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 광주·전남 행정통합, 우리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입력 2026.02.13. 07:33 이삼섭 기자
한 지붕 두 가족에서 ‘한 울타리’로
낙후된 지역에 새로운 성장판 '기대'
고용·소비 커지고 청년 일자리 창출
광역교통망 확충되고 교통비도 절감
쏠림 우려…지역 특성 살린 배분 필요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지난 2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민주의문앞에서 광주·전남 대통합 추진 공동선언문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지난 40년 간 떨어졌던 광주와 전남이 다시 합치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2026년 병오년 ‘붉은 말의 해’, 광주시와 전남도가 새해 벽두부터 새로운 화두로 떠들썩합니다. ‘전남광주특별시(약칭 ‘광주특별시’)로 상징되는 광주전남 행정통합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작동하면서입니다.

그 간 광주와 전남은 ‘한 뿌리’였음에도 행정 구역이라는 칸막이에 갇혀 살았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산업과 인구는 위축되고 지역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 등으로 떠났습니다. ‘기회가 없는 땅’에 오려는 발길도 끊겼습니다. 지역의 활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습니다. 한 때 전국에서 가장 인구도 많고 풍요로웠던 광주·전남의 위상은 국토의 변두리로 쪼그라들었습니다. ‘각자도생’으로는 버틸 수 없는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이유입니다.

세계는 인공지능(AI)이 불러온 대전환기를 맞고 있습니다. 스피드를 겨루는 운동선수들이 코너를 돌 때 승부를 걸 듯, 대전환기에는 경쟁력의 역전 현상이 치열하게 일어나는 법입니다. 그렇다면 행정통합은 낙후된 광주·전남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까요. 무등일보가 ‘민심의 밥상’인 설 명절을 맞아 그 가능성에 대해 알아 봤습니다.

대명절 설을 앞두고 12일 광주 북구청어린이집 어린이들이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새배를 준비하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1. “광주랑 전남이 합치면 내 살림살이가 나아지나요?”

그렇습니다. 단적으로 정부는 행정통합을 한 지방정부에 연간 5조원, 4년간 최대 20조원의 현금성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1월 기준 광주·전남 인구는 316만8천829명입니다. 4년간 20조원이 지원될 경우 한 사람당 613만원가량이 꽂히는 셈입니다. 물론 시민들의 주머니로 곧바로 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광주·전남에 해마다 5조원이 사용되면 결국 돌고 돌아 가계(家計)로 들어갑니다. 이 막대한 예산이 지역에 투입되고 산업과 서비스 등으로 재생산되면서 경제적 파급효과를 일으켜 고용과 소비가 늘어나게 됩니다. 늘어난 재정은 지자체가 부담하는 교통비와 상하수도 등 공공요금 인상 폭을 억제하는 방패가 됩니다. 여기에 지역화폐를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하게 되면서 시민들이 체감하는 실질 소득 증대 효과를 얻게 됩니다.


#2 “내 자녀가 일할 곳이 많아질까요?”

지역 소멸의 위기 속에서 청년들이 서울과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일자리’입니다. 또 다른 지역 청년들이 오지 않는 이유도 일자리죠. 광주와 전남이 행정적으로 하나가 된다면 기업 유치의 규모 자체가 달라집니다. 광주와 전남은 현재 기업 유치를 두고도 서로 경쟁하는 구조입니다. 그동안 기업들은 광주에 공장을 짓고 싶은데 땅이 부족하다거나, 전남에 공장을 지어도 고급인력을 구하기 힘들어 투자를 망설여왔습니다. 행정통합을 하면 각각 유치하기 힘들었던 기업들도 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데려올 수 있게 됩니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도 가능합니다. 제로섬 게임이 ‘윈-윈’으로 바뀌게 되는 겁니다. 광주가 가진 AI·모빌리티 등 첨단산업에서의 연구 인력과 생태계, 전남이 가진 광활한 부지와 세계적 수준의 재생에너지 자원을 하나의 패키지로 기업에 제안할 수 있게 됩니다. 광주·전남은 글로벌 기업이 요구하는 재생에너지 100% 사용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하는 국내 유일의 지역이 됩니다. 첨단산업의 부흥으로 청년들이 선호하는 고부가가치 일자리를 대거 창출하게 될 것입니다. 특히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지면서 세계적인 행사나 대규모 회의 등 마이스(MICE) 산업을 키울 수도 있습니다. 고스란히 광주의 숙박·음식업 등 서비스산업의 수준이 높아질 것입니다.


