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히든카드 '초강력 레이저' 전남이 최적지 '유치 사활'

입력 2023.05.02. 10:29 선정태 기자
■전남도,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 유치 본격화
지반·부지·정주 여건 등 나주가 유일한 최적지
GIST·IBS-한국광기술원·전남TP 연계 가능
상반기 부지 공모…전남도 준비 완벽
충청·영남권 치중 R&D 편중 해소 절실
IBS 초강력 레이저 과학연구단과 GIST 고등광기술연구소에서 운영 중인 국내 최대 규모의 초강력레이저를 연구원들이 정렬하고 있는 모습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과학기술로 주목받는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 입지 공모에 전남도가 연구시설 유치에 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전남도는 지난 2020년 5월 방사광 가속기 유치 실패의 아픔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100명으로 구성된 자문단을 중심으로 중앙부처, 정치권과 힘을 합쳐 초당적·초광역적 협력을 이끌어 세계 최대, 국내 유일의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을 반드시 유치한다는 목표다.


◆ 미래 첨단기술의 결정체

2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6월께 총사업비 약 1조원이 소요되는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 입지 공모를 할 것으로 전해졌다.

초강력 레이저는 일반적으로 페타와트(1천조 와트)급 이상의 고출력을 가진 레이저로, 방사광 가속기보다 1천배 이상 빠른 '인공 빛 실험실'로 불리며 무엇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레이저 원천 기술 개발을 선도한다는데 의미가 있다.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은 매우 짧은 시간 동안 매우 강한 레이저 광선을 생성해 물질 분석, 화학 반응 연구 등 매우 정밀한 실험에 활용하는 대형연구시설이다.

광주과학기술원 주관으로 현재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 타당성 등 연구 용역이 진행 중이며, 용역이 마무리되기 전 입지를 선정한다는 게 정부 방침으로 알려졌다. 전남도는 정부 공모에 대비해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 유치 필요성을 정부와 국회 등에 설명하는 등 막판 공감대 확산을 위해 전력하고 있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기초과학연구원(IBS) 초강력레이저과학연구단은 지난 2016년에 세계 최고 출력인 4페타와트 레이저를 자체 개발해 가동하고 있다.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이 구축되면 기초과학 주도권 확보는 물론 열악한 에너지, 반도체, 바이오, 우주항공 등 국가 산업기반의 판도를 첨단산업으로 획기적으로 뒤바꿔 놓을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다.

전남도는 지난해 7월 13일 도청 정철실에서 이종민 광주과학기술원 명예연구위원, 고도경 한국광학회장, 남창희 기초과학연구원 초강력레이저과학 연구단장 등 레이저 석학과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 전남 유치를 위한 관계전문가 전략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는 초격차 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새 정부의 정책 기조에 맞춰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을 전남에 유치하고, 국내 유일의 레이저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 반도체 등 새로운 미래 먹거리 산업을 선도·강화시키겠다는 전남도의 의지가 반영됐다.

◆기초과학 발전에 기여

먼저, 초강력 레이저를 통해 기초과학의 새 연구영역 개척이 가능하다. 초강력 레이저 시설을 활용하면 초고속, 초고온, 초고압 등 극한과학 연구환경을 조성할 수 있어 우주에만 존재하는 고에너지 천체현상을 실험실 내에 구현하는 등 지금까지 불가능했던 자연 현상 탐구가 가능해진다.

초강력 레이저 시설을 통해 물리학, 광학뿐만 아니라 기계공학, 전자공학, 재료공학 등의 첨단공학 기술의 발전을 이끌 수 있다.

초강력 레이저는 첨단산업 육성에 핵심 기술이다. 반도체를 비롯해 핵융합, 신소재 개발, 국방 분야의 신무기 개발과 첨단 의료 분야의 암 치료, 정밀가공 등 국가 첨단전략산업에 밑바탕이 되는 핵심 요소기술을 구현할 수 있다.

레이저는 산업적인 측면에서 규모와 경제적 가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레이저를 활용한 세계 시장은 지난해 말 기준 13조 8천억 원에 이르렀고, 오는 2025년에는 약 21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같이 기초과학과 산업적 측면에서 레이저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미국 50PW, 중국 100PW, 러시아 200PW 레이저 시설 구축하는 등 미국, 중국, 러시아, EU 등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초강력 레이저 시설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GIST 고등광기술연구소와 IBS 초강력레이저과학연구단에서 4PW 레이저 시설을 운영 중이지만, 국가 과학·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100~200 PW급 레이저 시설 구축이 절실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최근 북한 '무인기' 대응 실패와 관련해 새로운 국가 방어체계로 레이저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연간 21조 원에 달하는 K-방산의 새로운 수출 품목으로 레이저 무기를 적극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레이저 관련 핵심 부품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면서 국내 기술력은 주요국 대비 50% 이하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국산 핵심부품 제조를 위한 원천기술 확보에 국가의 장기적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김영록 전라남도지사 지난 2021년 12월8일 도청 서재필실에서 열린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 추진위원회' 발대식에서 국내 최고의 레이저 관련 7개 학술단체인 한국광학회, 한국레이저가공학회, 한국천문학회, 대한용접접합학회, 한국항공우주학회, 한국우주과학회, 한국물리학회 전남지부와 연구시설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왼쪽부터 서정 대한용접접합학회 부회장, 정성호 한국레이저가공학회 회장, 김영록 전라남도 지사, 이윤우 한국광학회 회장, 최기혁 한국우주과학회 회장, 석희용 한국물리학회 광주·전남 지부장)

