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 행정통합 준비 차질 없나

입력 2026.04.16. 11:08 이정민 기자
시·도 요구 정부 추경 국회 본회의서 576억원 전액 삭감
통합 주도 강기정·김영록 탈락…추진 동력 약화 우려
광주·전남 행정통합, ‘전남 서부권’ 타운홀미팅이 2일 오후 해남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가운데 김영록 전라남도지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김영록 전라남도지사와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직접 출연해 행정통합에 대한 강력한 추진 의지를 밝혔다. 또한 해남과 목포, 무안 등 서남권 9개 시·군 주민들이 현장 및 유튜브를 통해 질문을 하는 등 실시간으로 참여했다.

전국 최초 광역 지방정부 통합을 앞둔 전남·광주가 오는 7월 출범을 앞두고 여러 악재에 직면했다. 통합 준비에 필수적인 정부 추가경정예산이 국회에서 전액 삭감된 데다, 통합을 주도해온 양 시·도 수장이 나란히 경선에서 탈락하면서다. 이로인해 올해 초 시·도 양 수장들이 지역 소멸 극복 카드로 야심차게 꺼내든 행정통합의 추진 동력 약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전남도와 광주시는 행정통합 준비 비용으로 정부 추경에 반영을 요구했던 576억원이 최근 국회 본회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됐다.

전남도와 광주시가 정부에 요구한 통합 준비 예산은 576억원으로, 정보 시스템 통합에 167억원, 공공시설물 정비에 242억원 등이 포함됐다.

당초 177억원은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었지만, 본회의에서 기획재정부 등 정부측 반대로 이마저 반영되지 않았다.

예산 확보에 제동이 걸리면서 통합 준비 작업 전반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통합 초기 행정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사전 시스템 구축과 조직 정비가 선행돼야 하지만, 재정 뒷받침이 사라진 셈이다.

여기에 정치적 변수까지 겹쳤다.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가 모두 탈락하면서, 통합을 설계하고 추진해온 ‘투톱’이 사실상 동력을 잃게 됐다. 두 단체장은 임기를 약 두달여 남겨둔, 사실상 레임덕(임기 말 권력의 영향력이 약해지는 시기) 상황이나 마찬가지다.

주요 정책 결정이나 인사, 예산 집행 과정에서 추진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특히 통합을 앞두고 필요한 각종 사전 절차들이 지연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행정통합은 단순한 조직 결합이 아니라 ▲청사 입지 선정 ▲행정조직 재편 ▲공무원 인사 통합 ▲재정 구조 정비 ▲주민 갈등 조정 등 복합적 과제를 동반한다. 이들 과제는 모두 현 시점에서 속도감 있게 추진돼야 7월 출범 이후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현직 단체장들의 정치적 입지가 약화되면, 굵직한 의사결정을 미루거나 차기 통합시장에게 넘기려는 ‘책임 회피성 행정’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예산 공백과 리더십 약화가 맞물리면서 ‘준비 부족 속 출범’이 우려되고 있다. .

중앙정부 차원의 추가 지원 대책 마련과 함께 남은 임기 동안 시·도 수장이 책임 있는 역할을 이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역 정치권에선 전남·광주 행정통합이 ‘지방자치 혁신 모델’로 자리 잡을지, 준비 부족 속 출발하는 ‘반쪽 통합’에 그칠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재정 지원이 끊긴 상황에서 추진 주체 마저 힘이 빠지면 통합 준비가 속도를 내기 어렵다”며 “남은 기간 동안 최소한의 실행 계획이라도 확정하지 못하면 출범 이후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황기연 전남지사 권한대행은 이날 실국회의에서 전남·광주 행정통합 비용과 관련해 “광주시와 협의해 행안부 특별교부세 지원을 건의하고, 부족한 재원은 시·도 예비비 등을 활용하는 등 행정통합 후속 작업에 최선을 다하자”고 언급했다.

이정민기자 ljm7da@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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