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컴퓨팅센터 유치 불발‘ 위기 딛고 NPU 거점 확보
李 대통령 콕 집은 ’자율주행 시범도시‘ 단독 지정
위기를 기회로 만든 광주, 2026년 경제 지도 밝음

2025년 10월 21일 광주. 삼성SDS 컨소시엄이 국가AI컴퓨팅센터 입지를 광주가 아닌, 해남으로 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광주의 분위기는 차갑게 식었다. 대통령이 공약이자, 대선공약으로 누구도 광주가 아닐 것이라고 의심하지 않았던 사업이었다. 유치를 위해 동분서주했던 광주시 공직자들의 얼굴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AI중심도시’라는 깃발이 자칫 신기루로 변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엄습했다. 국가AI컴퓨팅센터 사업제안서 마감인 이날 오전 강기정 광주시장이 급히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SDS컨소시엄에 광주를 선택하기를 호소했다. 복받치는 감정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러나 결정을 되돌릴 순 없었다.

하지만 광주의 눈물은 독기가 됐다. 광주는 “대통령 공약 불이행”이라며 강력히 성토했다. 강 시장은 광주미래산업 비상회의를 열고 즉각 대응을 이어갔다.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에서도 팔을 걷어붙이며 공동 행동을 불사했다. 강 시장에게는 자칫 이재명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으로 비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전해졌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얻지 못한다는 판단이었다. 광주로서도 하나를 빼앗겼으면, 하나라도 얻어와야 했다. 이 같은 공감대 속에 형성된 단일대오는 결국 청와대와 민주당을 움직였다. 하지만 광주는 비판에만 머물지 않았다. 위기를 동력으로 삼아 ‘국가 NPU(신경망처리장치) 컴퓨팅센터’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NPU는 응용·추론 등에 특화된 AI반도체로, 기업들에게 실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NPU는 차세대 AI칩으로 정부가 집중 육성하기로 한 상황. AI의 두뇌를 직접 설계하고 실증하는 거점을 광주에 못 박겠다는 승부수였다. 광주는 중앙정부를 상대로 치열한 설득과 논리 싸움에 돌입했다. 2025년 12월, 광주는 마침내 결과적으로 더 잘 된 ‘반전 드라마’를 세상에 공개했다.
광주시는 2026년도 국비를 3조9천479억원을 확보했다. 역대 최대 기록을 새로 썼다. 전년도(3조3천858억원)보다 5천639억원(16.6%) 증가한 수치다. 정부 전체 예산 증가율(8.1%)의 2배를 넘는 상승폭이다. 특히 국회 심의 과정에서 광주의 저력을 보여줬다. 무려 2천881억원을 추가적으로 확보한 것이다. 이는 광주 시정 역사상 국회 심의 과정에서의 최대 상승폭이다. ‘국가AI컴퓨팅센터’ 유치 불발로 폭발한 광주민심이 정부와 국회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그러나 핵심은 총액이 아닌 내용에 있다. 광주가 확보한 예산 상당수가 AI와 모빌리티(자동차 등)와 관련한 첨단 산업 육성에 쓰일 돈이다. 특히 광주가 요구한 AI 사업 국비 대부분을 확보했다. 광주시 내부에서도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광주시가 확보한 AI산업은 12개 사업에 걸쳐 총 735억9천만원(총사업비 4조 4천660억원)이다. 특히 광주가 제안한 국가NPU컴퓨팅센터가 반영된 점이 고무적이다. 기획 용역 사업비가 반영된 것으로 최종 건립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도 긍정적으로 답할 정도로 국가 차원에서도 필요성을 인정했다. 광주에 설립될 경우 퓨리오사AI나 리벨리온과 같은 AI반도체 업체들이 광주를 중심으로 생태계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다른 국비 확보 AI 사업으로는 국가AI데이터센터 고도화와 AI영재고 설립(31억원), AX실증밸리 조성(296억원) 등이 있다. 광주 AI집적단지 조성 1단계 사업으로 건립한 국가AI데이터센터는 현재 광주 AI 생태계의 핵심 거점이다. 최신의 고성능 GPU로 업그레이드함으로써 기업에 대한 서비스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게 됐다. AI영재고의 경우에도 운영비를 정부가 100% 지원하는 것으로 최종적으로 합의함에 따라 명실상부 AI 인재 양성의 요람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 됐다. AI영재고는 2027년도에 개교할 예정이다. AX 실증밸리는 광주 AI집적단지 2단계 조성사업으로, 지역 전략산업과 도시 곳곳에 시민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AI 서비스를 확산하는 데 중점을 둔다.
