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오염수 방류 침묵하는 정부에 "막아달라" 땡볕 절규

입력 2023.08.16. 17:17 김종찬 기자
[전남 마지막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
무더위 아랑곳 않고 어민 1천500여명 참석
수십장 현수막에 어민들의 절박함 묻어나
“벌써부터 뒤숭숭…생계터전 잃는다” 항의
16일 고흥 녹동바다정원에서 열린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육상집회'에 1천500여명의 전남 22개 시군 어민들이 참석해 열기를 더했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방류되면 국내 수산업계는 완전히 좌초된다. 방류 전인데도 벌써부터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정부가 코 앞으로 다가온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를 적극 저지하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2~3주 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우리나라 수산물의 약 60%를 생산하는 전남지역 어업인과 어업경영인들이 한목소리로 방류 저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한 여름의 뜨거운 열기가 가득한 16일 오후 2시 30분 고흥 녹동바다정원에서 고흥군 어민회와 고흥군수협 주최로 열린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육상 집회'현장.

전남 22개 시·군과 지역 80여개 어업인 단체 소속 1천500여명의 어업인과 어업경영인들은 이날 한목소리로 "일본 오염수 방류되면 전남 어업인들이 도산한다"고 소리쳤다.

고흥군 어민회는 집회 2시간 전인 낮 12시부터 녹동바다정원으로 들어오는 다리부터 메인 무대인 바다정원까지 100여m 거리에 20여장의 현수막을 걸며 집회 분위기를 띄웠다. 이들은 바다정원으로 향하는 길을 따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우리 바다는 쓰레기통이 아닙니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걸었다. 특히 도로 양 옆에 걸린 '바다야 미안해, 우리가 지켜줄께!',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투기 철회하라!',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투기 규탄' 등의 현수막에는 어민들의 절박함이 묻어나 있었다.

16일 고흥 녹동바다정원에서 열린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육상집회'에 참여한 80여개 어업인 단체가 깃발을 들고 입장식을 하고 있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집회가 시작되는 2시가 다가오자 전남 곳곳에서 모인 어민단체들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결사 반대', '정부는 어업인 생존권을 보장하라', '방류를 철회하라' 등 정부를 규탄하는 피켓을 받아들고 착석했다.

전남지역 마지막 집회인 이날, 어린 자녀들과 함께 나온 어민도 있었고, 70대 고령의 어민을 비롯해 어업경영인들도 참석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키웠다.

집회 시작을 알린 김용민(경기 남양주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본은 경제성을 이유로 바다에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한다고 한다. 경제성과 효율만 따지게 된다면 바다를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어민들의 삶은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며 "우리 어민들의 삶을 보호해야 할 윤석열 정부는 최근까지 단 한 차례도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저지하는 말을 하지 않고 있다. 일본의 대변인 역할을 자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16일 고흥 녹동바다정원에서 열린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육상집회'에 1천500여명의 전남 22개 시군 어민들이 참석해 열기를 더했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김 의원은 이어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는 정부만이 할 수 있지만 정부는 할 마음이 없어보인다. 하지만 여기 모인 어민들과 정치권이 강제적으로 일본을 막아설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바로 일본 재판부에 직접 재판을 신청하는 것"이라며 "정치권과 어민들이 함께한다면 재판에 승소해 강제적으로 일본의 잘못된 행정을 막아설 수 있다"고 동참을 호소했다.

이희정 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 고흥지부 회장도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2차 정화해 방류하겠다고 하지만 삼중 수소를 비롯한 8개 방사능 액종은 완전히 제거가 불가능하다. 일본은 지속적으로 원전 오염수의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자국의 공업용수로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원전 오염수"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는 오염수가 바다에 버려진다면 200일 내에 고흥이 자랑하는 물김을 비롯한 삼치, 병어, 문어 등 다양한 수산물 또한 먹지 못하게 되고, 어업인들은 삶의 터전을 잃을 것이다. 윤 정부는 지금이라도 일본 정부에 '국민 84%가 반대하는 원전 오염수 방류를 하지 못하겠다'는 의지를 단호히 전달하라"고 촉구했다.

16일 고흥 녹동바다정원에서 열린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육상집회'에 1천500여명의 전남 22개 시군 어민들이 참석해 열기를 더했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집회 시작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킨 이모(82)씨는 "자식들 대학 졸업할 때까지 바다에서 어부로 살아오다 이제는 그만뒀다"며 "바다는 어민들의 생계 터전이자 최후의 보루다. 정부는 어민들의 절박함을 외면하지 말고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 철회를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 어업인 단체들은 지난 6월 23일 완도군을 시작으로, 장흥군과 보성군, 영광군에서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를 진행했다. 어업인 단체들은 추후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시기를 보며 집회와 정부 규탄 대회 등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고흥 녹동바다정원에서 열린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육상집회'에 참여한 한 참가자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바다 방류 반대' 내용의 영어와 일본어 피켓을 들고 있다.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과 전남도의회도 원전 오염수 방류 저지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전남도당은 지난 12일 장흥통합의학컨벤션센터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 총괄대책위원회 발대식을 개최하고 제도적 대안 마련과 해양 방류 저지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대책위는 우선 도민과 어업인을 대상으로 한 원전 오염수 방류 시 위험성을 홍보함과 동시에 국제해양제판소와 국제인권위원회 제소 등도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전남도의회도 17일 오전 도의회 브리핑룸에서 비용 절감을 이유로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계획 중인 일본과 일본을 대변하는 정부를 규탄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고흥=박용주기자 dydwn8199@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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