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 발전 전략·군공항 병행 불가
고흥 “의사 없다” 두번째 입장 표명
무안, 광주·전남 상생안 고민 필요
광주시-전남도 의견 일치도 급선무
그동안 거론되던 광주 군공항(이하 군공항) 이전 예비후보지들이 사실상 발을 빼는 모양세를 보이면서 '무안국제공항 이전론'이 힘을 받고 있다.
전남도와 광주시 모두 무안국제공항으로의 이전을 희망하고 있지만, 무안군은 최소한의 대화도 거부하며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광주시-전남도, 전남도-무안군의 갈등만 키우고 있다. 광주시는 '어느 지역이든 상관 없는 군공항 이전'이 최우선이라는 방침인 데 반해 전남도는 무안국제공항으로의 '군·민간공항 동시 이전 우선 약속'을 요구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무안국제공항은 국제공항으로서 경쟁력을 상실하고, 광주시는 군공항 이전의 발이 묶이는 등 광주와 전남 모두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어 무안군이 하루 빨리 협상테이블로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이다.
7일 전남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 5일 ▲AI 첨단 축산업 융복합 밸리 ▲함평만 해양관광 허브 조성 ▲글로벌 데이터센터 클러스터 ▲미래 융복합 첨단 신도시 ▲SOC 확충 및 접근성 개선 등 6개 분야에 총 1조7천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는 '함평 미래 발전 비전 전략'을 발표했다.
김영록 지사는 "지방소멸 위기 속 경쟁력을 갖춘 비교우위 자원을 바탕으로, 지역 역량을 결집하고 서남권 대도약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계획이다"며 "이상익 군수 취임 전이나 군 공항 유치 공식 선언 전부터 제안된 지역민의 오랜 숙원 사업들로, 군공항 이전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확대 해석하지 말라는 의미다.
하지만 이날 전남도가 제시한 함평 미래 발전 비전 전략은 함평군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함평군의 군공항 유치 철회 명분을 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27년 함평으로 이전하는 국립축산과학원 축산자원개발부와 연계해 총 사업비 5천억 원 규모로 함평군 일원에 AI 첨단 축산업 융복합 밸리를 구축한다는 사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손불면·학교면 등에 악취 없는 친환경 동물 사육 환경부터 식품 제조·가공 및 소부장 기자재 산업단지까지 국내 유일의 현대화된 축산업 전주기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 소음을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군공항과 연계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안군 역시 군공항 부지로 거론되는 지역의 축산 농가 피해를 이유로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
이상익 군수 역시 김 지사와 마찬가지로 "함평군 비전 발표는 지역발전과 직결되는 부분이며, 광주 군공항 유치와는 연관 짓지 말라"고 선은 그었다.
고흥군의 경우도 유치위원회의 이전 요구에 군과 군의회가 나서 "군공항 유치 의사가 전혀 없다"고 분명히 했다. 지난 2020년에 이어 두 번째 반대 의사다.
고흥군은 "(군공항 이전 후보지로 언급된) 고흥만 간척지 일원을 지역 신성장 산업의 거점으로 육성할 것"이라면서 "2020년 군 공항 이전 반대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극소수 군민의 고흥만 간척지 유치 주장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군민과 향우들께 혼란을 가중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이전 후보지로 거론된 세 지역 중 두 지역이 사실상 배제되면서 국방부와 광주시·전남도를 비롯해 지역민의 시선은 무안국제공항으로 향하고 있다.
김 지사는 무안국제공항으로의 군공항 이전을 지속적으로 주장하며 수차례 김산 무안군수와의 대화를 요청했지만, 번번히 거부당했다.
김 군수는 군수가 참석하는 행사에 불참하거나, 기념 촬영만 한 채 별다른 대화 없이 행사장을 떠나는 사례가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김 지사는 "군공항 이전 지역에 최대한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피해는 최소화하겠다"며 "협상 테이블에 나와 찬성할 것인지 반대할 것인지, 반대한다면 왜 반대하는지, 더 많은 요구가 필요하면 더 많은 요구를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서는 "군공항 이전이 무안국제공항 발전과 무안군 발전을 저해한다"는 주장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안국제공항이 마치 무안군 소유인 것처럼 무안군의 유불리만 내세우며 군공항 이전을 통한 '광주·전남 상생발전'을 바라는 지역민의 요구를 잘못된 것으로 치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광주시와 전남도의 불협화음도 군공항 이전을 매듭짓지 못한 원인이다.
전남도는 '광주시가 민간·군공항 동시 이전을 약속해야 무안군민들을 설득할 명분이 커진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광주시는 '전남도가 지자체를 설득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고 한발 물러섰다.