AI와 함께 광주를 비상하게 할 또다른 날개인 모빌리티 관련 국비 확보도 큰 성과다. 광주시의 핵심 비전이자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인 ‘AI모빌리티 국가신도시’ 조성사업(기획용역비 10억원·총사업비 2조5천억원)이 반영된 점이 가장 눈여겨볼 곳이다. 기획용역비 확보와 함께 ‘AI 모빌리티 자율주행 시범도시’(617억원)로 단독 지정되는 쾌거를 거뒀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광주 도심 곳곳에는 자율주행차 200대가 실제로 도로를 누비며 데이터 실증을 진행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테스트를 넘어 광주를 세계적인 모빌리티 거점으로 도약시키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특히 ‘AI 모빌리티 자율주행 시범도시’는 ‘이재명표’ 예산으로 알려졌다. 당초 국토교통부가 광주를 비롯해 전국 여러 도시에 시범사업을 추진하려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 측에서 ‘선택과 집중’을 주문해 광주가 단독 선정됐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최근 광주 전역을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로 지정하고, 올해 하반기부터 약 200대 규모의 AI 자율주행차를 투입할 계획이다.
AI와 모빌리티 예산 외에도 광주에 뜻깊은 사업 예산 확보도 이어졌다. 대표적으로 망월묘지 민주공원 조성사업과 옛 광주적십자병원 보존 및 활용 사업이다. 이 사업비는 민주당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반영한 것으로, 특히 정청래 대표의 의중이 컸던 사업으로 알려졌다. 망월묘지 민주공원 조성사업의 경우 총 7억1천만원(총사업비 200억원)을 확보했다. 5·18구묘지(망월묘지)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희생된 시민들이 처음 묻힌 곳이다. 이한열 열사와 김남주 시인 등도 안장돼 있다. 5·18구묘지(망월묘지) 보존과 정비에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건 처음이다. 광주시는 2028년까지 이곳을 5·18 역사성과 민주화운동 이정표를 확인할 민주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옛 광주적십자병원은 5·18 당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헌혈에 동참하고, 부상자들을 치료한 현장이다. 광주시는 헌혈실과 중환자실 등 중요 시설을 보존하고 일반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치유 공간 등을 2028년까지 조성할 계획이다. 총사업비 290억원 중 절반을 정부가 지원한다.
이외에도 민주주의 역사박물관 용역비 10억원을 비롯해 국립현대미술관 광주관 건립(5억원),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광주관 건립(10억원), 국회도서관 분관(1억5천만원) 등 광주의 문화적 자존심을 세우는 예산들이 대거 반영됐다.
결과적으로 국가AI컴퓨팅센터 탈락이라는 절망적인 상황은 오히려 강 시장과 공직자들, 지역 정치권과 지역사회가 똘똘 뭉쳐 더 큰 파이를 가져오는 계기가 됐다. 확보된 예산은 광주 AI와 모빌리티,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광주의 경제 지도를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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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인터뷰] 이병훈 “시민공천배심원제 어렵다면 경선 일정 연기해야"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호남발전특별위원회 상임수석부위원장이 12일 전남광주통합시장 경선을 앞두고 무등일보와 사랑방미디어 공동으로 진행한 파워인터뷰가 열린 북구 중흥동 SRB미디어그룹 내 스튜디오에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호남발전특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이 6·3 지방선거를 80여 일 앞두고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광주·전남에서 ‘전남광주특별시장’ 공천을 둘러싼 내홍이 격화되고 있는 것과 관련, “경선 일정을 최대한 늦춰 (광주시·전남도 통합으로) 후보들이 생소한 유권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합시장을 뽑는 중요한 선거임에도, 민주당의 경선룰이 광주와 전남이 합쳐진 첫 선거라는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취지에서다.‘시민공천배심원제’가 배제되는 등 출마자들이 정책과 비전을 놓고 뜨거운 토론을 갖는 기회가 부족한 만큼 ‘깜깜이 선거’가 될 거란 우려도 제기했다. 이는 경선 보이콧을 선언한 이개호 국회의원은 물론 강기정 광주시장과 신정훈·정준호 의원 등의 반발과 궤를 같이 하고 있어 민주당의 선택이 주목된다.