#3. “광주도시철도가, BRT가 우리 동네까지 오나요?”

그렇습니다. 행정통합이 가장 체감되는 변화는 교통에서 드러납니다. 그동안 광주 지하철 1호선 연장이나 광역철도망·BRT(간선급행버스체계) 등은 늘 경제성과 행정 구역의 벽에 부딪혀 왔습니다. 열악한 지자체 재정 속에서 시·도 간 대중교통 운영비 부담 핑퐁에 광역교통망 구축은 늘 뒷전이었습니다. 통합 지방정부가 탄생하면 이러한 소모적인 갈등이 사라집니다. 광주와 실질적 생활권을 공유하는 나주, 담양, 화순, 장성 등을 연결하고 순환하는 광역 교통망이 속도감 있게 추진됩니다. 나주혁신도시에서 광주 광천버스터미널까지 환승 한번이면 도시철도로 오는 시대가 열립니다. 이에 더해 광역버스 노선이 더 촘촘해질테니 이용 또한 더 편해집니다. 광주 주요 도심권에서 무안공항, 남악신도시까지 광역버스로 쾌적하게 이동이 가능해집니다.

광주와 전남이 하나의 ‘광역 교통망’으로 묶이면서 교통비 절감이 현실화됩니다. 광주와 전남 시·군을 오갈 때 발생하는 별도의 시외 요금이나 환승 제한도 사라집니다. 단일 생활권이 되면 서울의 ‘기후동행카드’처럼 광주·전남 어디든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통합 교통 패스 도입이 수월해집니다. 매달 몇만원씩이라도 교통비가 줄어드는 셈입니다.


#4. “어디 살든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나요?”

행정통합의 핵심은 ‘서비스의 평등’입니다. 지금은 광주 시민이냐 전남 도민이냐에 따라 누릴 수 있는 복지 혜택이나 교육 서비스에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행정통합이 되면 도심의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와 문화 시설을 전남 구석구석까지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집니다. 예를 들어, 공공의료 체계를 통합 관리해 응급 환자가 발생했을 때 행정 구역에 상관없이 가장 가까운 거점 병원으로 즉시 이송되고 치료받는 골든타임 확보가 쉬워집니다. 전국이 따라하는 광주의 ‘통합돌봄’ 모델을 전남 전역으로 확장이 가능합니다. 교육권에서도 변화가 생깁니다. 광주의 교육 인프라와 전남의 특성화 교육 모델이 결합해 지역 내 어디에 살든 우수한 교육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광역 교육 공동체’가 형성될 수 있습니다.


#5. “혹시 우리 동네가 소외되지는 않을까요?”

물론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시민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쏠림 현상’입니다. 모든 행정 기능과 인프라가 광주라는 대도시로만 집중되고, 전남의 시·군 지역 내지는 섬 지역 등은 소외될까 봐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따라서 성공적인 행정통합은 단순히 조직을 합치는 것이 아니라 권한과 자원의 분산이 병행돼야 합니다. 물론 소지역주의에 따른 나눠먹기가 아닌 각 지역의 특성을 살려 자원을 공정하게 배분하는 섬세한 설계가 전제돼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공론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우리 모두의 상상이 구체화될 때 광주와 전남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와 경쟁하는 ‘초광역 메가시티’로 거듭날 것입니다.

예부터 적토마를 닮은 붉은 말은 뜨거운 기운과 추진력, 도약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올해는 말 그대로 뜨거운 기운을 품은 해입니다. 광주와 전남이 그 기운을 잡을 수 있을까요. 결국,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 갈 선장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죠. 오는 6월 3일 전남광주특별시장 선거가 기대되는 대목입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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