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의원 정수, 중대선거구제 도입 ‘온도차’

입력 2026.04.19. 19:06 임창균 기자
통합시의회 의원정수 불균형 조정
소수정당 의회 입성 도울 명분에도
‘목적’ 아닌 ‘수단’ 변질 우려 제기
“도입 기준 모호, 기득권 담합 우려”
지난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6.3지방선거 관련 여야 합의문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뉴시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광역의회 선거에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지역 정치권에서는 “반쪽짜리 개편”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제도 도입 취지와 달리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 의원 정수 확대와 여당 의석 확보에 초점이 맞춰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19일 지역 정가에 따르면 국회는 전날 본회의에서 광주 국회의원 선거구 4곳에 한해 광역의회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를 두고 지역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는 분위기다.

그동안 지역 정치권에서는 지방의회 선거구 개편과 관련해 크게 두 가지 요구가 이어져 왔다. 우선 광주·전남 행정통합에 따라 출범할 통합특별시의회에서 지역 간 불균형한 의원 정수를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광주 지역 의원 정수 확대 필요성이 제기됐다.

또 중대선거구제 도입이다. 사표를 줄이고 소수정당의 의회 진출을 확대해 정치적 다양성을 확보하자는 취지다.

실제 2022년 제7회 지방선거에서는 광주와 대구 등 11개 기초의원 선거구에 3~5인 중대선거구제가 시범 도입됐고, 효과도 확인됐다. 전국 평균 소수정당 당선자 비율이 0.9%에 그친 반면, 시범 도입 지역에서는 3.7%를 기록했다. 선출 인원이 늘면서 정치적 다양성이 확대된 셈이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이 같은 기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 시범지역은 일부 확대됐지만, 핵심으로 꼽히던 광역의원 중대선거구제는 광주 4곳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됐다. 결과적으로 제도 확대보다는 통합특별시의회 의석수를 일부 늘리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선거구 설정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점도 논란이다. 일부 군소 정당에서는 특정 후보를 염두에 둔 선거구 조정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진보당 관계자는 “북구 4선거구는 그대로 두고 5·6선거구를 묶은 배경이 석연치 않다”며 “소재섭 진보당 후보가 4선거구에 출마하면서 이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중대선거구제가 오히려 더불어민주당의 ‘싹쓸이’를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선출 인원이 늘어나면 표 분산으로 소수정당의 진입 장벽이 낮아질 수 있지만, 반대로 넓어진 선거구에서 유권자들이 후보 검증을 충분히 하기 어려워 여당 후보 쏠림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낮은 득표율로도 당선자가 나올 수 있어 대표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고, 1인 1표 방식에 따른 투표 혼선으로 무효표 증가 가능성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선거구 획정 과정 자체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거대 양당 중심의 ‘밀실 합의’로 선거구 통폐합이 결정되면서 소수 정당의 의회 진출을 구조적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경실련 지방정치개혁과 자치분권 운동본부는 이날 “광역의원 선거구는 독립적인 획정위원회 없이 밀실 협상으로 결정되고, 기초의원 선거구 역시 전문가 획정위의 중대선거구안을 다시 쪼개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기득권 담합 구조가 선거 때마다 재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미 2015년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을 선관위 산하로 이관한 전례가 있는 만큼 지방선거에도 동일한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도 “거대 양당이 또다시 밀실 야합을 선택했다”며 “개혁 요구보다 기득권 유지가 우선된 결과”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뒤늦게 확정된 선거구를 두고 이해득실 계산이 엇갈리고 있다. 복수 선출 구조로 전환될 경우 경쟁 강도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반면, 이미 진행된 경선 구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한 출마 예정자는 “사실상 경선이 진행된 이후 룰이 바뀐 셈”이라며 “전략 수정 여부를 놓고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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