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선 격전지를 가다-순천시장] 무소속 시장 4번 만든 순천···민심은 이번에도 '갈팡질팡'

입력 2026.05.19. 20:02 박찬 기자
■격전지서 만난 순천시장 후보·유권자들
징검다리 4선 도전 노관규, 일부는 "피로감"
민주당, '정치자금 의혹' 등 각종 변수 부담
시민들 "누가 되든 청년·상권 문제 풀어야"
순천웃장 쌍암식당을 운영하는 윤지혜(63)씨가 이번 순천시장 선거에서 이성수 진보당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히고 있다. 박찬 기자

“순천은 원래 당만 보고 찍는 동네가 아니죠.” “그래도 이번 선거 땐 민주당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많고, 결과 예측이 쉽지 않네요.”

6·3 지방선거를 보름여 앞둔 19일 전남 순천 중앙동 웃장에서 만난 상인 김모(58)씨의 말이다. 순천 민심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이곳에서 10여년 넘게 장사해 왔다는 그는 순천시장 선거 이야기에 고개부터 저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무소속 현 시장이 치열한 선거전을 벌이면서 안갯속 국면에 빠져들고 있다는 취지에서다.

전남 동부권은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민주당 계열 정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으로 꼽히는 서부권과는 다르다. 1980년대까진 토박이가 많았지만 급격한 산업화로 인구 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광양제철과 여수석유화학산단 등이 대표적이다. 영남권은 물론 인근 여수·광양 등 다른 지역에서 온 젊은층 인구 유입이 늘면서 민주당의 전통 강세지역이 아니라는 거다.

김씨는 “순천은 원래 정당 간판보다 사람을 더 본다”며 “누가 실제로 순천을 바꿀 수 있는지, 일을 해낼 사람인지 따지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실제 순천에선, 그간 9차례 시장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가 4번 당선될 정도로 ‘인물 경쟁력’이 강하게 작동해 온 곳이다. 민주당 후보들이 숱하게 고배를 마신 만큼, 정당보단 후보 개인의 경쟁력과 전략적 선택이 중요한 지역으로 꼽힌다.

손훈모 더불어민주당 순천시장 후보가 지난 11일 순천향교를 찾아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박찬 기자

노관규 무소속 순천시장 후보가 지난 12일 시민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이제는 민주당 시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다. 이번 선거 역시, 여당 프리미엄을 기대하는 손훈모 민주당 후보, 인물론을 앞세운 이성수 진보당 후보, 현직이 강점인 노관규 무소속 후보가 서로 다른 색깔로 민심을 파고들고 있다.

손 후보를 둘러싼 논란도 변수로 꼽힌다. 선거캠프 관계자 관련 ‘정치자금’ 의혹이 불거지며 지역 정가 안팎에서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민주당은 공천을 유지하며 손 후보에 힘을 실어줬다. 민심도 여당 후보를 통한 ‘정권 효과’ 기대감과 함께 우려가 교차하는 분위기였다. 구둣가게를 운영하는 정민철(55)씨는 “지난 선거에서는 노관규 시장을 찍었지만, 이번에는 민주당 후보를 한번 밀어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정씨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분위기가 달라진 것도 있고, 순천도 이제는 민주당 시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노 시장이 또 되면 네 번째인데 너무 오래 하는 것 아니냐는 피로감도 있다”고 했다.

반면 시민 김모(53)씨는 “전체적인 흐름만 보면 현직 시장이 유리해 보인다”며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왜 그런 결정들이 나왔는지 이해 안 된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한다. 지금 분위기라면 노 시장 연임 가능성이 꽤 높아 보인다”고 했다.

이성수 후보를 향한 기대도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웃장에서 쌍암식당을 운영하는 윤지혜(63)씨는 “이성수 후보를 지지한다”고 했다. “변함없는 사람이 좋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정당보다 사람이 중요하지 않느냐”며 “이 후보는 오래 봐왔는데 말 바꾸는 게 없고 시민들하고 소통도 꾸준히 하는 사람 같다”고 말했다.

이성수 진보당 순천시장 후보가 지난 12일 순천 아랫장에서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정당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시민 이모(61)씨는 “이 후보는 사람 좋다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듣는다”면서도 “결국 진보당이라는 게 현실적인 벽이다. 차라리 무소속이었다면 더 힘을 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이 후보는 손 후보를 향해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며 존재감을 키우기도 했다. 이 후보는 최근 국회 등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은 손훈모 후보를 사퇴시키고 순천시장 선거에 ‘무공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징검다리 4선을 노리는 노 후보 역시 여유로운 상황만은 아니다. 최근 여수MBC 순천 이전과 애니메이션 클러스터 사업 등을 둘러싸고 정치권 공방이 이어진 데다, 지난해 불거진 김건희 여사 ‘직보’ 논란 등이 겹치면서다. 다만 이 같은 논란들을 노 후보의 시정 성과로 평가하는 여론도 적지 않아 실제 선거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시민들은 특정 후보에 대한 압도적 기대보다는 “누가 되든 결국 실행력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순천에서 자영업을 하는 김숙희(61)씨는 “순천이 겉으로는 계속 발전하는 것 같지만 원도심 상권은 여전히 어렵다”며 “정치인들이 선거 때만 서민들을 찾지 말고, 장사하는 사람들을 만나 실제 사정도 챙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순천역 앞에서 만난 20대 취업준비생 박모씨 역시 “정원박람회 성공 등을 통해 도시 이미지는 좋아졌는데 청년들이 체감하는 일자리 문제는 크게 달라진 걸 모르겠다”며 “누가 시장이 되든 청년들이 순천에 남을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찬기자 juve5836@mdilbo.com

순천=김학선기자 balaboda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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