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광주' 찾은 UN 인권 수장 "세계 시민들에 깊은 영감"

입력 2026.05.14. 17:56 이삼섭 기자
2026 세계인권도시포럼 13~15일 사흘간 진행
전 세계 인권운동가·국제기구·시민들 광주 집결
튀르크 UN 인권최고대표 등 5·18민주묘지 참배
볼커 튀르크 UN 인권 최고대표가 14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오월 영령에 묵념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도시인 광주가 전 세계 인권 담론의 중심지로 변모했다. ‘2026 세계인권도시포럼’이 개막하면서다. 특히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처음으로 광주를 찾아 권위와 폭력, 전쟁이 들불처럼 번지는 전 세계에 메시지를 내고 있어 주목받는다.

14일 광주시에 따르면 이날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2026 세계인권도시포럼 개막식이 진행됐다. 13일부터 15일까지 사흘간 열리는 가운데 이날 개막식이 진행된 것이다. 세계인권도시포럼은 2011년부터 매해 광주에서 개최되는 국제적인 인권 교류의 장이다. 1980년 5월 광주가 보여준 민주주의와 연대 정신을 바탕으로 전쟁, 빈부격차, 기후변화 등 현대 사회의 다양한 인권 위협에 대응하는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다. 전 세계 각지에서 인권운동가와 국제기구, 시민들이 참석하는 국내 최대 행사다. 올해 세계인권도시포럼은 광주시와 유네스코(UNESCO),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공동 주최했다. 주제는 ‘권위주의와 포퓰리즘에 대항하는 인권도시’다.

볼커 튀르크(왼쪽 두번째) UN 인권 최고대표가 14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고등학생 시민군’ 고(故) 문재학 열사 묘소를 향해 참배하고 있다. 뉴시스

올해 행사의 백미는 단연 볼커 튀르크(Volker Turk) 유엔(UN) 인권최고대표의 방문이다.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세계인권도시포럼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튀르크 대표는 기조연설에서 “광주는 연대와 시민 참여의 보편적 가치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상징”이라며 “광주시민들의 용기와 희생은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큰 영향을 주었고, 세계 시민들에게도 깊은 영감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개막식에 앞서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장 등과 함께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며 광주 공동체가 지켜온 민주주의의 가치에 깊은 경의를 표했다. 튀르크 대표는 참배 후 “5·18 민주항쟁에서 목숨을 잃은 분들을 위한 추모의 장소와 가족, 생존자들의 강인함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그는 “이들의 희생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되고, 마찬가지로 세계 곳곳에서 여전히 보다 나은, 보다 공정한, 보다 정의롭고 공평한 세상을 위해 목소리를 내다가 목숨을 잃는 분들도 잊어서는 안된다”며 “지속 가능한 평화는 피해자의 진실, 정의, 배상, 재발 방지에 근거를 두어야 한다는 것을 광주의 기억이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준다”고 강조했다.

한광훈 광주시 인권도시팀장은 “볼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국립5·18민주묘지이 ‘민주의 문’ 앞에 서는 것은 광주가 겪어온 아픔과 투쟁이 이제 전 인류가 지켜야 할 보편적 가치임을 세계가 공인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14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 세계 인권도시포럼 개회식에서 강기정 광주시장(오른쪽 첫번째)과 볼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오른쪽 두번째)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

오는 16일까지 이어지는 포럼에서는 이번 포럼은 뉴욕시 인권위원회, 태국 국가인권위원회, 유럽연합(EU) 인권 관계자 등 전 세계 인권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해 각 도시의 인권 실천 사례를 공유한다. 광주시는 이번 포럼을 통해 5·18 민주화운동의 세계화를 추진하고, 인권 정책의 선도적 모델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날 오전 5·18기념문화센터에서는 ‘2026 광주민주포럼’이 개최됐다. ‘New Era: 민주주의 리부트’를 주제로 현대 사회의 민주주의 위기를 진단했다. 윤목현 5·18기념재단 이사장의 개회사와 고광완 행정부시장의 축사로 시작된 이번 포럼은 100여 명의 국내외 연구자와 활동가가 집결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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