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 이후 '호남민' 전국으로…광주 인구 다양성 부족
140만명대 붕괴 더 큰 문제는 '도시 폐쇄성' 부작용 심화
"많은 청년 유입할 구조 갖춰야…문화적 다양·포용성 必"


광주가 140만명 인구가 붕괴된 것을 두고 '청년 유출'을 지목하고 있지만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의 청년층 유출 문제는 유출되는 만큼 유입되지 않는 '구조적 문제'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전남이라는 수원(水源)이 말라버린 상황에서 수위를 유지하겠다고 방류하지 않는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뿐더러, 더 심각한 '인구 다양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울린다. 다양한 지역의 인구 유입이 줄어듦에 따라 폐쇄적 사회의 부작용이 더 커진다는 지적이다.
광주의 인구 위기, 나아가 도시의 경쟁력과 장기적 생존을 위해서는 인구를 붙잡는 전략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많다. 국내와 전세계의 사람들이 광주로 유입되고 또 자연스럽게 빠져나가는 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논의가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한 조건으로 '삶의 질'을 높이는 정주 여건 개선은 물론이고, 다양한 사람들이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하는 '포용 도시' 전략이 요구된다.
◆빗물 유입 끊긴 댐…썩어갈 수 있다?
광주는 전통적으로 전남의 인구, 특히 청년과 가구 단위 인구를 흡수하면서 인구를 흡수하며 성장해왔다. 특히 전남의 다양한 시·군에서 광주로 인구가 유입되면서 광주의 다양성에도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전남이 '저출생' 직격을 맞은 데다 이미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전남 인구가 광주로 이동하는 '흐름'이 끊겼다. 오히려 최근 들어서는 광주 인근 전남 시·군이 경쟁적으로 출생지원금을 지급하면서 광주에서 인구를 빨아들이는 모습까지도 보인다.
쉽게 말해 저수지가 고갈된 셈이다. 광주의 현 모습은 마치 빗물이 더 이상 들어오지 않는데도 농업용수는 빠져나가는 저수지에 비유할 수 있다. 빠져나가는 건 그대로인데 새로 유입되는 인구가 없으니 광주의 '인구 유출'이 심각하게 도드라져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인구 다양성 훼손이 지목된다. 광주는 전국 특·광역시 중 인구 특성 면에서 가장 폐쇄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산업화 과정에서 호남이 소외된 데 따른 타 지역에서의 인구 유입이 적기 때문이다.
그나마 전남 시·군과 전북 등 인근 지역에서 인구를 흡수하면서 최소한의 다양성을 챙겼지만 이마저도 불가능하게 됐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인구 동질성이 높은 도시는 창의성과 혁신을 떨어뜨린다. 흔히 갈라파고스화라고 한다. 학연·지연·혈연이 배타성으로 작동해 도시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는 의미다.
문연희 광주연구원 미래전략실 연구위원 또한 현재대로라면 광주의 사회적 다양성이 크게 훼손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광주 인구 대부분이 부모님 세대에서부터 광주·전남에서 나고 자라고, 그 자녀들이 지금 광주의 청년이자 중장년으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다양성 부족과 폐쇄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유출 아닌, 유량으로 관리해야 한다"
이에 따라 근본적으로 인구 정책에 대한 관점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다. 유출을 막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유량(이동량)을 관리하는 관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특히 이동이 활발한 '청년층'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들어오고 빠지도록 관리해 청년층 규모를 유지하면서도 도시의 활력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런 측면에서 광주시가 '더현대 광주'를 비롯한 복합쇼핑몰 사업 등을 통해 청년층의 정주여건을 개선하고, 인공지능(AI)과 모빌리티를 중심으로 한 미래산업 생태계를 만들어 청년층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건 긍정적 방향으로 평가된다.
다만, 지방소멸은 전국의 광역시가 놓여 있는 '공통 과제'로 비슷한 방향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광주시만의 차별적 비전을 설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연구위원은 "광주 인구 정책은 청년 유출 방지를 가장 최우선 목표로 두고 일자리나, 정주 여건 개선과 같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청년 유출을 방지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고 유출을 강제적으로 막을 수도 없다"면서 "오히려 유출을 막는다는 것은 물을 가둬두는 것일뿐이기에 좋은 정책적 방향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출을 방지한다기보다 청년의 유량을 일정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 다시 말해 청년이 계속 빠져나가더라도 계속 들어오는 방향으로 정책적 방향을 바꿔야 하고 구체적으로 유량을 관리하기 위한 세부적 논의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다른 지역보다 폐쇄성이 유독 더 큰 상황에서 결속된 공동체 측면에서의 강점보다 폐쇄된 사회로서의 부작용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폐쇄성을 극복하고 다양성 있는 사회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포용성'을 핵심 의제로 제시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문 연구위원은 "많은 청년들을 유입하게 하는 건 문화적 다양성을 갖는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전국에 있는 청년들, 세계에 있는 청년들이 광주로 유입돼 공부하고 또 뿌리를 내리고, 그러다가 다시 나가고 하면서 문화적 다양성과 포용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지역의 인구정책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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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군공항 이전, 대통령실 주도로 본격 '드라이브' 광주연구원이 분석한 광주군공항 무안공항 이전 시 예상되는 소음 피해 지역(빨간색 원). 광주시 대통령실 주도로 광주군공항 이전 사업이 추진됨에 따라 각 정부 부처 또한 발 빠르게 대응 중이다. 그런 가운데 국방부가 군공항 이전 사업비를 재산출하고 종전·이전 부지 가치 평가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받는다. 현재 알려진 군공항 이전에 필요한 사업비는 지난 2016년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재평가가 끝나면 사업비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9일 광주시와 정부 부처 등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광주군공항 이전 사업을 국정과제로 추진하면서 정부 각 부처도 관련 업무에 착수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광주군공항 이전을 위해 대통령실 산하에 광주시와 전남도, 무안군을 비롯해 국방부, 국토부, 기재부를 포함하는 6자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했다.TF 첫 회의가 이달 중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통령실은 참여 기관과 부처에 관련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구한 자료에는 사업비, 종전부지 개발 이익, 소음 측정 등이다.국방부는 특히 기존 부지와 이전 대상지의 감정평가와 전체 사업비 분석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기부대양여)은 광주군공항 부지(종전부지)를 개발하는 이익금으로 군공항 이전에 필요한 사업비를 충당하는 방식이다. 특히 종전 부지 개발 이익금 산정은 사업타당성은 물론, 무안군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여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다.현재 광주군공항 이전 사업비는 5조7천480억원이다. 신공항 건설비 4조791억원, 종전부지 개발비 8천356억원, 이전지 지원 사업비 4천508억원, 금융비용(이자 등) 3천825억원이다. 그러나 이는 2016년 기준으로 10년이 지난 현재 사업비 재산출이 필요하다. 그사이 급변한 부동산 시장과 건설 비용 상승 등이 있었던 만큼 총사업비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이외에도 국방부는 전투기 소음과 관련한 현황 파악에도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말 이 대통령이 주재한 호남 타운홀미팅 당시 김산 무안군수는 소음에 대한 피해를 우려했고, 이 대통령은 막연한 우려가 아닌 정확한 소음 피해 범위를 측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언급한 바 있다. 강기정 광주시장 또한 지난 7일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를 만나 무안공항에 실제 전투기를 띄워 검증하는 방식을 제안하는 등 국방부의 적극적인 자세를 요청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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