이병훈 더불어민주당 호남발전특별위원회 상임수석부위원장이 12일 전남광주통합시장 경선을 앞두고 무등일보와 사랑방미디어 공동으로 진행한 파워인터뷰가 열린 북구 중흥동 SRB미디어그룹 내 스튜디오에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이 부위원장은 12일 무등일보와 사랑방미디어 공동으로 진행한 ‘파워 인터뷰’에서 “(선거운동) 지역이 넓어지다 보니 인지도와 여론조사 직함에 의존하는 ‘바람 선거’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며 “초대 통합특별시장 선출은 깜깜이 선거가 될 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시장에서 생선 한 토막을 사더라도 꼼꼼히 골라 사는데 우리 지역의 미래를 결정할 초대 통합 시장을 깜깜이로 뽑아서야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최근 민주당 최고위가 공천관리위원회가 제시한 ‘시민공천배심원제’을 배제한 데 대한 문제제기다. 민주당은 예비경선에서 권리당원 100%를 적용해 5명을 추리고, 본경선에서는 국민참여경선방식(권리당원 50%·일반 시민 50%)을 적용하기로 했다. 특히 이 같은 구조에서는 여론조사 결과에 휩쓸리는 ‘밴드왜건 효과’(다수 선택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현상)로 제대로 된 후보를 가려내지 못할 위험이 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현행 경선 룰 보완 필요성을 제기했다. 통합특별시 각 권역별로 ‘시민배심원제’를 시행하되, 불가피할 경우 경선 일정이라도 늦춰 후보들에게는 공정한 기회를, 유권자에게는 선택의 폭을 늘려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 부위원장은 “광주와 전남 동·서·중부 등 4개 권역에서 배심원을 선발해 철저한 검증을 거쳤다면 베스트였을 것”이라며 “다만, 현행 룰에서도 중앙당이 유권자들에게 더 폭넓은 주권 행사 기회를 주는 방안을 심도 있게 고민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 부위원장은 경선 룰에서 불리함을 제쳐둔다면 통합특별시장으로서 ‘깜은 이병훈이다’라는 평가가 있다고 했다. 그는 고흥 우주센터 제안, 여수 엑스포 추진, 광주 문화경제부시장 시절 ‘광주형 일자리’ 성사 등을 대표적인 성과로 언급했다. 그러면서 “결국 행정력이 통합특별시 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 그런 점에서 분명한 경쟁력이 있다”며 “행정력과 정치력을 겸비한 준비된 선장”이라고 했다. 특히 38세의 나이에 광양군수로서 적극적인 소통을 바탕으로 광양 시·군 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이병훈 더불어민주당 호남발전특별위원회 상임수석부위원장이 12일 전남광주통합시장 경선을 앞두고 무등일보와 사랑방미디어 공동으로 진행한 파워인터뷰가 열린 북구 중흥동 SRB미디어그룹 내 스튜디오에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통합 이후 최대 쟁점인 주청사 소재지 문제에 대해서는 통합 목적을 살리되 ‘기능 분산’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통합 정신을 살려 어떻게 인구 유입을 늘리고, 청년을 불러오는 데 집중해야지 주청사를 어디에 하는 게 왜 중요한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도 “주청사 소재지에 집착하기보다 3개 청사(광주·무안·동부)의 특징을 살리는 식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다만, 그간 전남 동부권의 소외감이 컸다는 점에서 통합특별시장이 된다면 첫 출근은 동부청사로 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통합특별시의 산업 전략에 대한 구상도 밝혔다. 세계 경제의 흐름이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에너지라는 세 개의 축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광주와 전남이 경쟁력을 갖췄다고 진단했다. 특히 반도체 산업 유치와 관련해 “반도체 공장은 데이터센터와 달리 설계(팹리스)부터 후공정까지 엄청난 고용을 창출한다”며 “전문직뿐만 아니라 일반 청년들도 대거 흡수할 수 있는 반도체 공장 유치야말로 지역 소멸을 막을 핵심 열쇠”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산업의 필수 조건인 전력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서 단기적으로는 기존 원자력 발전과 소형모듈원전(SMR)을 병행하되 장기적으로는 풍부한 재생에너지와 신기술을 통해 에너지 자립 모델을 완성하겠다고 강조했다.정부가 통합 지자체에 지원하기로 한 ‘4년간 최대 20조원’ 규모의 재정 인센티브 운용 전략도 구체화했다. 이 부위원장은 이를 ‘전남광주 투자공사’를 통해 전문적으로 관리하고 3조원 규모의 ‘통합 미래성장 펀드’와 17조원의 정책금융을 결합해 운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어 재정 운용 3대 원칙으로 ▲지역 산업 고도화와 미래 전략산업 육성 ▲권역별 균형 발전을 위한 전략적 인프라 투자 ▲시민들의 삶의 질을 직접 높이는 생활 기반 투자를 제시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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