원화하는 것이 원래의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 계획) 구동 원리에도 맞고 ACC 인프라를 온전히 활용할 수 있어 가장 효율적”이라면서도 “다만 과거 합의 없이 (옛 전남도청 건물)공간을 훼손했던 아픔이 있다 보니 오월 단체 입장에서는 ‘애써 복원해 놓으니 또 전당에 흡수되느냐’는 신뢰의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ACC가 통합 운영을 맡되 내부 체제 안에 완전히 독립된 예산과 조직권을 갖춘 ‘특별 부서(특수 조직)’를 신설해 나름의 독립성을 보장해 주는 보완책이 결합된 절충안이 나와야 지역 사회의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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