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민, 자전거 출퇴근을 포기하다

입력 2024.06.24. 07:32 이삼섭 기자
■두 바퀴路, 탄소중립 광주로 ①프롤로그
광주 자전거로 667㎞ 불구 전용로는 103㎞
보행자 피하고 혹시 차에 치일까 등골 '오싹'
녹색 교통수단으로 딱인데 현실선 고난의 길
/게티이미지뱅크

화창한 아침을 맞은 어느 날. 자가용 차량 대신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기로 결심했다. 탄소중립의 시대, 주요 탄소 배출원인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게 여간 죄책감 드는 일이던가. 버스는 멀미 때문에 타지 못하니 적어도 이동할 일이 많지 않은 날만이라도 자전거나 PM(personal mobility·개인형 이동장치)을 타고 다녀야겠다고 다짐했다.

지도 앱으로 확인해 보니 집에서 직장까지는 자전거로 30분. 이 정도면 충분히 출퇴근할 만한 거리다. 탄소 배출도 줄이고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한껏 건강해질 생각에 부푼 마음을 품고 가방끈을 조여 맸다.

공유자전거 앱을 이용해 근처에 있던 자전거에 간편하게 탑승했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과정은 고통이었다. 자전거에 올라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험난한 도로 사정에 두손 두발 다 들었다.

보행로에 설치된 자전거 도로는 끊어지기 일쑤고 보행자라도 맞닥뜨리면 알아서 피해 다녀야 했다. 자전거 도로가 없으면 차로 가장자리로 다녀야 하는데, 혹시라도 차에 박힐까 봐 내내 등골이 오싹해졌다. 부서지거나 울퉁불퉁한 도로에 손에는 쥐가 났고 엉덩이는 욱신욱신했다.

도로 주행에 대한 공포, 보행자 속을 다니는 피로감에 아침부터 기진맥진. 이러다가 골병들겠다는 생각에 탄소 배출에 대한 죄책감은 어느새 사라졌다.

자전거가 왜 광주에서 교통수단으로 외면받는지 알 것 같다. 자전거를 타는 데 이렇게 힘들어서야…. 그날 광주에서 '두 바퀴족'으로 살아갈 결심을 포기했다. 자전거 타기 딱 좋은 날이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많은 시민들이 자전거를 이용하고 있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한국환경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 중 수송부문이 13.5%를 차지하는데, 이 중 도로분야(자동차)가 96.5%다.

광주 수송 분담률은 2022년 기준 승용차가 49.1%다. 2명 중 1명은 자가용 차량으로 이동한다는 의미다. 이 비율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자전거와 PM은 '기타'(7.7%)로 분류돼 세부적 수치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다.

어떤 식으로든 탄소를 배출할 수밖에 없는 다른 교통수단과 달리 사람의 동력으로 달리는 자전거는 그 자체로 이상적인 탄소중립 교통수단이다. 전기를 이용해 저속으로 이동할 수 있는 PM 또한 에너지 소모가 극히 적은 반면 이동성이 좋아 각광 받고 있는 이동수단이다.

특히 이 '두 바퀴'들은 자가용 차량이 점령해 끊임없이 위협받는 도시 공간을 시민에게 안전하게 돌려줄 수 있는 이상적 수단이기도 하다. 여러 선진 도시가 앞다퉈 자전거 친화적 도시공간으로 재편하고 있고, 도시 경쟁력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자전거와 PM은 같은 인프라를 공유하고 있어 통합해 정책이 시행 중이다.

광주시는 2040탄소중립을 선언할 만큼 진보적 도시를 자부하지만 현실은 '자동차 중심' 속에서 친환경 이동수단이 설 자리는 녹록지 않다.

광주시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 기본계획(2019년)에서 2% 수준인 자전거 수송 분담률을 2024년까지 5% 수준까지 올리기로 했지만 여전히 2%대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022년 기준 광주 내 자전거도로 연장 길이는 667.62㎞에 달하지만, 자전거 전용도로는 103.88㎞에 불과하고 이마저 대부분 천변과 강변에 설치된 게 대부분이다. 현실은 보행로를 빌려 쓰는 데다 분절·단절 범벅에 보수되지 않아 오히려 자전거 이용자를 위협하는 수준이다.

공유자전거는 몇 년째 '시범사업'에 머무르며 이도저도 못하고 있고 공유자전거 정류장은 대중교통과의 연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아 시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자전거와 PM은 대중교통이라는 유기체의 한 축이다. 도시철도와 버스는 동맥이라고 했을 때 자전거·PM은 모세혈관이다. 즉, 지하철과 버스, 자전거·PM은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 2027년 도시철도2호선 1단계, 2029년 도시철도2호선 2단계 완공에 맞춰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두 바퀴를 위한 인프라를 탄탄하게 하는 것은 단순히 탄소를 줄이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불필요하게 많은 차량으로 인해 발생되는 교통 체증과 교통 위협, 만성적 불법 주차는 광주시민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차량 이용자 또한 불필요한 차량 이용 수를 줄이는 데 박수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더군다나 광주라는 도시가 맞닥뜨린 인구 감소와 고령화·저성장의 늪은 지방정부에는 도로 개설·유지·정비에, 광주시민에게는 차량 유지에 높은 부담을 안겨줄 것으로 예상된다.

무등일보는 기획연재 '두 바퀴路, 탄소중립 광주로'를 통해 광주의 자전거·PM 정책 및 인프라 전반에 대한 점검과 동시에 '두 바퀴' 친화적 도시를 위한 '공론장'을 마련한다. '두 바퀴' 친화도시로의 전환은 탄소중립을 위한 과제임과 동시에 도시를 더 안전하고 건강하게, 또 활력을 돋구는 시도라는 것을 분명히 한다.

기획취재팀=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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