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 인색해진 광주시 공직사회 '이상 신호'?

입력 2025.02.04. 18:49 이삼섭 기자
"시청 익명 게시판서 부쩍 불만 늘었다" 의견
직원들 피로감 누적 불구 '인센티브 부족' 지적
복지 축소·승진 적체…공직사회 사기 진작 필요
강기정 광주시장이 지난 9일 오전 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정례조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시정이나 미담 사례를 올리면 공감도 많고 좋은 댓글도 많았는데, 요새 열린마음을 보면 칭찬이라는 걸 찾기 힘들 정도로 서로 간에 신뢰가 떨어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4일 광주시 본청 소속 A 주무관은 최근 광주시청 내부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다고 말했다.

광주시청 직원들의 익명 게시판인 '열린 마음'을 자주 들여다본다고 밝힌 A 주무관은 "최근 광주시 설 인사말이었던 '당신이 일어 설날입니다'에 대해 멋지다는 게시글이 열린마음에 올라왔는데, 비공감이 공감보다 훨씬 많아서 이해하기 힘들었다"면서 "오히려 시민들은 '힘이 난다', '잘했다', '가슴 찡하다'고 말하는데 직원들이 무엇 때문인지 불만이 쌓여 있는 것처럼 느꼈다"고 했다.

실제 해당 게시글은 공감은 15개를 받은 데 반해 비공감은 37개에 달했다. '당신이 일어 설날입니다'는 광주시청 공무원들이 직접 만든 문구로, 각종 커뮤니티에 퍼져나가면서 긍정적 반응을 얻었다는 점에서 의외라는 평가다.

비단 해당 게시글뿐만 아니라, 시책에 대한 게시글이나 강기정 시장에 대한 게시글에도 비공감이 높게 나타나는 상황이다. 열린마음은 익명이라는 특성에 기인해 시책이나 동료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흔하다.

본청 직원 B 주무관 또한 "열린마음이 전체 의견을 대변하지도 않고 개인적으로도 솔직히 직원들 민심이 안 좋아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일부가 그렇게 여론을 주도할 수 있지만, 제 주변에서는 엄청 만족스럽지도 딱히 불만스럽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미담 사례조차 부정적 반응이 나타나는 것을 두고 시청 일부 직원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팽배해져 있는 걸 반영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불만이 높아진 이유로는 '워커 홀릭'으로 불리는 강기정 시장 체제에서 직원들이 업무 부담이 쌓인 데 반해 인센티브는 부족했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2022년 6월 민선 8기 출범 후 강 시장은 '피부에 와닿는 정책'을 위해 공직자의 적극적 태도와 창의성 있는 정책, 헌신 등을 강조해왔다. 그러면서 속도감을 가지고 풀리지 않을 것 같던 난제를 풀어나갔고, 시민 체감이 높은 정책 변화도 끌어내는 성과로 이어졌다.

하지만 그에 비례한 인센티브는 적었다는 의견이다.

최근 이뤄진 올해 상반기 승진 인사가 대표적이다. 인사 적체에 따른 승진폭이 역대급으로 적었던 탓을 감안하더라도, 승진을 가장 큰 인센티브로 여기는 공직자들로서는 사기가 한풀 꺾이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몇년간 이어진 광주시 재정 절벽에 따른 직원 복지 축소도 볼멘소리에 일조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광주시는 지난해부터 4급 이상 간부 공무원을 대상으로 연가보상 일수를 축소했다. 간부급 공무원들이 솔선수범해서 재정 가뭄을 극복하자는 취지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기분 좋게 받아들이긴 어려울 수 있다.

특히 12·29 제주항공 참사에서 광주시 공직자들은 유례 없는 상황을 맞아 과장급과 사무관급 등 2인 1조로 58개조를 구성돼 유가족들의 사고 수습과 장례 등을 지원했다. 공직자들은 무안공항과 분향소, 장례식장에 24시간 상주할 정도로 헌신했다.

이에 대해 강 시장은 "공직자의 헌신에 기초한 따뜻한 행정과 신속한 결정, 결단의 경험을 축적해 왔고 이제는 그것들로 인해서 행정이 시민들 속에 박수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감사함을 표하기도 했다.

공직사회의 사기 진작과 일 의욕 고취를 위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내·외부에서 나온다. 시 주요 정책을 수립·집행하고, 일선에서 끌고 가기 위해서는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열의가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본청 C 사무관은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 지원을 하면서 공직자로서 할 일을 한다고 생각했고, 공직자로서 업무에 꼭 보상 같은 걸 바라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면서도 "그럼에도 동기부여가 주어진다면 더 열의를 갖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직원들의 불만이 전반적으로 높다고 파악되진 않았지만, 일부 불만이 있는 것에 대해서는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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