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당선"의 오만, 광주·전남 민주당 공천 파행의 민낯

입력 2025.11.04. 10:04 이관우 기자
민주당 공천시스템 점검<중>실태 및 폐해
장흥 ‘여론조사 100%’·목포·나주 ‘명부 유출’ 논란
광주 ‘깜깜이 경선’ 불복 후유증… 절차 신뢰 추락
“제도 바꾸지 않으면 내년 6·3 지방선거도 같다”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구조가 굳어진 광주·전남 정치권에서 공천 파행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선거 때마다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하지만, 실제 공천 과정에서는 잡음과 불신이 되풀이되고 있다. 당내 경선과 관련, 공천 룰 자체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수시로 뒤바뀌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후보 검증보다는 줄 세우기, 여론조사 논란, 명부 유출 등으로 얼룩지면서다. 지난 2022년 6·1 지방선거가 대표적이다.

무등일보는 2021년 1월부터 2022년 12월말까지 뉴스검색 AI 플랫폼인 '빅카인즈'를 활용, '공천 부정'과 관련한 빅데이터를 조사했다. 이 결과, 공천 의혹·논란·비리·부작용 등 키워드를 포함한 기사는 총 1만 4천710건이었다. 세부적으로는 ▲공천 의혹 4천395건 ▲공천 논란 5천825건 ▲공천 부정 873건 ▲공천 비리 2천504건 ▲공천 부작용 379건 ▲공천 파행 294건 ▲밀실 공천 440건으로 조사됐다.

당내 경선 등 공천을 둘러싼 비리와 의혹, 전횡이 '현재진행형'이라는 방증이다. 보도 수치보다 더 심각한 점은 이 중 상당수가 광주·전남 공천과 직결됐다는 사실이다. 공천 파행은 더 이상 일시적 사건이 아니라 고착화된 권력 경쟁의 결과물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내년 6·3 지방선거를 7개월 앞두고 22년 6·1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공천 파행의 실태를 다시 짚어본다.

◆당원명부 유출 논란…다른 잣대 적용

당내 데이터 관리 부실은 경선 신뢰를 송두리째 흔들었다. 6·1 지방선거 과정에서 민주당은 A시의 입당원서 유출 사건으로 지역 전체가 전략선거구로 지정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입당원서에는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주소, 당비 납부내역 등이 포함돼 있었고 이 정보가 '특정 후보 측에 전달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중앙당은 윤리감찰단을 파견하고 경선을 전면 중단했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 B시의 시장 경선에서도 당원명부 USB 전달 및 금품 거래 의혹이 불거졌지만, "물증이 없다"는 이유로 경선이 강행됐다.

결과적으로 같은 유형의 의혹에 서로 다른 잣대가 적용되며 "선별 대응" 논란이 커졌다. 경선의 절차적 공정성뿐 아니라 중앙당과 지역위원회의 신뢰도 역시 치명상을 입었다.

◆검증 절차 건너뛴 전남도당의 월권

전남 C군수 공천은 '경선 룰 변경'으로 시작된 파행 사례 중 하나다. 민주당 전남도당은 기존의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공관위) 정성평가(60점)와 여론조사(40점) 병행 방식 대신, 여론조사 100%(권리당원 50%·일반군민 50% ) 경선방식으로 전환했다. 문제는 절차였다. 이미 등록 절차를 마친 뒤 갑작스럽게 룰이 바뀌었고, 이에 후보 7명 중 4명이 "기득권 후보에게 유리한 불공정 경선"이라며 보이콧을 선언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탈당 전력이 있는 후보 2명에게 감점이 면제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정치 신인은 탈락시키고 기존 세력을 보호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중앙당 재심위원회가 "예비경선 절차의 정당성이 결여됐다"며 경선 무효 결정을 내렸고 도당은 재경선을 해야 했다. 당의 내부 검증 시스템이 무력화된 대표적 사례였다.

◆'깜깜이 경선'…투명성 상실이 불복의 씨앗

광주의 경우, 시의원 후보 경선의 개표 참관 제한·시스템 비공개 논란이 법정으로 비화했다. 후보들은 "결과를 검증할 방법이 없었다"며 경선 무효 가처분을 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하지만 15명의 예비후보가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법적 다툼은 선거 이후까지 이어졌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었지만 정치적 정당성을 잃은 '깜깜이 경선'이라는 비판이 남았다. 여기에 D구청장 경선 과정에서 부적격 판정 결과가 비공식 경로로 유포돼 광주시당이 공식 사과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공천 과정의 신뢰도는 급격히 떨어졌고 "민주당조차 자당 시스템을 믿지 못한다"는 냉소가 퍼졌다.

이 같은 공천 파행 사례들을 두고 민주당의 공천 시스템이 절차적 공정성과 신뢰를 상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성평가를 생략하거나 경선 룰을 사후에 바꾸고, 당원 데이터 관리마저 허술했던 점이 결국 정당 민주주의 기본 원칙을 내부에서 스스로 훼손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6·1 지방선거 민주당 광주·전남 공천이 검증 기능을 상실한 채 진행됐다는 분석이 나온 배경이다. 후보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할 통로가 사라지자 부적격 인사가 걸러지지 않았고, 정보의 신뢰가 흔들리며 경선 전체가 불신받는 악순환이 반복됐다는 것이다. 공천 절차가 불투명하게 진행될수록 결과에 대한 승복은 어려워지고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인식만 더욱 굳어졌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정당 내부의 민주적 통제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공천 제도가 제도적 절차가 아니라 관계와 영향력에 좌우되는 구조로 변질됐다는 취지에서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내년 6·3 지방선거에서도 공천을 둘러싼 잡음과 불신이 다시 되풀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

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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