◆ 전남,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 최적지

정부는 지난해 2022년부터 예산을 투입해 초강력 레이저 기술개발 및 인프라 구축 관련 연구에 예산 15억 원을 편성, 기획연구를 진행 중이다. 전남도가 유치하려는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은 레이저 원천기술을 연구하고 곧바로 산업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산·학·연 연계 집약형 연구시설이다.

나주빛가람혁신도시 인근 50만㎡ 부지에 세계 최대 100~200페타와트(PW)급 연구시설로 국내 유일의 초강력 레이저 기초연구와 융복합 기술 개발을 선도한다는 복안이다.

나주가 후보지로 최종 선정되면 정부 예타를 거쳐 2024년 사업규모를 확정하고, 2033년까지 10년간 나주시 빛가람혁신도시 인근 50만㎡ 부지에 세계 최대 규모인 초고출력·고에너지 기반 레이저 연구시설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전남도에 구축되는 레이저 시설규모는 100PW(1페타와트 = 1천조W)로, GIST에서 가동 중인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4PW 초강력 레이저의 50배가 넘는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남도는 GIST와 IBS(기초과학)-한국광기술원·전남TP레이저센터-광주 광산업 단지와 연계해 레이저 관련 신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최적지임을 강조하고 있다.

연구시설이 들어설 예정인 나주 빛가람혁신도시는 안정적인 지반, 확장 가능한 넓은 부지, 편리한 정주여건 등 대형 연구시설 구축 조건을 모두 갖추었으며, 지난 2020년 방사광 가속기 유치과정에서, 부지 적합성이 이미 검증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국가균형발전 측면에서도 호남권에 전무한 국가대형연구시설을 전남에 유치해 충청·영남권에 치중된 국가 R&D 불균형을 해소하는데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이 들어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라남도는 지난해 9월 28일 초강력레이저 연구시설 구축 타당성 국회토론회를 개최하였으며, 광주전남 국회의원 공동으로 초강력레이저 연구시설의 전남유치를 촉구하는 공동건의문을 발표했다.

◆ 정관계·산학연과 전방위 유치 활동

전남도는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을 유치하기 위해 지난 2021년 12월, 각계 인사 100명으로 구성된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 추진위원회'를 공식 발족하고 과학계 공감대 형성을 레이저 관련 기관·단체들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전국 지자체 가운데 가장 먼저 유치 준비에 들어갔다.

지난해 9월에는 광주·전남 국회의원 18명이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인 나주시에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을 설립할 것을 요구하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하며 전남도의 노력에 힘을 실어줬다.

지난 2월 9일에는 영호남권 대학교를 중심으로 '레이저 전문인력 양성 협약'을 체결해 고급 숙련인력 확보를 통한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 활성화와 연관산업 발전을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국가 과학기술 중장기 투자전략(2023~2027)에 '초강력 레이저'가 반영돼 국가적 차원에서 연구시설을 지원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됐다.

과기부가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후보지 공모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남도는 이같은 철저한 준비 과정을 마치고 올 상반기 과기부 부지 공모에 대비하고 있다.

우선, 부지공모를 앞두고 전남도 유치 당위성 등 대응 논리를 대폭 보강해 관계 부처와 학계 전문가 그룹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설명해 마지막까지 전폭적 지지를 얻을 계획이다. 또 여당과 야당의 초당적 지지를 등에 업고 범국민적 지지세 결집에 나서는 한편 대학교, 지자체 등과의 함께 MOU 등을 연속적으로 펼쳐 전남 유치에 적극적 협력을 이끌어 낼 계획이다.

강상구 전라남도 에너지산업국장은 "대한민국이 '포스트 반도체'로서 차세대 신산업을 발굴하고, 현재의 위기를 반전시킬 '히든카드'가 바로 초격차 기술인 '초강력 레이저'다. 과기부 공모에 철저히 대비해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을 반드시 전남에 유치하고, 호남권 유일의 세계적 수준의 대형연구시설로 키워나가겠다"며 "원천기술 개발, 인력 양성, 산학연 유치를 통해 국내 유일의 전주기 레이저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5천여 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강 국장은 "국내 광학·레이저 기업들이 참여하는 기업 설명회를 개최하고,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 당위성 확보하고 기업의 목소리를 담을 예정이다"며 "방송, 언론, SNS 등을 통한 대국민 홍보활동도 대폭 강화해 전남 유치 당위성을 알리겠다"고 강조했다.

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m

# 연관뉴스
슬퍼요
1
후속기사 원해요
2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