김 지사는 함평 미래전략을 발표하며 "광주시가 민간공항과 군공항 동시 이전에 대한 입장을 먼저 발표해야 무안군민들에게 이 문제에 대해 이해를 요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광주시는 "광주시는 무안이든 함평이든 군공항을 이전하는 것이 목표지만 전남도는 무안국제공항으로의 이전만을 주장하고 있다"며 "이전 유치 의향을 밝힌 함평군과는 접촉하고 있지만, 무안군과는 접점이 전혀 없는 상태다. 전남도가 무안군을 설득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광주시 관계자는 "군공항 이전 절차를 광주시가 나서서 주도적으로 진행할 수 없다"며 "광주 군공항 유치 의향서가 어느 지역에서든 제출되면 곧바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군공항 이전에 대한 선택지가 줄어든 상황에서 무안군이 계속 '광주·전남상생발전'이라는 대의를 거부한채 소지역 이기주의에만 매몰된다면 특별법 통과로 탄력을 받은 군공항 이전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며 "무안군은 조속히 협상테이블로 나와 충분한 논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m·이삼섭기자
- 특별법 무색한 '군공항 이전'···제자리만 '맴맴' 광주 군공항에서 수송기가 이륙하고 있다. 무등일보DB광주군공항(이하 군공항) 이전을 위한 법·재정적 기반이 되는 '광주 군공항 이전을 위한 특별법'(이하 군공항법)에 이어 지난 10일에는 '광주 군공항이전 특별법 시행령'까지 의결됐지만, 군공항 이전 작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법이 제정되기만 하면 그동안의 묵은 갈등이 단번에 해소되고 이전 작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처럼 보였지만 광주시와 전남도, 전남도와 지자체간 이견과 갈등만 되풀이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군공항 이전법 둘러싼 광주·전남의 동상이몽광주시는 군공항 이전에 유리하도록 시행령을 개정했다.이른바 독소조항이었던 시행령 제3조(사업비 초과발생 방지) 중 2항에 있는 '초과사업비 발생이 예상되는 경우 그 예방을 위해 종전부지(현재 광주군공항 부지) 개발계획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에서 '종전 부지 개발계획 변경'을 제외했다.여기에 이전사업비 초과발생이 국가로부터 비롯됐을 경우를 대비해 '국가는 초과사업비 발생이 예상되는 경우 군공항 시설의 규모 및 적정성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는 조항도 추가했으며, '예비후보지가 선정되면 이전지역 지원을 논의하기 위해 지원위원회의를 구성·운영한다'는 조항도 추가했다.하지만 전남도는 '개정된 시행령에 이전 주변지역 지원대책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재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개정이 필요한 사항은 ▲이전 주변지역 지원계획에 반드시 포함해야 할 이주대책,생계대책, 교통망 확충, 배후 산단 조성 등 의무적 지원사업과 ▲이전지역 지원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실시 면제 등이다.문제는 광주시와 전남도가 각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입장만을 주장하고 양보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특히 군공항 이전지로 가장 적합한 무안군을 설득하기 위한 양 시·도간 협력적인 태도는 보이지 않고 있다.◆도지사 설득·호소…아랑곳 않는 무안군전남도의 '인센티브 선제시'에 광주시가 군 공항 유치 지역에 기존보다 5천500억 원을 얹은 1조원의 지원 카드를 내밀었다.김영록 전남지사는 광주시의 움직임에 화답하듯 '군 공항 무안 이전 반대 여론' 설득작업에 나섰다.김 지사는 지난 6월12일 '광주 전투비행장 무안 이전 반대 범군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 관계자들을 만나 광주 민간 공항과 군 공항의 무안국제공항 통합 이전 당위성과 전남도 지원사업 지원 등을 설명했고 같은 달 26일에는 전남도청 앞에서 천막 농성 중인 송남수 범대위 위원장 등 관계자들을 만나 이해와 협조를 당부했다. 또 최근 지역 방송에 출연, "무안국제공항 활성화와 지역 발전을 위해 군공항 이전을 서둘러야 한다"며, "무안군이 대화에 나서달라"고 요구했다.하지만 광주시의 파격적인 인센티브 약속과 전남도의 적극적인 대화 요청에도 무안군은 주민 의견 조차 물어보지 않은채 무조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산 군수는 지난달 본보에 "광주 군 공항 이전 시 전투기 소음피해로 무안군의 성장동력이 꺾이게 된다"며 "농수축산물의 부정적 이미지 낙인으로 농가소득 감소와 축산업 붕괴가 불가피하고 어업은 피해보상 증빙이 어려워 보상도 받기 힘들다. 관광산업도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군공항 이전 반대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멀어지는 함평·현실성 없는 고흥사실상 '플랜B' 자체가 있을 수 없는 군공항 이전은 무안군만을 염두해 둘 수 밖에 없지만, 무안군의 완강한 거부는 또 다른 후보지를 찾게 만들고 있다.지난해 말부터 군공항을 유치하겠다고 나선 곳은 함평군.군공항이 들어서면 지역발전과 인구소멸을 막을 수 있다는 절박함에서 나온 판단이다. 이와 관련, 이상익 군수는 지난 5월 군공항 이전에 대한 입장 표명 담화문을 직접 발표하고 주민 의견에 따라 농번기가 끝나는 8월 말까지 군민 여론조사를 실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군민들을 대상으로 한 일부 여론조사에서 반대가 찬성보다 높게 나오면서 여론조사를 오는 12월로 연기하기로 했다.이런 상황에서 최근 고흥군민들이 군공항 이전을 요구하고 나섰다.고흥군 퇴직 공무원들로 구성된 '광주군공항 고흥유치위원회'는 최근 전남도청과 무안군청을 방문해 광주 군 공항은 고흥에,민간공항은 무안에 이전하는 방안을 전달했다. 유치위는 필요 면적의 2배인 3천100㏊(930만평)의 국유지와 군유지를 보유하고 있고, 바다와 인접해 소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고흥만 간척지가 군 공항 이전 최적지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고흥군이 현재로선 군 공항 유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인 데다, 군공항 이전지로 지목한 간척지는 다른 국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주장은 현실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전문가들은 "특별법 통과로 군공항 이전 작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였지만 관련 지자체간 이견과 갈등, 중재노력 부재, 무조건적인 반대 등으로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라도 광주·전남 공동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관련 지자체들이 하루빨리 협상테이블로 나와 충분한 논의를 하고, 이전 후보지들도 무조건 반대에서 벗어나 주민의 진정한 뜻을 들어보는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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