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화, 분열, 무관심···광주·전남 표심 '정치적 멘붕'

입력 2024.02.21. 19:22 이삼섭 기자
지역민 총선 표심, 갈피 못 잡아
민주당 '이재명 사천' 논란에 실망
"무력감 느껴…民 소속 부끄럽다"
윤석열 정부 '패싱'에 불만 높지만
신당 분열로 '선택지' 확대 제한돼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가 현역 의정활동 평가 '하위 20%' 개별통보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김영주·박용진·윤영찬·송갑석·박영순·김한정 의원(왼쪽부터) 하위권 통보 사실을 직접 공개하며 심사 공정성에 문제 제기를 했다. 뉴시스

광주·전남 유권자들의 표심이 갈 데를 잃으면서 그야말로 '정치적 멘붕' 상태다.

전통적 지지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당 대표 '사천'(私薦) 논란으로 민심이 추락하고 있는 데다가 거대 양당의 한 축인 국민의힘은 구애조차 하지 않는 '지역 패싱'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제 3지대가 출현하면서 선택지가 넓어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총선을 코앞에 두고 이합집산을 반복하면서 '대체재'로서 존재가 희미해져 가고 있다.

특히 광주·전남에서는 민주당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민주당 공천=당선'이라는 오만한 판단으로 지역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발굴하거나 '경쟁력 있는' 후보를 공천하기보다는 다음 대선을 위한 포석을 놓는 데만 골몰하면서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이 '정권 심판론'이 높은 상황에서 못해도 중박이라도 갈 것이라는 전망에 기대, 노골적으로 '사당화'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역풍'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지역민들 사이에서는 정부와 집권여당 모두 보수였던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지역 차별'이 반복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21일까지 민주당 공천 심사 결과와 선출직 평가(현역 하위 20%)를 종합하면 '비명횡사·찐명횡재'로 압축된다는 평가를 받는다.

'찐명'은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 그룹을 의미한다. 비명(非明)계로 분류되는 정치인들을 경선에서 컷오프하거나 현역의 경우 하위 20% 이내에 포함해 사실상 컷오프하는 방식이라는 분석이다.

개별 통보이지만 알려진 하위 20% 명단을 보면 대부분 당내에서 소신껏 목소리를 내던 소장파(박용진·송갑석 등)나 친명계로 전향하지 않고 한 축의 세력으로 남아 있는 친문재인계(전해철·박영순 등) 등 비명계에 집중됐다. 광주·전남도 예외가 아닌데, 최근 광산을을 중심으로 석연치 않은 컷오프 결과가 나오면서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민주당의 이 같은 사천 논란에 이 대표의 부정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간 전국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3천명을 상대로 진행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1.8%p)에서 이 대표의 부정 평가(61%)가 긍정 평가(32%)보다 두배 가까이 높았다. 불공정 공천에 대한 비판으로 분석된다.

최병천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이재명 대표는 방탄 국회를 만들더니, 민주당이 총선에서 폭망하든 말든, 자신의 호위무사 숫자 늘리기에 전념하며 방탄공천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개혁신당 이준석(오른쪽), 이낙연 공동대표가 지난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이 공천 갈등으로 격랑 속에 빠지면서 지역민들의 속도 부글부글 끓고 있다.

광주·전남은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역대급 득표율'로 윤석열 정부 탄생에 기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지역 패싱'에 반감이 거세다.

더군다나 국민의힘 또한 현실적으로 의석 배출이 어려운 탓에 지역에 관심이 없는 상황. 정부·여당으로부터 소외당하는 와중에 그나마 믿고 있었던 민주당이 '이기는 정치'가 아닌, 내부 권력 투쟁에 집중하는 데 깊은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민주당 소속 광주 A지방의원은 "현역 하위 20% 결과를 보고 이거는 진짜 민주당 지지자를 기만하는 것으로 밖에 설명이 안된다"면서 "어떻게 보면 정치도 명분과 논리가 있어야 하는데, 너무 노골적으로 (사당화 모습이) 드러나버리니깐 이게 정치인가라는 실망감과 충격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총선을 겪으면서 무력감을 많이 느낀다. 민주당 소속인 게 이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다"면서 "광주는 사실 민주당 후보를 본인(지도부)들이 마음대로 세워놓으면 어차피 되기 때문에 멋대로 하는 게 아닌가"라고 분개했다.

지역 독점 정당인 민주당과 선의의 경쟁을 펼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제3지대 빅텐트' 또한 선거를 50일도 남기지 않은 가운데 쪼개지면서 그나마의 선택지도 없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각각 범보수와 범진보를 대표해 개혁신당으로 뭉쳤던 이준석 공동대표와 이낙연 공동대표는 지난 20일 공식결별했다.

공진성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광주·전남 유권자들이 현재 민주당을 지지하는 이유는 이재명 대표가 좋아서가 아니라 오랫동안 동고동락한 이유가 크다. 더 나아가 윤석열 대통령이 영 마음에 안 드는데 거기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낼 수단이 민주당 밖에 없기 때문이다"면서 "지역 유권자로서는 민주당은 도구에 불과한데, 현재로서는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고 말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이예지기자 foresigh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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