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율성 지우기' 압박에 광주시 "수용 못해"

입력 2023.10.11. 18:07 이삼섭 기자
보훈부, 기념사업 중단·기념시설 철거 권고
박민식 “이행 않으면 시정명령 즉각 발동”
광주시 “지자체 자치사무…위법 사항 없어”
지난 1일 오후 한 보수단체 회원에 의해 광주 양림동 정율성거리에 설치된 정율성 흉상이 훼손됐다. 광주 남구 제공

국가보훈부가 '정율성 기념사업'을 중단하고 이미 설치된 기념시설도 철거할 것을 권고하면서 수그러들었던 논란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광주시는 '위법 사항'이 없고 정부가 주도해 정율성을 한중 우호협력의 상징 인물로 부각한 만큼 명분이 떨어진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국가보훈부는 11일 광주시 등에 '정율성 기념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이른 시일 내에 이미 설치된 정율성 흉상 등 기념시설도 철거할 것을 권고했다. 보훈부가 윤석열 정부 들어 처에서 부로 승격된 이후 지자체 사무와 관련해 시정을 권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이날 서울보훈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율성은 6·25전쟁 당시 북한 인민군과 중공군의 사기를 북돋운 팔로군 행진곡과 조선인민군 행진곡 등 군가를 작곡했을 뿐만 아니라 직접 적군으로 남침에 참여해 대한민국 체제를 위협하는데 앞장선 인물"이라고 정율성 기념사업을 비판했다.

이어 박 장관은 " 정율성 기념사업은 헌법 제1조, 국가보훈 기본법 제5조,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3조 등에 따른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인하고,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과 그 유가족의 영예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보훈부는 지방자치법 제184조를 근거로 광주시 등에 이를 즉각 중단하고 기존 사업에 대해서도 시정할 것을 권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박 장관은 "지자체의 자율성은 존중하지만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배치되는 인물에 대한 기념사업의 설치, 존치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며 "권고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지방자치법 제188조에 따른 시정 명령을 즉각 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훈단체와 보수단체 등이 지난달 30일 광주시청 앞 광장에서 광주 출신 중국 혁명음악가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사업 반대 집회를 갖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광주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권고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광주시는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등 기념사업은 지방자치단체 사무"라며 "지방자치법 제188조에 따르면 자치사무는 위법한 경우에만 주무부 장관으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율성 기념사업은 1988년 노태우 정부 때부터 35년간 지속돼 온 한중 우호 교류 사업으로 위법한 사항이 없다"며 시정명령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광주시는 "정율성 생가터 복원사업인 역사공원 조성 사업 완료 시기에 맞춰 시민 의견을 수렴, 종합적인 운영계획을 수립해 지혜롭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광주시는 광주 출신의 중국 음악가 정율성 생가를 복원·보존하는 '정율성 역사공원'을 내년 초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현재 광주 내에는 '정율성로(도로명)'와 '정율성 거리 전시관'이 조성돼 있다. 광주 외에도 화순에는 정율성 고향집 전시관과 정율성 흉상과 벽화 등 기념시설이 설치돼 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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